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와 함께하는 여름 함께하는 여름
실뱅 테송 지음, 백선희 옮김 / 뮤진트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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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는 유럽문학 최고 최대(最古最大)의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작자라고 전해진다.

그의 출생지나 활동에 대해서는 그 연대가 일치하지 않으나, 작품에 구사된 언어나 작품 중의 여러 가지 사실로 미루어 보아 앞의 두 작품의 성립연대는 BC800∼BC750년경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의 성장지로 추측되는 도시가 7군데나 되나 그 중 소아시아의 스미르나(현재 이즈미르)와 키오스섬이 가장 유력하다. 그는 이 지방을 중심으로 서사시인으로서 활동한 것으로 보이며, 이오스섬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앞의 2대 서사시 외에 『호메로스 찬가』라는 일군(一群)의 찬가집(讚歌集)이나 익살스러운 풍자시 『마르기테스』와 『와서회전(蛙鼠會戰)』 등 몇 가지 서사시가 그의 작품이라고 하나 이것도 불명확하다. 또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가 동일인의 작품이냐의 문제로 오래 전부터 논쟁이 많았다.

18세기 후반 F.A.월프가 『호메로스 서설(序說)』(1795)을 발표한 이래, 그의 존재 그 자체와 작품의 성립과정, 2대 서사시의 작자의 진부(眞否) 등 여러 가지 시비가 있었으나 어떻든 두 서사시는 한 작가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된다.

『일리아스』는 1만 5693행(行), 『오디세이아』는 1만 2110행의 장편 서사시이며, 각각 24권으로 되어 있다. 두 서사시는 고대 그리스의 국민적 서사시로, 그 후의 문학 ·교육 ·사고(思考)에 큰 영향을 끼쳤고, 로마제국과 그 후 서사시의 규범이 되었다.

역사는 그를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라는 대 서사시의 저자로 기록했지만 기원전 8세기 고대 그리스의 작가 호메로스가 누구인지는 물론이고, 이 두 편의 서사시를 정말 그가 썼는지 아닌지도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름으로 남은 두 서사시가 인류 역사상 가장 널리, 가장 오래도록 영향을 미치고 있는 최고의 걸작인 것만은 사실이다. (이상 호메로스와 시 암송, 인물, 그림 사진 포함 『두산백과사전』, 『인물세계사』 등 참조)



그리스인들에게 산문을 암송하는 호메로스



호메로스는 누구일까? 강가를 떠도는 고독한 천재일까, 아니면 여러 세기로 이어진 한 무리의 음유시인들일까?

1957년 역사가 버나드 베렌슨은 이렇게 털어놓았다. "나는 일평생 호메로스에 관한 자료들을 읽었다. 문헌학·역사학·고고학·지리학의 자료들을. 이제 나는 그저 순수예술로서 호메로스를 읽고 싶다."

호메로스는 어떤 인물이기에, 그 옛날에, 그토록 예리하게, 우리가 아직 되지도 않은 상태에 관해 얘기할 수 있었을까?

2,500년 묵은 그 이야기들은 어찌하여 오늘날에도 이토록 친숙하게 울리는 걸까?

출판사 측에 따르면 이 책은 라디오 방송국 〈프랑스 앵테르〉에서 2017년 여름에 방송된 '호메로스의 함께하는 여름'이라는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저술되었다.

작가이자 모험가인 저자 실뱅 테송이 우리에게 제안한다. 하던 일을 멈추고, 당장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펼쳐 들고 바다 앞에서, 방 창문 앞에서, 산꼭대기에서 큰 소리로 몇 구절 읽어볼 것을.




『일리아스』는 트로이 전쟁에 관한 이야기이고, 『오디세이아』는 자기 왕국인 이타케로 돌아오는 오디세우스의 귀환을 이야기한다. 『일리아스』의 주제는 아킬레우스와 그의 분노, 그리고 그 분노가 불러온 재앙이다. 『오디세이아』는 영웅과 탐험의 이야기이다. 하나는 전쟁을, 다른 하나는 질서의 복원을 묘사한다.

그러나 두 시에서 공통으로 엿볼 수 있는 점은, 늘 신들이 그 인간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인간들을 조종한다는 것이다.

신들은 어디서나 끼어들고 주사위 놀이를 하고 인간들을 가지고 논다. 신들은 시도 때도 없이 복잡한 술책을 부리고, 끈질기고 충직한 인간만이 예측불허의 상황에 맞서는 싸움에서 결국 승리한다. 사리에 어긋나게 하지 않는 것, 어기지 않는 것, 이것이 호메로스가 생각하는 삶의 명예다.

이 책을 읽으며 호메로스의 강을 항해하다 보면 오늘날 점점 잊혀 가는 말들이 아름답게 울려 퍼진다. 영광, 용기, 격정, 운명, 힘, 명예… 등. 호메로스가 묘사하는 영웅들은 힘뿐만 아니라 내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현재의 명성에 집착하지 않는다.

