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 - 기울지도 치우치지도 않는 인생을 만나다 내 인생의 사서四書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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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논어를 한참 공부할 때가 있었다. 교과목에 있어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읽어야겠다는 마음의 발로에서였다.

지금처럼 책이 많이 나와 있을 때도 아니고, 자세하게 풀이하고 주석까지 달아 펴낸 책은 대개 대학교재나 연구자들을 위한 것이었다.

때문에 주머니가 늘 얄팍했던 본 독자는 문고판을 사서 갖고 다니면서 한 문장, 한 문장 외우기 시작했다.

대략 문고판에 실린 것은 원문과 해설 정도였다. 약간의 주석은 머리말이 전부였다.

분량은 많지 않아 외워볼까 욕심을 내 시작했으나 이해가 안 되면서 외우는 것은 어려웠다.

특히 한문학이나 한문을 따로 배우거나 공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문을 외운다는 건 더 힘들었다.

그래도 스스로 선택했던 것이라 꽤 오랫동안 버스 통학 시간에 주로 외웠다. 결국 6개월 동안 들여다보며 암송하다 중단했다.

한문학을 공부할 것도 아닌데 너무 미련스러운 공부법인 것 같아서였다.

그래도 많은 부분이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은 살아오면서 많은 도움이 됐다.

논어는 이후 내 삶의 방향과 가치관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중용은 이름만 들었을 정도였다. 사서삼경 중 하나라는 정도만 알 뿐이었다.

중용은 무엇일까라는 생각도 해본 적은 있지만 막상 중용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생활 전선에 뛰어든 이후에는 "중용을 지켜라"는 얘기는 수없이 했으면서도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말라는 견해를 전달하기 위해 입에 담는 정도였다.

"사실 중용은 좀 어려워 논어, 맹자 다음에 나이 먹어 천천히 봐도 괜찮을 거라는 예전 선생님의 조언도 있었다.

이제 와서 중용을 읽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선생님이 말씀하신 '나이 먹음'의 때가 된 것일까?

저자의 전작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을 읽고 큰 감명을 받은 이후 새 작품이다.

전작에서의 명쾌한 해석이 이번 작품에서도 그대로 묻어나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 책은 『중용』의 원문 중 오늘날 우리에게 깊은 영감을 선사하는 60개의 명문장을 엄선하고

우리 삶에 적용시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친절한 해설을 덧붙였다.

어떤 순간에도 기울지도 치우치지도 않는, 내 인생의 무게 중심을 잡는 법을 알려주는 이 책으로 생각의 내공을 키우는 ‘중용의 힘’을 만날 수 있다.

저자의 머리말에서 드러나듯 50이란 나이는 부모와 자식, 가정과 회사, 사장과 부하직원 사이에 ‘낀' 때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어느새 인생의 후반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나와 타인, 나와 세상 속에서 나만의 무게중심을 찾는 것이다.



전작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으로 대한민국에 동양고전 열풍을 일으킨 신정근 교수가 ‘내 인생의 사서(四書)’ 시리즈로 8년 만에 돌아왔다.

『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은 ‘논어’를 잇는 시리즈의 ‘중용’ 편이다.

전작을 통해 삶의 지혜가 절실한 마흔의 독자들에게 울림을 주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여전히 흔들리며 살아가는 오십의 독자들에게 어떤 순간에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내가 되는 법, 나만의 중심을 찾고 삶의 품격을 높이는 법을 전한다.



중국 철학의 ‘사서(四書)’ 중 한 권인 『중용』은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삶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용(中庸)’이란 어느 한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현명함’, 무엇을 할 때 끝까지 고민하고 모든 방안을 검토하는 ‘치열함’,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는 ‘완벽함’의 다른 말이라고 말한다.

“사람이 기우뚱하다가도 중심을 잡게 해줄 삶의 무게추”가 바로 중용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심오한 인생의 지혜가 담긴 『중용』을 쉽게 풀이하고 그 속에서 삶에 유용한 가치들을 끌어낸다.

오늘날 우리 삶에 적용되는 문장을 선별하고 원문의 의미를 바르게 풀이하여 고전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서 나아가 그 지혜를 삶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마음껏 흔들려라. 흔들리며 중심을 잡는 것이 인생이다!”

‘중용’으로 삶의 품격을 높이는 방법

“위엄 있고 점잖고 곧고 바르니 존경받는다-재장중정(齊莊中正)”

“방구석에서조차 부끄럽지 않네-불괴옥루(不愧屋漏)”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화하고, 치우치며 혼란하더라도 나만의 무게중심을 지키면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은 『중용』의 지혜로 인생의 품격을 높이는 법을 일러준다.

최선의 판단이란 무엇일까? 나이를 먹어갈 수록 내가 경험한 삶의 지혜가 무조건 옳다고 믿으며 자신의 생각에만 갇혀 있기 쉽다.

하지만 그럴수록 일의 극단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누구든 틀릴 수 있음을 잊지 않고 남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사태의 두 극단을 다 고려하라-집기양단(執其兩端)

중용에서 중요시하는 것은 융통성이다.

