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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어 필 무렵 - 드라마 속 언어생활
명로진 지음 / 참새책방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현실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빡빡하고 지루한, 또는 더없이 남루하게 느껴지는 어느 날.
어디 멀리 갈 것도 없이 편안한 차림으로 누구 눈치 보지 않고 잔뜩 흐트러져서
TV 앞에 앉아 익숙하게 틀어놓는 드라마를 따라 올 것이 없다.
등장하는 배우들의 얼굴은 낯익어도,
그들이 TV속에서 살아내는 삶은 조금씩 바뀌어 있으므로
그 세계관에 몰입이 되는 순간, 그들은 캐릭터이고 현실은 아니지만
함께 웃고 울고, 화내고 감동하고 어느새 종영이 다가오면
아껴먹는 디저트처럼 몇 화나 더 남았나 아쉬움과 그리움을 갖게 하는 드라마.
그래서 좋아하는 드라마가 끝나면 대본집도 사고, 굿즈도 사고.
카페나 SNS에서 (나같이) 애정을 놓지 못하는 팬들의 덕심을 보기도 하는데
<동백어 필 무렵>은 그런 의미에서 너무 즐겁게 읽은 책이다.
저자 명로진은 배우이자 작가로 스스로를 소개한다.
1991년에 방송담당기자로 경력을 시작하여 드라마 취재를 하던 중
드라마의 이름있는 조연(킬러 역이었다고)에 캐스팅되어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고.
무려 40편의 작품에 출연한 다작 배우이자, ^^
<나는 활자중독자입니다>, <전지적 불평등 시점> 등
사회와 문화에 대한 비평과 유머를 담은 저서를 50여 권 낸 작가이다.
이런 글과 말의 맛/멋을 아는 사람이 소개하는(혹은 영업하는!) 드라마라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드라마 속 언어생활을 중심으로 드라마를 이렇게도 저렇게도 다시 본다.
이 말(대사)을 할 때 캐릭터의 마음은 어땠을지,
그들의 대사를 화면 밖에서 보고 있던 시청자들의 마음엔 어떤 울림을 가져왔는지
유쾌하고 재미있는 수다를 마구마구 떠는 중년 아저씨의 드라마+캐릭터+대사 사랑을
예전 드라마부터 최근 드라마까지 다루고 있다.


드라마를 소개하며 프로그램 정보, 연출, 극본, 출연진들을 정리하여
감독이나 작가를 좇아 '정주행'의 길을 떠나는 시청자에게 좋은 팁이 되고
캐릭터의 이름이 아닌, 주연배우 이외의 가물가물(죄송)했던 배우들의 이름도
꼼꼼히 머리 속에 다시 입력할 수 있어 좋다.
드라마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드라마 속 명대사는 기본이고
그 드라마를 보면서 작가가 가졌던 생각, 느낌, 그리고 다른 콘텐츠로의 확장이
진솔하게 진행되어 책을 읽으며 '연관검색어'를 슬쩍- 들여다본 기분도 든다.

가끔 '추신'으로 드라마와 출연진에 대한 열렬한 사랑고백을 하는 모습을 보면
드라마 덕후로서의 동질감도 느낀다. ㅎ

코로나19의 백신이 상용화되기 전까진
아무래도 집콕 생활을 기본값으로 해야할 것 같다.
이제 겨울도 다가오고, 따뜻한 집 안에서 부들부들한 담요를 두르고
손끝이 노래지도록 귤을 까먹으며(혹은 각종 야식도 좋겠지 ㅎㅎㅎ)
드라마 몰아보기를 하기 좋을 때다.
도장깨기판은 <동백어 필 무렵>의 차례가 준비해주었다. ^^
새로운 드라마도 있을 것이고 이미 여러 차례 본 드라마도 있을터이다.
혹은 내가 너무너무 재밌게 본 드라마가 여기엔 실려있지 않아 의아할 수도.
모두의 입맛에 맞는 드라마부터 매니아를 만들어낸 드라마까지!
드라마의 세상은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마냥 넓고도 좁아서
어느 열쇠구멍으로 들어가느냐에 따라 하게 될 모험도 달라지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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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