지략이 뛰어나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으며, 마지막에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일 줄 안다. 그들은 고귀한 목적을 위해 죽음을 택할 뿐, 결코 자신을 잊지 않는다. 그렇게 그들은 “모두 가운데 최고”가 되었다.





프랑스의 시인이자 에세이 작가인 샤를 페기는 2,000년도 더 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에 대해 “호메로스는 오늘 아침에 읽어도 새롭다. 어쩌면 오늘 신문만큼 낡은 게 없을지 모른다.”고 표현했다고 한다.

이 책은 프랑스 라디오 방송국인 〈프랑스 앵테르〉에서 여름을 맞아 야심작으로 기획한 〈OOO와 함께하는 여름〉 시리즈의 하나로 진행된 ‘호메로스’ 편을 출간한 것이다. 이 『호메로스와 함께하는 여름』은 프랑스에서 출간된 지 3일 만에 초판 3만 부가 매진되고 2018년 그해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팔린 에세이이자 전 분야 베스트셀러 6위에 오를 정도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이 책이 독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은 데는 작가이자 모험가인 저자 실뱅 테송의 인기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노숙 인생』으로 2009년 중편소설 부문 공쿠르 상과 아카데미 프랑세즈 상을, 『시베리아 숲속에서』로 2011년 에세이 부문 메디치 상을 수상한 작가이면서 일찍부터 극한 조건의 여행과 탐험을 일삼아온 그는 지구상에 얼마 남지 않은 모험가다.

그는 이 책을 쓰기 위해서도 키클라데스 제도의 섬에 틀어박혀 에게해 해변과 햇빛, 파도거품, 바람과 함께 지내며 그곳의 정기를 느껴 보고서야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물질적 본질에 다가설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테송은 이 책의 머리말에서 “몇 달 동안 나는 호메로스의 리듬에 맞춰 숨 쉬었고, 시의 운각(韻脚)을 들었으며, 전투와 항해를 꿈꾸었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더 잘 사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2,500년 전 에게해의 자갈밭에 던져진(혹은 상륙한) 한 시인이, 몇몇 사상가가, 철학자들이 세상에 내놓은 가르침이 이토록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무뎌지지 않았”다는 것에 감탄한다. 호메로스가 두 권의 책에서 묘사한 전쟁과 인간의 탐욕과 자연의 분노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너무나도 흡사하다.

호메로스는 어떤 인간이기에, 그 옛날에, 그토록 예리하게, 우리가 아직 되지도 않은 상태에 관해 얘기할 수 있었을까? 2,500년 묵은 그 이야기들은 어찌하여 오늘날에도 이토록 친숙하게 울리는 걸까?

테송은 “몇 편의 노래로 인간의 윤곽을 그려낸 것”이야말로 호메로스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것은 “호메로스 이후로 아무도 다시 하지 못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호메로스를 둘러싼 그런저런 논란에 끼느니 차라리 그의 시에 빠져들어 이따금 성경의 시편을 암송하듯 그 시들을 암송해볼 것을 우리에게 권한다. 그러면 누구라도 거기서 자기 시대의 그림자를, 자신의 번민에 대한 답을, 자신의 경험에 대한 예시를 발견할 것이기에.





“하늘의 빛, 나무 사이를 스치는 바람, 안개에 감싸인 섬들, 바다에 드리운 그림자들, 폭풍우. 거기서 나는 고대 문장(紋章)의 메아리를 감지했다.

모든 공간은 저마다의 문장을 갖고 있다. 그리스의 공간은 바람이 때리고, 빛이 관통하며, 의미심장한 발현들이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미는 모습이다. 오디세우스는 고통의 배를 타고 그런 신호들을 받았다. 프리아모스와 아가멤논의 병사들은 트로이 평원에서 그 신호들을 지각했다.

지리(地理) 속에 산다는 것은 독자의 육신과 텍스트의 추상 사이의 거리를 넘어서는 일이다.”

<p. 36>


“오디세우스는 초라한 오두막에 머문다. ‘왕의 귀환’을 위한 싸움은 그곳,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된다. 돼지들의 오두막에서 궁정까지 이어지는 길은 유혈이 낭자할 것이다. 『오디세이아』는 재탈환과 복원에 대한 우화다. 호메로스는 그 오두막에서 이루어진 왕과 종복의 가장 아름다운 동맹을 그린다. 지금 오디세우스 왕에게는 지지자가 돼지치기 한 사람뿐이다. 그것이 그의 군대의 시작이다.” <p. 142>





테송은 수천 년 전의 신들과 전사들과 영웅들의 이야기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신들과 인간들이 벌이는 사건들을 오늘날 우리의 현실에 대입하며, 호메로스의 세상에서 일어난 이야기와 오늘날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이 다르지 않음을 줄곧 환기한다.

