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초니에레 51~100 작가와비평 시선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 지음, 김효신 옮김 / 작가와비평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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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나 사회에 나와서도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는 이름의 이탈리아 시인의 시집 한 권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정직하게 고백하자면 제목을 보고 '칸초네'라는 이탈리아 음악 형식의 시 모음집이라고 생각했다.

칸초네라는 이탈리아 음악 중 알고 있는 곡이 있기 때문이다. '오, 솔레 미오'와 '돌아오라 소렌토로'이다. 시집을 펼친 순간 낯이 붉어졌지만... 무지를 인정하고 번역시를 읽기 전에 뒤에 있는 번역자의 <작품해설>부터 읽었다.

해설에 따르면 중세와 근대를 연결하는 과도기적 인물이자 '최초의 르네상스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FRANCESCO PETRARCA, 1304~1374)는 이탈리아 인문주의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라틴어 학자다.

그는 1304년 7월 20일 이탈리아 아레초에서 태어나 1374년 7월 19일 아르콰에서 생을 마칠 때까지 약 70년간의 삶을 통해 문학에 대한 사랑을 철저하게 실천한 계관 시인이다. 시집 『칸초니에레』는 이탈리아 시인 페트라르카의 불후의 명작으로, 이탈리아 서정시의 효시이다.

또한 서양 시문학사상 가장 절대적인 영향력을 보여준 시집이자, 서양 근대 서정시의 정전(正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시집에 수록된 작품은 총 366편으로, 그중 317편은 소네트, 그리고 칸초네 29편, 세스티나 9편, 발라드 7편, 마드리갈 4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책에는 그중에 51번째 소네트에서부터 100번째 소네트에 이르기까지 50편의 시작품들이 수록돼 있다.





『칸초니에레』는 천상과 지상 사이, 육체와 정신 사이의 치유될 수 없는 갈등을 지배하는 사랑 이야기다. 인간적인것, 특히 아름다움의 덧없음에 대한 묵상에서 갈등은 더욱 깊어진다. 그의 영혼 속의 이러한 대립 관계는 극적으로 발전되지는 않지만, 눈물과 탄식을 동반하는 우울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 시집은 첫 번째 소네트에서 마지막 칸초네에 이르기까지 일관성 있는 면모를 보여준다.

첫 번째 소네트에서 이미 페트라르카는 정열의 헛됨을 확신하고 있으며, 마지막 칸초네에서 그의 사상은 천상의 것들과 죽음 쪽으로 기울어져서 성모마리아에게 용서와 보호를 간청하고 있다. 산, 해변, 강, 숲 등으로 이루어진 자연은 페트라르카의 감정을 훌륭하게 반영하고 그의 즐거움과 고통을 함께하며 내면적인 교감을 통해 시인의 내부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실린 50편의 작품들은 라우라 생전의 시들에 속하는 것으로, 라우라를 향한 페트라르카의 찬양에 가까운 사랑과 그녀를 향한 열정을 고풍스러운 시어들을 통해 느껴볼 수 있으며, 700년도 더 된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과거의 사랑 노래가 지금의 사랑 노래와 무엇이 다르고, 또 무엇이 같은지 비교해 볼 수 있는 즐거운 시간여행이 될 것이다.





페트라르카에 대한 관심을 끌게 된 계기는 프란츠 리스트가 그토록 존경하는 작가 중 한 명이었고, 페트라르카 소네트 곡을 만든 것이 계기였다. 그에 대해 알아갈수록 페트라르카가 르네상스에 미친 영향을 알 수 있었다.

아버지가 단테 알리기에리와 친교를 나누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페트라르카는 가업을 이어받아 공증인이 되려고 마음먹는다.

키케로, 베르길리우스의 고전 문학에 관심을 끌게 된 그는 법학 공부를 중단하고 아비뇽으로 가서 고전 문학을 공부한다. 그러던 중 1327년 4월 6일 성금요일에 생클레르 성당에서 운명의 여인인 ‘라우라’를 만난다.

