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들 도키오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9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문승준 옮김 / 비채 / 2020년 4월
평점 :
그의 작품을 많이 읽지 못한 상태에서 그의 작품의 평하기에는 조심스럽다.
독자로서 그의 작품을 논하려면 전(全) 작품은 아니더라도 열 권은 읽어햐 하리라. 그는 워낙 많은 작품을 발표했기 때문에 열 권이라야 삼분의 일도 안 될 것 같다.
특히 그는 한국의 독자들 사이에서 '거장'으로 알려져 있다. 수긍이 간다.
그의 소설의 특징을 보면 추리소설이긴 한데 읽고 나면 가슴 깊숙한 곳에 따뜻함이 남아 있음을 늘 느끼기 때문이다.
그의 소설을 읽는 밤이면 긴장되고 책 속에서 헤매는 듯한 느낌을 갖다가 어느 순간 맑은 머릿속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의 독자들 대부분도 같은 느낌을 가진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의 작품의 특성이기도 하니까.
일본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얘기다. 일본은 우리에 비해 추리소설 작가들이 많다.
아마 일본 국민의 정서에 맞는 장르인 것 같다. 우리도 유명한 작가(예를 들면 '여명의 눈동자' 김성종)를 배출해왔지만 독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할 정도의 작가는 그리 많지 않다. 작품의 질을 말하는 게 아니고, 순전히 인기의 면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그가 이번에 『아들 도키오』를 펴냈다.
가족 간의 사랑, 예상치 못한 타임슬립, 그 안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까지 담은 『아들 도키오』는 작품 곳곳에서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특징을 보여준다. 속도감 있는 전개, 마음 한구석을 톡 건드리는 여운 등이 그것이다. 속도감 있는 전개는 추리소설 독자를 사로잡는 요소이다.
거기에 작품 과정 내내 가슴속으로 스며드는 따뜻한 느낌의 감정은 몰입에 효과적이다. 독자들에게 사랑 받는 작가의 비결일 것이다. 문장도 그리 길지 않아 빠른 전개를 도와주고 극적 느낌도 몰아칠 수 있다.
다양한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필력을 자랑하는 작가답게 『아들 도키오』는 여러 장르의 장점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아들 도키오』는 식물인간이 된 아들 ‘도키오’의 영혼이 과거로 날아가, 젊은 시절의 아버지와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타임슬립이라는 SF적 발상부터, 실종과 추적을 넘나드는 스릴과 미스터리, 삶에 대한 긍정과 부자간의 사랑이라는 뭉클한 감동까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모든 매력이 한 권에 압축된 작품이라 평가받는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만남이 이어진다는 SF적 설정은 시종 호기심을 자아내고, 다쿠미의 여자친구를 뒤쫓는 과정은 한 편의 추적 드라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는 한바탕 추리가 펼쳐지기도 하고, 한 남자의 순애보가 담긴 연애소설이자 한 인간이 생각을 깨치고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소설의 느낌도 풍긴다. 작가가 그간 선보여온 자신의 장기를 완벽하게 융합한 ‘히가시노 게이고 월드의 집대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조각이 모여 완성된 퍼즐을 보듯, 작가가 어떤 요소를 어떻게 배치하고 조합했는지 짚어가는 것 또한 이 소설을 즐기는 방법이 될 것이다.
세대 불문, 성별 불문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그가 어느 부자(父子)의 감동적 시간 여행 이야기를 담은 소설로 다시 한국 독자를 찾았다. 『아들 도키오』는 타임슬립이라는 SF적 발상을 기반으로, 추리소설부터 가족소설까지 히가시노 게이고가 데뷔 이후 선보인 각종 장르의 강점을 고루 융합해 담은 ‘집대성’격 작품이라 평가받는다.
특히 이 작품 출간 후 히가시노 게이고가 한 인터뷰에서 “가장 즐겁게 써내려간 소설이며, 주인공 다쿠미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라고 말한 바 있다고 출판사 측은 밝혀 더욱 눈길을 끈다.
이 작품은 사실 십여 년 전 한국에 한 차례 선보인 적 있다. 이번 출간된 책은 한층 더 원문에 가까운 새 번역, 2020년에 걸맞은 감각적인 디자인, 작가와의 면밀한 상의를 통한 새 제목 등 전면적으로 새롭게 단장했다는 것이 출판사 측 설명이다.
