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산의 마지막 습관 -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것 ㅣ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
조윤제 지음 / 청림출판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다산 정약용에 대해 편린처럼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다산의 마지막 습관>을 읽고 완전히 뒤집어졌다.
지금껏 조선의 천재, 정조의 꿈을 현실로 이루도록 만든 위대한 인물.
새로운 사상에 마음을 열고 끝없이 탐구할 줄 아는 지성인.
어려움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사람(백성)을 위해 여러 책을 출간하며
행동하는 지성, 학자이자 선비이며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한 지도층이라는
빛나는 면들의 강렬함에 눈이 먼저 쏠렸던 것 같다.
탁월한 문재, 성균관 중에서도 독보적인 재주. 왕의 총애와 인정을 받아
마흔이 채 못 된 나이에 화려하게 승승장구 했던 그 시절을 스스로
'나를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회고하는 다산 정약용.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먼 땅으로 귀양을 떠나고 '폐족'이 되었다고 말하는
정약용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처음 이 책에 호기심을 갖게 된 것은
조선의 천재는 과연 어떤 습관을 만들었길래 성공할 수 있었을까? 하는
다소 얄팍한 자기계발 1장 같은 이유였다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자신 뿐 아니라 자신의 가문 전체가 암흑에 빠져
재기나 앞으로의 희망조차 꿈꿀 수 없는 말 그대로 철저한 고난과 시련의 시간에서
무너지거나, 도피하거나, 화를 내고 원망하거나, 자존감을 잃지 않고
자기를 이 세상에 돋보이게 만든 '학자'로서의 정체성을 깊이 깨달아간
다산의 모습에서, 외부의 그 어떤 압박과 비극에도 잠시 휘청일지언정
삶의 의미와 가치, 목적을 놓지 않는 진정한 자기계발을 배우게 되었다.
<다산의 마지막 습관>은 아이러니하게도
다산이 가장 기본이며 처음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의 서사다.
기본.
말이 쉽지, 지키기 정말로 어려운 것이 기본 아닐까 한다.
어려워 보이지 않고 간단해 보이는 일일수록,
누가 들어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일수록
철저하고 꾸준히 -누가 알아주든 그렇지 않든- 지키기는 쉽지 않다.
오죽하면 <우리가 배워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같은 책이 있겠나.
다산은 그 기본을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자의 <소학>에서 찾았다.
주자가 <논어>, <맹자>, <예기> 등 백여 권의 고전에서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을 추려내어,
교육, 인간의 길, 수양, 고대의 도, 아름다운 말, 선행의 여섯 편으로 묶은
<소학>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는 자세를
아이들이 배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다독이며 끝없이 알려주는 책이다.
다산은 <소학>에서 특히나 수신을 강조하였다.
앎은 이미 충만하고 인정받은 다산이, 앎=지식 만으로 아름다워지지 않는 세상에
최악의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바로 세우고, 큰 일을 이룰 수 있게 하는 '수신'의 태도와
<심경>으로 내면을 다스리며 풍파에 의연히 버티고 묵묵히 도리를 다하는 것.
자신의 모습이 곧 부모의 등처럼, 자식과 후대에게 귀감이 될 수 있도록
일상에 중독되지 않고 스스로를 경계하며 매일 성장하는 '어른'의 삶을 사는 것.
그것이 다산이 인생의 후반부에 꺾이고 무너졌을지언정
본분을 돌아보며 주어진 삶을 다시 나아가고자 마음먹고 실천한 마지막 습관이다.
책을 읽으면 곳곳에 좋은 말들이 너무나도 많다.
고전이 괜히 고전이 아니고, 위인은 허명이 아니라는 것을 마음 깊이 느끼게 된다.
좋은 글귀를 따로 옮겨 적어놓고
마음이 흔들리거나 기본이 흐트러질 때마다 읽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