하지만 그녀는 17세의 유부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대상이었다. 라우라는 평생에 걸쳐 페트라르카에게 시적인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페트라르카는 페스트로 아버지를 잃고 남겨준 유산도 다 써버린 이후에는 성직자가 되기로 한다.

실재 교황청에 신임을 얻어 프랑스와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고 프로방스 지방에서 정착한다.





그가 중세시대 교황이 가지는 절대적인 권위를 벗어날 수 있었던 내적인 원인은 연인인 라우라를 너무 사랑하지만, 성직자로서 넘어선 안 되는 경계를 인식하는 동안 사랑의 강렬함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외적으로는 1077년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인 하인리히 4세가 카노사에 있던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를 방문하여 파문을 철회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3일간 무릎을 굴었던 <카노사의 굴욕>을 정점으로 교황의 권위가 추락하기 시작해서 14세기는 교황의 권위가 바닥에 떨어져 버린 <아비뇽 유수>의 시기(1309~1377)와 페트라르카의 생애(1304~1374)는 묘하게 일치한다.

교황의 추락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던 페트라르카는 중세의 기독교 세계관을 대체하는 것은 인간 본연에 관한 연구라는 걸 인식했을 것이다.

그리스 고전 문학에 관한 연구는 이를 확신할 수 있는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라우라에 대한 사랑의 시를 주로 읊고 있는 <칸초니에레>는 700년 전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은 정도로 세련되었다.

사랑에 대한 마음은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나 보다.

라우라에 대한 사랑으로 한 편씩 평생에 걸쳐 『칸초니에레』를 수정하고 완성하는 그는 과업을 이루고 말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시를 읽는 동안 셰익스피어의 시적인 표현을 읽을 때와 느낌이 유사하다. 셰익스피어 역시 페트라르카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또한 9살 적은 고향 후배인 『데카메론』의 저자, 조반니 보카치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보카치오는 페트라르카의 죽음에 큰 상실감을 느껴 다음해 목숨을 잃는다.

최초의 르네상스인, 페트라르카의 『칸초니에레』를 읽는 동안 청년 시절 만났던 첫사랑을 평생토록 잊지 못하고 시를 만들었던 그의 정신이 르네상스라는 큰 물결을 이루는 시작이 되어 오늘날까지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76. 소네트


사랑이여, 숱한 언약의 말로 나를 유혹하며

옛 감옥 속으로 다시 이끌다가는,

나의 적에게 그 열쇠를 주어

여전히 나를 추방 상태로 몰아넣는다네.

아아, 그 힘 안에 놓이고서야 비로서 나는

알게 되었다네. 온갖 노력을 다해서

탄식하며 자유로 돌아온다네.

참으로 고통받는 죄수처럼

내 사슬의 대부분을 끌고 다니며,

눈과 이마에 내 마음을 새겼다네.

나의 얼굴빛을 알아차리고는,

이렇게 말하리라. 내가 보고 판단한 것이 옳다면,

이 사람은 분명 죽음에 이른 것과 다름없다고.





다음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탈리아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시의 형식을 구분해 놓았다. 설명은 『두산백과사전』을 참조했다. 4가지 모두 이 책에 게재된 형식이다.


소네트


정형시(定型詩)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시의 형식으로 소곡(小曲) 또는 14행시(行詩)라고 번역한다.

13세기 이탈리아의 민요에서 파생된 것이며, 단테나 페트라르카에 의하여 완성되었고, 르네상스시대에는 널리 유럽 전역에 유포되었다.

페트라르카의 『칸초니에레』는 소네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롱사르 등 플레이아드파(派)의 시인들과,독일에서는 슐레겔과 괴테 등의 작품이 유명하다. 영국에서는 와이엇과 사레 백작(伯爵)에 의하여 영국 형식의 소네트가 생겼으며 셰익스피어, 밀턴, 워즈워스, 키츠, 로제티, 브라우닝 부인 등에 의한 우수한 작품이 많이 남아 있다. 보들레르, 말라르메, 발레리, 릴케 등도 그들의 중요한 작품을 소네트 형식으로 썼다.


