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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옳다 네 마음도 옳다
아솔 지음 / SISO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과학과 문학은 우리 삶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은 공통점이지만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해석하는 결과가 다르다. 뇌에서도 각기 다른 부분이 작용한다는 것을 배워 알고 있다. 즉 이성이나 과학을 다루는 부분은 '좌뇌'에서 하고, 언어나 문학을 담당하는 뇌는 '우뇌'라고 한다. 성별 특성도 과학과 이성은 남성이 발달돼 있고, 언어능력이나 문학 등은 여성이 더 발달돼 있다. 물론 두 분야를 모두 잘 하고, 또 모두 못한 대신 다른 부분이 유난히 발달돼 다른 특성을 보이는 개인도 존재한다. 우리 뇌와 역할을 뇌의 담당 구분이 되는 것은 의학에서 필요해 편의상 구분했을 것이고, 성별 특성도 일반화의 오류 범위 내에서 단정지어진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래서 이 두 분야를 모두 잘 하는 사람은 이성과 감성이 고루 잘 발달된 뇌를 가진 사람쯤으로 생각해둬도 무방할 듯하다. 이 책은 과학자가 낸 시집이다. 논리의 세계부터 감성의 세계까지 자유로이 넘나드는 15년 경력 케미스트가 쓴 그의 첫 시집이다.
'시 쓰는 케미스트' 아솔의 첫 시집 『내 마음은 옳다 네 마음도 옳다』다. 아솔은 케미스트답게 시도 객관적이고 또렷한 시선으로 썼다는 것이 평자들의 해석이고, 다른 시인들과 조금은 차이를 보인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이 시집에 수록된 62편의 시는 사람으로부터, 일상으로부터, 자기 안으로부터 떠오른 영감들을 마음대로 써 내려간 것이자 그동안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던 시인의 내면이다. 때로는 시에 짤막한 글을 덧붙여 자기 내면을 명징하게 드러냈다. 아솔의 시는 과학의 언어처럼 명확하고 간결한 언어로 표현됐다. 그는 시를 쓰며 과학적 본질을 탐구하는 과정과 시의 본질이 닮았음을 깨닫게 한다.
시를 쓰는 동안 그는 자신의 상처를 보듬었다. 누군가를 원망하고 미워하던 자신의 마음을 옳다고 받아들이고,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은 ‘너’의 마음도 옳다고 받아들이면서. 아솔은 시를 쓰면서 뜻대로 통제되지 않던 마음과 미워하고 싶던 자신의 모습마저 당신엔 최선이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됐다. 그의 자유분방한 시들을 읽으며 후회나 미련으로 얼룩진 과거를 놓아보는 여유를 찾길 바란다.
첫 시집 제목이 되기도 한 ‘모두가 옳다’는 시의 일부를 보자.
너는 나를 찾지 않았고
나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나를 너에게 보내지만
너에게서 돌아오는 게 없다
일방통행 길 위에 서 있다
너를 원망하고 미워했다
내 마음은 옳다
네 마음도 옳다
-< 모두가 옳다> 중에서
이 시집은 요즘 가을에 읽기 딱 좋은 시 모음이다. 일상을 감성적으로 받아들여 그대로 시어로 썼다. 그래서 단순한 일상을 시로 묶는 시인의 마음에 다가가기 쉽다. 이들 시에 쓰인 언어들도 일기처럼 일상의 언어가 많다. 특별히 아름답고 화려하게 수식하지 않았다. 일상을 표현하기엔 '언어의 연마'는 필요치 않은 듯한 느낌이다. 시인도 일기처럼 조금씩 쓰던 것을 모아 책으로 묶은 것이라고 밝힌다. 우리 삶은 있는 그대로 일상의 용어를 사용하면 시가 되는 것을 증명하듯... 이 시집의 시들이 일상에서 그대로 길어올린 '날 것'의 용어가 시가 되고, 시집이 되듯 우리 일상의 삶이 그야말로 시다.
과학자이자 시인이라는 시인의 삶이 특별할 것이라고 생각한 독자가 있다면 기대를 접는 것이 좋다. 이 시집의 시 두세 편을 읽어보면 "세상 사는 사람은 다 똑같구나"하는 자각이 든다. 자각뿐만 아니라 그 사람 일은 특별한 일일지라도 사는 것 다 같구나 하는 위로가 되고, 용기도 생긴다. 삶에 대해...
위로를 느끼고 따뜻함을 느낀다면 계속 읽어나간다. 몇 번을 읽고, 생각하며 읽고, 그리며 읽고, 머릿속에 형상화 하며 읽어도 일상의 무엇 이상은 없다.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 사는 냄새 그대로 온기를 실어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 따뜻함만 전해져 올 뿐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감동과 절절한 위로가 아닌데도 독자는 훈훈함을 느끼고 삶을 사랑해야겠다는 희망을 주고, 한 번 더 읽고 싶게 하고... 이런 것은 시인의 특별한 재주인가?
그렇다면 인정한다. 솔직함과 진정성, 삶에 대한 사랑과 노력으로 이루어진 언어 전달자니까. 시인의 세계에는 과학자답게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의 소중함을 느낄 뿐이지 더 좋고, 더 많은 물건을 갖고 싶다는 소유욕은 없다. 물건의 물성을 인지하고 어떻게 하면 그 물건에 사랑이 담길까 하는 데 골몰할 뿐,
그 물건의 물성에 반하는 시도는 하지 않는 게 바로 시인의 마음일 터이니, 과학자의 심성이라고 표현하면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간 것일까.
이 시집엔 62편의 시가 실려 있다. 어느 것 하나 튀는 표현의 대표작이랄 시도 따로 없고, 어느 것 하나 버려도 될 만큼 하찮은 시도 없다. 한 번도 못 읽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읽은 독자는 없다는 말이 잘 어울릴 시집이다. 시인의 심성을 닮은 듯하다.
저자 : 아솔
윤아, 윤솔 두 아이의 엄마. 그리고 시 쓰는 케미스트.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15년을 신약 개발 연구원으로 지냈다. 낮에는 연구를 통해 과학적 본질을 찾아가고, 밤에는 시를 쓰며 삶의 본질에 다가가고자 했다. 그리고 그동안의 결과물을 엮어 첫 시집 『내 마음은 옳다 네 마음도 옳다』를 출간하게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 견해로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