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건너다
홍승연 지음 / 달그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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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이 주는 위로가 있어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갑자기 찡-해져서 

눈물이 난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는데.

역시 그런 동화책을 만났습니다.


<슬픔을 건너다>

빨간색 표지가 인상적이죠?

표지의 느낌도 정말 부드럽고 좋아요.

빤질빤질한 재질이 아니어서, 표지만 몇번씩 쓸어보는데도 기분이 좋네요.


저 아래, 유리병에 동동 매달린 아이가 주인공이에요.

까맣게 나올 때도 있고, 하얗게 나올 때도 있어요.

표정을 짐작하기 어려운 얼굴입니다.

그러니, 언제고 읽을 때마다의 내 얼굴이 곧 그 표정이 될 거에요.


그런 날이 있어.


당연했던 일상이

간절한 희망으로 변해 버리는

그런 날.

.

.

.

나를 둘러싼 세상이

너무도 낯설게 느껴지는,

그런 날.




누구에게나 있는 '그런 날.'

그런데 오늘 내가 '그런 날'이 아니었다면, 그래서 외롭지 않았다면.

누군가는 오늘이 '그런 날'일 수도 있었겠다. 하는

짠한 마음이 들었어요.


나의 외로움, 괴로움, 속상함에 파묻혀 있다보면

다른 사람 몫까지 챙기기란 불가능하지만

내가 그렇지 않을 때는 주위를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글밥은 많지 않아요.

동화책이니까요.

어려운 말도 없어요.

그래서 더 몇 번씩 읽게 됩니다.


청소년 이상 성인들이 읽으면 좋을 힐링동화책이에요.



온통 흑백의 뾰족뽀족한 공간 속에 있었던 캐릭터가

점차 색을 찾고, 부드러운 선 안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어느새, 그 캐릭터만큼 독자도 회복과 치유가 이뤄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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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이혼 2
모모세 시노부 지음, 추지나 옮김, 사카모토 유지 원작 / 박하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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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최고의 드라마로 인기리에 방영된 <최고의 이혼>이

한국에서도 방영되고 있습니다.

차태현, 배두나, 이엘, 이장현 배우가 주인공을 맡았지요.

이제 막 2막이 시작되려는 시점에서 도서 <최고의 이혼 2>를 소개합니다.


일본 감성 드라마는 좀, 호불호가 갈린다고 해야할까요? ㅎ

그 특유의 비장한 대사나, 갑작스런/만화같은 표정 및 이야기 전개는 

한국 드라마의 그것들과는 꽤나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일본 원작을 한국화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오면

한국 시청자들에겐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소소한 설정들이나 대사들을 한국 스타일로 바꿔

어색하지 않고, 있을 법한 이야기와 상황, 대사로 

극중 캐릭터가 각자의 아픔을 딛고 성장해가는 드라마로 진행되고 있어요.




하지만, 역시나 '번안'의 느낌을 아예 벗을 수 없어서

아무래도 원작 드라마나 소설이 궁금한데요.

드라마의 한국 방영에 맞춰 <최고의 이혼2>도 출간되었습니다.


소설 속의 대사들은 글자로 나와 있어서 그런지 낯간지럽지 않고

영상보다 훨씬 더 마음에 와 닿아요.


TV속 캐릭터들의 선택이 못마땅하거나 다소 억지전개처럼 느껴져도

책으로 읽으면, 그들의 내면 속속을 알 수 있어서 그런걸까요?

더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되는 기분입니다.


특히, 책 뒷면에도 나온 이 부분은 

뭐라 말하기 복잡한 결혼과 이혼, 

혹은 사랑이나 열정이 내 맘대로 유지되지 않는 과정을

군더더기없이, 바로 탁- 이해되도록 묘사하고 있어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통조림과 캔 따개를 통해서 말이죠.

사랑한다고 생각해서, 함께 행복하고 싶어서 결혼했는데

도저히 함께 지내면 행복해지지 않아 이혼하게 되는 커플들의 이야기는

어찌보면 이젠 흔해진 소재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둘의 세계가 무너지고, 

새로운 세상으로 뚜벅뚜벅 걸어나가야 하는

두려움과 기대감. 외로움과 홀가분함. 지침과 다시 일어섬의

상반되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독자의 호응을 얻는 '인기작', '베스트셀러' 

혹은 그를 넘어선 '힐링작'이 되는 것 같아요.


<최고의 이혼1>에 이어 <최고의 이혼2>는 

등장인물들의 한층 깊어진 감정들이, 

훨씬 현실적이고 아픈 대사와 평범하지만 곱씹을수록 맛이 나는 문장으로

곳곳에 놓여있어요.