그리고, 사랑과 증오, 권력과 복종, 유혹과 굳건함, 호기심과 용기… 등, 영혼의 불변요소들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것이기에, 호메로스의 세계는 내일의 독자가 읽어도 새로울 것이라고 말한다.

호메로스가 트로이 평원의 전사들을 통해, 영웅들을 통해 그린 고대 그리스인이라는 인물상은 “인간의 표본”으로 지금도 우리를 경탄하게 한다. 아킬레우스, 헥토르, 오디세우스의 말은 오늘의 인간들에게 현재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탐욕과 욕망의 끝이, 무절제한 삶이, 자신을 망각하고 자연의 이치를 거스른다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준다.

호메로스가 우리에게 말한다. “인간이여! 너는 너의 무절제로 신들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왜 네 분수보다 높은 곳에 오르려고 그토록 고집을 부리는가?”





마지막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위해 두 권의 사전을 참조해 두 편의 대서사시의 내용과 그리고 작자를 설명한 부분을 옮겨 제재한다.

『일리아스』는 트로이와 그리스 간의 전쟁을 다룬 서사시다. 황금 사과에서 비롯된 세 여신의 불화와 ‘파리스의 선택’, 지상 최고의 미녀 헬레네의 납치와 도주로 시작돼‘트로이의 목마’로 끝난 이 전쟁 이야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일리아스』는 이 유명한 신화를 일목요연하게 서술하지는 않는다. 어느 고전학자는 어린 시절 『일리아스』 번역본을 선물 받고 나서 그 책을 판매한 서점 주인이 사기를 친 것은 아닌가 의심했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왜냐하면 그 유명한 ‘트로이의 목마’ 이야기가 그 책에는 전혀 안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전쟁의 기원과 경과에 관한 설명이 나오긴 하지만, 시간 순서가 아니라 중간에 회고 방식으로 설명되며, 이것은 그리스 서사시의 특징인 동시에 그 영향을 받은 유럽 역대 서사시의 특징으로 자리잡았다.

대신 『일리아스』는 10년여에 달하는 트로이 전쟁 가운데 단 며칠 동안의 이야기에 집중된다. 이 서사시의 실제 주인공은 그리스의 영웅 아킬레우스다. 서두에서 아킬레우스는 그리스 군의 총사령관 아가멤논과 싸우고 나서 더 이상 전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이후 그리스 군은 헥토르가 이끄는 트로이 군에게 처참하게 유린당하며, 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앞서의 맹세를 철회하고 전투에 복귀한 아킬레우스는 결국 헥토르를 죽여서 원수를 갚는다. 그 와중에 아가멤논, 오디세우스, 아이아스, 디오메네스, 헥토르, 아에네아스, 프리아모스 등 양편의 주요 영웅들의 용맹과 지략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전투를 감상하며 종종 여기저기 참견하는 신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오디세이아』는 흔히 『일리아스』의 속편으로 간주되지만, 역시 두 편의 내용이 곧바로 이어지진 않는다.

『일리아스』의 마지막 장면 이후, 계속된 전쟁의 와중에서 아킬레우스는 ‘아킬레스 건’에 화살을 맞고 죽으며, 트로이는 ‘트로이의 목마’에 속아 무너진다. 승자들은 저마다 전리품을 잔뜩 챙겨 고향으로 향하는데, 오디세우스는 이런저런 불운이 겹치며 10년 동안이나 더 바다를 떠도는 신세가 된다. 『오디세이아』 역시 『일리아스』처럼 이야기가 중간에서 시작되어 과거를 회고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바다 요정 칼립소의 섬을 떠나 알키노스 왕의 궁전에 도착한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모험을 회고하는 긴 이야기가 끝나면, 드디어 고향에 돌아간 그가 오랜 세월 동안 자기 집을 유린한 자들에게 복수하고 아내와 재회하는 것으로 서사시는 마무리된다.

호메로스와 길잡이 소년. 프랑스의 화가 윌리엄

아돌프 부게로의 1874년 작.



그 웅장함이며 긴박감에 있어서는 『일리아스>에 미치지 못하지만, 『오디세이아』는 오랜 방랑 생활 동안 주인공이 맞닥트리는 갖가지 기이한 사건과 사물(대표적인 것이 감미로운 노래로 선원들을 유혹하는 세이렌, 오디세우스 일행을 가둬두고 한 명씩 잡아먹는 키클로페스(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 파이아케스에 도착한 오디세우스를 구출해 준 나우시카 공주,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구혼자들을 속이기 위해 매일 베를 짜고 또 풀었던 페넬로페, 텔레마코스에게 부친을 찾아갈 방법을 조언하는 멘토르 등이다)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또 수많은 비유를 낳은 바 있다. 분량으로 따지면 『일리아스』 쪽이 더 많지만, 내용의 풍부함으로 보면 『오디세이아』가 단연 압권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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