부모가 자식을 키우며 엄격하기만 하면 멀어질 수 있으므로 너그러움을 갖추는 것, 평가의 기준이 획일적이다 보면 반발이 생길 수 있으니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 바로 이런 것이 책에서 말하는 ‘중용’이다. (‘담박하지만 물리지 않는다-담이불염(淡而不厭)

그렇다면 『중용』에서 말하는 품위 있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상황에 끌려 다니며 아등바등하지 않고 상황과 늘 거리를 두며 자신의 인생을 살찌우는 사람(‘위험을 무릅쓰면서 행운을 바라다-행험요행(行險僥幸),

자신을 무리하게 드러내지 않으며 나날이 은은하게 빛나는 사람(‘비단옷 입고 홑옷을 걸치네-의금상경(衣錦尙絅),

아랫사람을 업신여기지 않고 윗사람을 끌어내리지 않는 사람(‘윗자리에 있으며 아랫사람을 깔보지 않다-재상위불릉하(在上位不陵下).

이런 사람이 바로『중용』에서 말하는 군자다.

이처럼 이 책에는 한 차원 깊은 통찰과 삶의 내공을 키우는 지혜가 담겨 있다.

50을 앞둔, 혹은 50을 가로지르고 있는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앞으로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기획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중용』 하면 평온하고 차분한 이야기가 나오리라 예상할 수 있다.

『중용』은 극단이 판을 치는 ‘소은행괴’의 세상에서 주위에 널려 있고 누구라도 실천할 수 있는 평범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다.

쉰의 나이도 조명이 쏟아지는 특별하고 화려함보다 공기처럼 편안하고 일상처럼 부담 없는 보통에 다시 눈이 가는 때다.

보통이 결국 오래가기 때문이다. 『중용』과 쉰의 나이는 평범함에서 잘 어울린다. <p.21>

자기주도적 삶을 살아가는 군자라면 먼저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그 밖의 다른 일에 신경 쓰지 않는다. (…) 내가 놓이는 상황마다 충실하게 살다 보면 거기서 배울 것은 배우면서 경험을 풍부하게 하고 주위 사람을 이해하며 삶의 근육을 키울 수 있다.

이에 자신이 처한 상황에 압도되어 어찌할 줄 모르며 아등바등하지 않는다.

자신은 상황에 놓여 있지만 그 상황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신을 조금씩 가꾸며 인생을 살찌울 수 있다.

< p.32~33>



할 말을 딱 부러지게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하면 얼마나 고상하고 멋진가.

할 행동을 제때에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하면 얼마나 우아하고 멋진가.

마이크 잡으면 놓을 줄 모르고 상황 파악을 못하고 상식 없이 굴면 말과 행동이 모두 화를 부르게 된다. 화근이 된다.

언행상고는 언행이 화근보다 예술이 되게 하는 지침이다. <p.94>

마음도 확고하게 기준이 서 있으면 어떤 일을 당하더라도 복잡해서 머리가 아플 수는 있지만 어찌할 줄 몰라 당황하지 않는다.

이것이 마음의 중심이고, 그 중심을 잡는 힘이 마음 근육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이 확고하게 중심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중용』만큼 마음 근육의 중심을 잡는 문제를 두고 고민한 책이 없다. <p.104>

도대체 무엇이 하루 몇 분이라도 자신을 돌이켜보지 못하게 할까? 그것은 바로 일상의 비정상화다.

우리가 일상을 정상으로 돌려놓으려면 시간에 맞춰 살 것이 아니라 시간을 이끌어가며 살 필요가 있다.

먼저 하루 얼마의 시간이라도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자. 아울러 내가 무엇을 하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살펴보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의 안에 불빛을 비춰 부끄러워할 것이 있는지 살펴보자. 마음은 숨길 곳이 아니라 자주 들여다봐야 할 곳이다. < p.124>



부모가 자식을 엄격하게 키우다 보면 사이가 다소 멀어질 수 있으므로 너그러울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바로 자식을 키울 때의 중용이다.

평가 기준이 획일적이다 보면 경우에 따라 가혹한 일이 생길 수 있으므로 융통성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사람을 평가할 때의 중용이다.

경험이 많다는 것을 강조하다 보면 섬세하지 못하고 놓칠 우려가 있을 수 있으므로 꼼꼼한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사람의 능력을 균형 있게 키울 때의 중용이다. <p.167~168>

내게 진실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해 『중용』에서는 ‘스스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분명히 알아야 한다’는 해법을 내놓는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알아야 나 자신에게 진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p.204>

『중용』에서는 주위 사람이 한 번 해서 성공하면 나는 백 번 시도하고 주위 사람이 열 번 해서 성공하면 나는 천 번을 하라고 제안하고 있다.

숫자로 보면 주위 사람보다 적어도 백배 이상의 노력을 하라는 말이다.

이때 백배는 단순히 횟수나 양이 아니라 무슨 일이든 내게 익숙해져서 내 것이 되는 시간을 가리킨다. (…)

이렇게 사람마다 도달하는 시간이 다르니 일찍 이루는 남과 비교해서 서둘러 포기하지 말고

내게 맞는 시간과 길을 찾으라는 맥락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p.211>



대팽두부과강채(大烹豆腐瓜薑菜) 가장 좋은 반찬이란 두부, 오이, 생강, 나물이고

고회부처아녀손(高會夫妻兒女孫) 가장 좋은 모임이란 부부, 아들딸, 손주라네.

김정희가 71세 때 쓴 예서체 대련이다. 71세라면 세상에서 맛있다는 음식 다 먹어보고 세상에서 이름난 모임에 다녀보았을 터이다.

노년에 다시 돌이켜보니 늘 곁에 두고 먹는 일상의 소박한 음식이야말로 가장 맛있는 음식이고,

아무런 긴장 없이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는 가족이야말로 가장 좋은 만남이란 사실을 새삼 알게 된 것이다. 평범한 일상의 발견이다.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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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2019-12-30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