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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전쟁 - 불륜, 성적 갈등, 침실의 각축전
로빈 베이커 지음, 이민아 옮김 / 이학사 / 2007년 2월
평점 :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다큐멘터리"에서였다.
다큐에 소개 되는 내용이 꽤 흥미로웠는데 로빈 베이커라는 박사가 쓴 "정자전쟁"이라는
책의 내용을 토대로 만든 다큐라했다. 물론 그것은 지은이의 주장이지 학계의 정설은 아니라는 내용과 함께.
책에서 마음에 안드는 점은 저 칙칙한 표지와 너무 노골적인 "사례"들의 묘사.
종종 사례 1, 17에서 보듯이라고 써 있을 때 그 사례를 뒤적여서 확인하는 불편정도?
내용은 역시나 흥미롭고 새롭고 재미 있었다.
여자가 임신을 위해서는 약 2년의 기간, 300회의 횟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나,
실컷 임신 안되던 여자가 이혼 후 다른 남자를 만났더니 쉽게 임신이 되는 이유,
아니면 남편이 실직을 했는데도 또 아이를 갖게 되는 이유 등이 나와 있었다.
남편이 승진하고 월급이 올라갔을 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적절한 시기라는 여자 몸의 판단 하에
한 번도 임신 된 적 없는데, 임신이 된다.
혹은 남편이 실직하고 먹고 살기 힘들어지자 이미 낳은 아이들로는 내 유전자 계승이 어렵다는 판단하에 또 아이를 낳는다. 즉 애를 많이 낳아서 생존의 확률을 올린다는 것.
오묘하고 신묘한 몸의 동물적 생존에 의한 판단.
학교에서 배울 때 정자는 머리와 꼬리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 머리가 방패 모양인 정자도 있고
머리가 창 모양으로 생긴 정자도 있다. 생김새대로 그들은 전투 정자이다.
여자의 몸속에서 적(다른 남자의) 정자를 만났을 경우 전쟁을 위한 것이다.
오랫만에 사정하면 늙은 정자의 수가 많다거나 빈도가 높으면 미성숙 정자가 많다거나, 두 개의 정자가 동시에 진입을 하여도 난자가 "단 하나의" 정자를 "선택"해서 수정을 한다든가,
여러가지 알지 못했던 흥미로운 내용들을 알게 되고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쉽게 사람들과 대화의 소재로 삼을 수 없지만 종종 필요에 의해 꺼내서 이야기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아직 아이가 들어서지 않는 부부에게 위로를 건네기 위해 이 책의 일부를 꺼낼 수 있다.
보통 불임 부부들은 배란일에 맞춰 의무적으로 "시간표"대로 관계를 갖고 임신을 꾀한다.
하지만 그런 의무적인 관계일수록 실패 확률이 높다. 긴장감과 만족도가 떨어지고, 정자의 건강성도 떨어지고.
우리의 몸은 갑자기, 스케쥴에서 벗어나 배란을 하기도 하고, 또 갑자기 떠난 낯선 여행지에서의 관계라든가, 어떤 로맨틱한 순간에 두 사람 다 충분히 원할 때 임신의 가능성이 높다거나.
또 아내가 동창회를 다녀온다거나-부부가 떨어져 있는 시간을 갖는다면 아내의 몸 속에 다른 남자의 정자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아, 그런 의심에 의해 열정적 관계를 갖고 임신 될 확률도 높다.
뭐 이런 것.
서구의 성 관념 + 종족 보존이라는 입장에 입각해서 쓴 글이기에 "대한민국적 성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겐 불편한 부분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 정도는 개인이 알아서 걸러내고 취할 것만 취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