드라마에 '명대사'가 많다더니, 다 원작 덕분이군요.

내용이 궁금해서 페이지가 훌훌 넘어가다가도

마음에 텅- 하고 울림을 주는 문장에서 잠시 쉬어가게 되는 책입니다.


"당신을 이상하다고 말했지만 

아무래도 누구보다 이상한 건 저인 것 같습니다.

많은 일들을 제대로 조절할 수 없어요.

좋아하는 사람과는 살면서 마음이 맞지 않고,

마음이 맞는 사람은 좋아지지를 않아요.

저는 당신의 말이나 행동에는 하나도 동의할 수 없지만

그래도 좋아해요.

애정과 생활은 언제나 충돌하지만 

그건 제가 살아가면서 떠안아야 할 무척 성가신 병입니다." (p.49)



"흔하디흔하고 모두가 공감하는 고민이 제일 괴로운 거야." (p.177)



극적이거나 로맨틱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실감나고 내 얘기같은 연애/결혼/이별/이혼/만남/헤어짐의 책.


원작 속의 주인공들 모습이 궁금할 때

좀 더 그들의 입장에서 상상해보고 싶을 때

글이 영상으로 구현되며 변하는 세계를 비교하는 재미를 원할 때

책을 집어들게 되나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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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는 않지만 괜찮은 여행 -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유쾌한 노부부의 여행 이야기
홍일곤.강영수 지음 / 라온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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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은 이제 특별한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다.

돈을 모아 평소 가보고 싶었던 곳으로 훌쩍- 떠나고픈 사람들이 많지만

아무래도 걸리는 것은 언어와 체력. 그리고 나이.

그래서 '자유여행'같은 '패키지' 여행이 인기를 끄는 게 아닐까 한다.


여기, 칠십이 넘는 나이에 배우자와 함께 여러 나라를 다녀온 작가가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괜찮은 여행>의 작가 홍일곤님과 강영수님이다.


문과 남자인 홍일곤님은 호기심도 많고 학구파이다.

50대에 혼자 처음 여행을 시작했고, 여행을 떠나 기 전 책으로 공부한다. 

좋은 풍경을 아내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70대인 지금도 

일 년의 절반은 부부가 해외에서 여행을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

 

이과 여자인 강영수님은 남편과 주말부부로 오래 떨어져 살았다.

40년이 넘는 결혼 생활 중 한 집에서 산 기간이 절반도 안된다.

해외여행을 처음 시작할 때는 밖에까지 나가 안 싸우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여행은 정신을 다시 젊어지게 하는 샘이다"는 안데르센의 말처럼

계획대로만 되지 않는 여행지에서 설렘과 행복, 기대감과 감동을 느낀다.



여행지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유럽이나 중국, 미국에 그치지 않고

멕시코, 알바니아, 요르단, 밀라노, 산티아고, 인도네시아, 쿠바, 아이티등

지구의 곳곳을 망라하고 있다.

이쯤되면 이들 부부의 친밀감과 경제력만이 아니라 체력까지 부러워진다. ^^ 


여행마다 깊은 고민과 생각을 하고 떠나며

여행지의 참모습을 살펴보기 위해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진짜배기 일상에 기꺼이 뛰어들어 새로운 경험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두 여행자의 모습을 책으로 읽으며 '나이'에 대한 선입견을 잊어버렸다.


TV에서 여행을 다루는 인기있는 프로그램들을 보다보면

여행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결국 사람들의 관심을 잡아끄는 

가장 매력적인 요소가 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흥미롭다.


단순히 새로운 것을 보고 감탄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저자의 언어구사능력이나 폭넓은 역사지식으로

여행지(명승지나 역사적인 장소)의 참 맛을 음미할 수 있게 만드는,

살아온 세월만큼 넓은 식견과 깊은 통찰을 함께 얻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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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고쳐서 산다 - 후회하며 살 수는 없으니까
강지훈 외 지음 / 헤이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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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고비는 대나무의 매듭처럼 온다.

내가 알지도 못하고 넘은 고비도 있고, 

남들이 보기엔 작은 턱에 불과한데 그 앞에 선 나는 한없이 쩔쩔 매기도 한다.

고비가 많다보니, 그려려니... 하며 체념하고 

남은 생을 수동적으로 '살아지는' N포 세대 혹은 무민세대.


"이번 생은 망했어!" "00는 다음 생에..."라고 자조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내라거나, 때에 맞지 않은 (그러나 구구절절 맞는) 위로를 건네지 않고

그저 자기가 견뎌낸 '고비'에 대해 담담하게, 때론 격정적으로 이야기하며 

여전히 치열하게 발버둥 치고 있음을 고백하는 9명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자기의 매우 개인적인 아픔과 실패, 도전과 좌절, 버티기를

사람들에게 털어놓은 책이 <인생, 고쳐서 산다>이다.