2000년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해외 작가이자 이제는 그 이름 자체가 장르라 칭해지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성실성과 천재성이라는 양 극단의 장점을 겸비했다. 『아들 도키오』는 희귀병으로 죽음을 앞둔 한 자식의 시간 여행 이야기다.
‘부모와 자식의 사랑’이라는 감동적 소재를 ‘타임슬립’이라는 SF적 기반 위에 매끄럽게 펼쳐냄으로써, 히가시노의 백여 편 가까운 소설 중에서도 스토리텔러로서의 감각이 특히 빛을 발한 작품이라 평가받는다.
현지에서는 출간 이후 두 차례나 TV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등 끝없는 관심 속에 밀리언셀러로 등극했으며, 히가시노 게이고 월드 입문을 위한 최고의 작품이자 필독 작품으로 늘 첫손에 꼽히고 있다.
‘큰 거 한 방’으로 일확천금을 벌겠다는 생각뿐,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채 제멋대로 살아가는 미야모토 다쿠미.
소설은 그가 또 홧김에 일을 그만둬버리는 데서 시작된다. 공원에 앉아 시간을 때우던 그의 앞에 불현듯 ‘미야모토 도키오’라는 청년이 나타난다.
출생의 비밀부터 음식 취향까지, 어째서인지 다쿠미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는 도키오.
도키오는 자연스럽게 다쿠미의 삶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다쿠미의 여자친구가 홀연히 자취를 감추자 둘은 무작정 그녀의 흔적을 찾아 나서는데…
발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다쿠미는 그를 돌아보았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
“말했잖아. 나는 당신을 잘 안다고. 그래서 찾았어.”
“너, 정체가 뭐야?”
“도키오. 미야모토 도키오.”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미야모토? 장난치는 거냐?”
- p.41
“그러니까 거짓말을 한 거지. 진짜 의미를 말하고 싶지 않으니까. 포스터에 봄버의 스펠링이 적혀 있는데, ‘BOMBA’라고 되어 있었어.
폭격기는 ‘BOMBER’야. BOMBA라는 영어 단어는 없어.”
“그래서?”
“BOMBA에서 ‘O’와 ‘A’의 위치를 바꾼 다음 맨 끝에 다시 ‘O’를 붙여봐.”
“그러면 어떻게 되는데?”
“BAMBOO. 뱀부.” 도키오가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영어로 대나무라는 뜻이야.”
- p.211
“앞으로 어쩔 생각이야?”
“모르겠어. 당분간 날 놓아줄 것 같지 않고, 좋은 기회이니 이참에 푹 쉬어볼까 해. 갈 곳도 없고. 일이 다 해결되면 본가로 돌아갈까.”
다쿠미는 어깨가 축 늘어진 지즈루의 옆얼굴을 보면서 ‘우리 다시 시작해보자’라는 말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억눌렀다.
그 말을 그녀가 받아들일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또 자신들이 진정 가야할 길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 p.423
히가시노 게이고
일본 추리소설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추리소설 분야에서 특히 인정받고 있는 그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소재를 자유자재로 변주하는 능력을 가진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그의 작품은 치밀한 구성과 대담한 상상력, 속도감 있는 스토리 전개로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해 독자를 잠시도 방심할 수 없게 만든다.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히가시노 게이고는 첫 작품 발표 이후 20년이 조금 넘는 작가 생활 동안 35편이라는 많은 작품들을 써냈음에도 불구하고 늘 새로운 소재, 치밀한 구성과 날카로운 문장으로 매 작품마다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1958년 2월 4일 오사카에서 태어나 오사카 부립대학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그의 소설은 치밀한 구성과 속도감 있는 스토리 전개,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독자를 방심할 수 없게 만든다.
또한 빙의나 의료 사고 등 녹록치 않은 소재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며 당대 첨예한 사회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추리소설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소설을 쓰고 있다. 늘 새로운 소재와 치밀한 구성, 생생한 문장으로 매번 높은 평가를 받는 저력 있는 작가인 그는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답게 작품 중 19편이 영화와 드라마로 다시 독자들과 관객들을 만났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 하나로 꼽히며, 전세계적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