칸초네


이탈리아어로 ‘노래’라는 뜻으로서 이탈리아의 민요, 가요를 가리키는 말이며 일반적으로 오페라의 아리아와 같은 순 클래식곡은 제외한 널리 대중이 애창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파퓰러 송을 말한다. 음악적 특징은 무엇보다 아름다운 선율과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쉽고 솔직한 가사로 표현된 사랑 노래가 많다는 점을 꼽을 수 있으며, 이탈리아인 특유의 낙천적인 기질과 낭만, 정열이 느껴지는 정서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칸초네는 이태리 안에서도 지역적인 특성을 따라 다르게 발전되고 시작되었는데 나폴리의 칸초네가 가장 대표적이며, ‘오 솔레 미오’, ‘돌아오라 소렌토로’ 같은 노래들은 지금까지도 칸초네를 대표하는 노래로 불리고 있다. 오늘날에는 북서부의 산레모가 대표적이다.





마드리갈


마드리갈(madrigal)이란 이 르네상스 후기인 16세기에 이탈리아에서 발전한 세속 성악곡이다. 목가적인 서정시에 붙인 악곡으로, 라틴어 마드리갈도 있긴 했지만 이탈리아어 마드리갈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칸투스 마트리칼리스(cantus matricalis. 모국어에 의한 노래)’, 또는 ‘칸투스 마테리알리스(cantus materialis. 세속적인 노래)’를 어원으로 한다. 어원에서 보듯, 이탈리아어로 쓴 시이며 종교적인 내용 대신 세속적인 내용을 담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베르디와 바그너로 대표되는 19세기의 발전을 이루기까지 오페라가 400년 넘도록 발전해 오는 데는 여러 성악 장르의 음악들이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르네상스 시대에 발전한 마드리갈은 초창기 오페라를 탄생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 프랑스와 플랑드르를 제치고 이탈리아를 유럽음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한 장르이다.


세스티나


6행으로 된 6연과 3행의 결구를 가지는 운문 형식. 중세 프로방스의 음유 시인 다니엘(Daniel, A)이 창안하였으며, 단테, 페트라르카, 파운드, 엘리엇, 오든 등이 이 형식으로 된 작품을 썼다.





역자 : 김효신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태리어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영남대학교 국문학 박사(비교문학전공).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

저서로 ≪한국문화 그리고 문화적 혼종성≫, ≪한국 근대문학과 파시즘≫, ≪시와 영화 그리고 정치≫, ≪이탈리아문학사≫, ≪세계30대시인선≫, ≪문학과 인간≫ 등이 있으며, 역서로 ≪칸초니에레≫, ≪이탈리아 시선집≫이 있다. 대표 논저로는 〈이상(李箱)의 시와 시대적 저항성〉, 〈르네상스 천재, 미켈란젤로의 서정시와 미적 갈등〉, 〈임화와 파솔리니의 시 비교연구〉, 〈1930년대 한국 근대시에 나타난 파시즘 양상 연구〉, 〈미래주의 선언과 한국 문학〉, 〈한국 근대 문화와 이탈리아 파시즘 담론: 1930년대를 중심으로〉, 〈동성애 코드, 파솔리니의 시와 정치 소고〉, 〈단눈치오와 무솔리니, 그리고 시적 영웅주의 연구〉, 〈한국 근?현대시에 나타나는 프로메테우스 수용양상 소고〉, 〈페트라르키즘과 유럽 문화 연구〉, 〈〈피노키오〉 문화에 대한 소고〉, 〈단테의 시와 정치적 이상〉, 〈문화 간 의사소통 문제와 한국문화 교육〉, 〈A. BARICCO의 노베첸토: 모노로그와 G. TORNATORE의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 비교연구〉, 〈이탈리아를 노래한 한국 시에 대한 연구〉, 〈프리모 레비의 시 연구〉, 〈캄파넬라(T. CAMPANELLA)의 이상향과 조선인의 이상향〉, 〈페트라르카의 서간집과 키케로〉, 〈이탈리아 한국학의 현재와 미래〉 외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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