처음으로 수록된 '인생관'이 마음에 쏙- 들었다.


남들은 다 잘 사는 것처럼 보여도, 각자에겐 자기 몫이 있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나도 '잘 사는 것'처럼 보인다.


저자의 이름 옆에 있는 타이틀은 한결같이 멋지다.

스타트업 공동창업자, 요리사, 게임회사 대표, 컨설턴트 겸 기획자,

글로벌 파트너쉽회사 대표, 화가, 경영학자, 콘텐츠 기획자, 연쇄 창업가.


남들은 되고 싶어 마지 않는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인생을 _____________게 산다' 를 슬쩍 들여다보는 재미와 함께

괜히 이들의 '(좌절을 극복하고 끝내 일어나 이루어 낸)성공 스토리'를

부러워하며 읽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첫 장부터 쎄다.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고난을 완전히 '극복' 하진 못했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9명의 저자들의 진실함에 책을 더욱 집중해서 읽었다. 


대신 '우리는 우리의 선택이다'라는 말에서 나오듯,

그 순간 어떤 선택을 하고 태도를 취했느냐에 따라

지금 자신의 모습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굳이 설파하지 않아도

그들의 삶으로 보여주고 있다.


과거의 나를 원망하고, 

현재의 나를 못마땅해하고, 

미래의 나를 기대하지 않는

오히려 포기가 마음이 편한 사람을 억지로 일으키려 하지 않아서 좋다.


원래 인생이란 것은, 각자가 만지작 거리고 있는 결함있는 조각을

차마 버리지는 못하고 그 쓸모를 찾으려고 하는 불가능의 여정이라는 

작가의 견해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언제고 다시 시작하고, 각자의 지식과 경험을 쌓아가며 만들어가는 

아주 괜찮은 '당신'의 인생을 응원하며

'시간을 이기는 용기와, 고비를 넘는 노력과 상처를 보듬는 위안' 이 되고픈

특별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나만큼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마운 마음이 담뿍 들어있는 '패치' 같은 책이라 힘들 때 꺼내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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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각자의 말로 사랑을 했다
조성일 지음, 박지영 그림 / 팩토리나인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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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예쁜 표지를 해서, 이렇게 절절한 말들이 실려있다니.

반칙이다! 

남들은 (특히 TV나, 영화속의 커플들에겐) 그렇게도 반짝거리고 예쁜 사랑이

왜 이다지 나에게만 가혹한 것인지....


날씨가 추워질수록, 따스한 온기가 더욱 소중해진다.

최고는 사랑. 얼마나 연습해야 전문가가 될 지, 레벨업이 될지 기약없는 그것.


지나고 나서 깨닫게 되면 더더욱 시린 그 사랑을 깨닫게 해준 사람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 속의 말들을 조성일 작가의 감성으로 표현한 책이

<우리는 각자의 말로 사랑을 했다> 이다.


전작 <차라리, 우리 헤어질까>에서 만남과 이별 사이에서 고민하던 남녀가

결국 '이별'을 택하게 되었을 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국적이 다른 것도 아닌데,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왜 나의 언어는 너에게 다르게 들리고

너의 언어는 나에게 다르게 해석되는 걸까.



이별의 전조를 느끼지만 모른척 묻어둘 때

이런 기분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은 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을 때

그냥 지금 이 상황이 답답하기만 할 때

그래서 각자의 자리에서 방황하고 고민할 때

툭- 내뱉는 말들을 애써 갈무리 하며

"있잖아. 그냥. 아니다." 했던 적이 한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지나치지 못할 글. '오늘은 여기까지'



이별 뒤 "우리는 정말 사랑을 한 걸까?" 라며

내가 했던 사랑을 지워버리지 말자.


잊으려고 애를 쓸 때도,

애쓰지 않아도 잊어버리고 살 때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함께 한 그 감정과 시간의 결이

나의 한 부분이 되어 생생하게, (때론 구질구질하게;;;) 살아 있음을

아프게 느끼는 순간이 "사랑을 했다"고 느끼는 순간일테니.


이별을 마냥 곱씹고 보듬고 아름답게 꾸미지 않는다.

조성일 작가의 글은 지나치게 간지럽지 않다.

박지영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 속 얼굴은 표정이 없다.

그래서 좋다.


담담하게, 지나간 사랑의 의미를 읊조리고

앞으로 다가올 사랑을 모른 척하지 않을 용기를 가만가만 북돋우고

사랑을 하고 있든, 했었든 언제나 소중한 '나'를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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