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가 - 전 세계 학습혁명 현장을 찾아 나선 글로벌 탐사기
알렉스 비어드 지음, 신동숙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4차 산업혁명'은 이제 익숙하게 된 말이고 어디에서나 써먹는 말이 되었지만

과연 4차 산업혁명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기껏해야, 예전 기계가 노예/인력의 대부분을 대체한 것처럼

이젠 훨씬 복잡해지고 고도화된 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였고

지금 존재하는 직업의 대부분이 사라질 것이라는 위협감이 드는 정도이고

그것이 언제 이루어질지 (혹은 이미 어느정도까지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앞서가는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가> 책의 내용이 궁금했다.

이 책은 남들보다 1등급이라도 앞서기 위해 어떤 학습법이 적용되는지

아니면 유난히 선행학습을 시키는 학부모들의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는지에

관한 책이 아니다.


꽤나 두꺼운 (558페이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읽기 어렵지 않았던 것은

이것은 비단 '아이들'에 관련된 책이 아니라는 점과

다양한 형태의 학습이 평생에 걸쳐 일어나야 하는 점, 

왜 인간은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고 고민할 질문과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겠다.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 뿐 아니라, 앞으로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 지

그리고 그 시대를 맞아 낙오되지 않고 누리며 살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할 지가

궁금한 사람들이라면 모두 읽어볼 만한 내용이 실하게 담겨있다.


저자는 영어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10년간 교육계에 몸 담은 사람이다.

전 세계 중에서 교육에 관심이 높거나, 교육에서의 스타트업을 이룬 나라들을

직접 누비면서 교육 전문가 100여명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21세기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모색한다.



특히, 현재 취학아동들을 두고 있는 부모 세대라면

본인들이 받았던 교육과 현재 아이들이 받고 있는 교육의 변화를 

확실히 느끼며 놀라워하거나 힘들어하고 있을 것이고

교육이 단지 교육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이 어려운 교육의 시기를 현명하게 넘어가서

준비된 모습으로 사회에 나오기를 바랄 것이다.

아니, 최소한 어려움 앞에 좌절과 포기로 인생의 시간을 허망하게 보내지 않길

무엇보다도 바랄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아이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믿는 것이다.

소위 '라떼충'이나 '꼰대'소리를 듣는 어른 세대가 하기에 가장 어려운 일이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고, 가성비를 운운하고 효율성을 강조하며, 

한 번 벌어진 격차를 메우기에 너무나도 어려운 우리나라의 현실상,

나의 아이는 인생의 쓴맛을 보지 않았으면 하는 부모의 간절한 마음을 내려놓고

담대한 마음으로 아이들이 자유롭게 시도하고 도전하고 성장하기를 

기다려주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부모인 나는 기다려줄 수 있지만, 톱니바퀴처럼 착실히 돌아가는

학교와 사회라는 시스템과 '00는 00해야 한다'라는 공동체성을 강조하는 문화가

나의 아이를 기다려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부모나 학교만 바뀌어서는 '어떻게 배우는가'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빠르게 바뀌는 세상이지만,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여유롭게 대처해야한다.


인간과 기계의 하이브리드 시대이다. 

로봇 교사, 인터넷 학습, 온라인 러닝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정말 '인간' 교사는 더 이상 필요없는 존재인가?


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단지 직업적 의미의 '교사'가 아니라 아이들이 배울 수 있도록 

새롭게 생각하고, 더 잘하고, 더 깊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교사'로서의 

어른들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인간의 배움에는 상호작용이 필요하고, 뇌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우리는 동기, 능력, 자극의 균형을 맞추어 아이들이 행동하게 만들어야 한다.

학습과 경험을 다양하게 하여 지능과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자극적인 요소들에 막혀 보이지 않는 '학습'의 재미없음의 한계를 극복하도록

관심과 참여를 유발하고 창의력과 체계성을 갖추어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작가의 주장이다.


사실, 이미 익숙한 표현들이어서 새로운 주장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의 진가는 뉴욕, 런던, 파리, 헬싱키, 서울, 홍콩 등에서 건져올린

인터뷰와 사례연구/조사에 있다.


기존에 '선진국' 교육이 보다 자유롭고 허용적일거라고 생각했던 것을

완전히 뒤집은 사례는 영국의 KSA 소개였다.


영국 전체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문인 KSA에서

학생들 대다수가 무상급식 대상자일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렵고

입학하는 11세 학생들의 평균보다 뒤떨어졌던 읽기와 쓰기 실력이 

학교에서 배운 5년 동안 현격하게 증가한 결과를 가능하게 한

하이멘도르프 교장은 고작 30대 중반에 이른 사람이다.


그는 학생 모두를 좋은 대학에 보내겠다는 

(우리나라에서 했으면 비난받았을) 단순한 목표에서 출발하여 

시간을 많이 투자하면 더 많이 배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역시 난리가 났을) 추가 학습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규 수업시간을 오전 7시 25분부터 오후 5시까지로 확대했다.

여름 방학에도 2주를 더 공부하고, 

방학기간의 매일 저녁 2시간씩 숙제를 시켰다. 

폭넓은 교육보다 깊이 있는 교육을 강조해서 

'수학'과 '국어(즉 영어)'를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학생들의 공부 근육을 발달시키고 흥미를 강화하고 

집중력과 인내심을 키우며 서로를 칭찬하며 예의를 갖춰 대하도록

따뜻하면서도 엄격한 기준을 두고 생활하도록 했고, 

학생들에게 엄청나게 높은 기대치를 적용했다.



매년 새로 입학하는 학생의 수가 60명에 불과하고 

교사들이 특정 학년을 도맡아 가르쳐서 

아이들과의 관계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우리나라와 혹은 다른 국가의 일반적인 학교와도 

매우 다른 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어느 나라의 어느 교육이나 장점과 단점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차이점은 다양한 교육적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을 얼마나 허용하느냐에

학습/배움/가르침의 질적 양적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마냥 비판하는 대한민국의 교육이 어느 나라 (미국같은)에서는

선진적이고 아이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학습 방식이라고 권장되기도 하고

창의성을 키워주고 자유를 강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라의 교육이

오히려 학생에게 한계까지 가서 잠재력을 발휘할 수 밖에 없도록

더 빡빡하게(!) 요구하고 있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든 차이에도 공통으로 수렴되는 '학습혁명'의 원칙은 있었다.

1. 평생 배운다.

2. 비판적으로 사고한다.

3. 창의성을 발휘한다.

4. 품성을 개발한다.

5. 일찍 시작한다. (조기교육이 아닌 유아기 교육.이지만 그 말이 그 말 아닌가;)

6. 협력을 강화한다.

7. 가르치는 연습을 한다. 

8. 기술을 현명하게 사용한다.

9. 스스로 미래를 건설한다.


교육의 미래는 학교, 교사, 교육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당연하게도 시스템을 이루는 것은 사람들의 관계이고

사람들은 이 시스템을 변화시키기 위해 공동의 의견을 반드시 모아,

목표와 성취방법을 바꾸려는 합의, 집단 지능/지성을 이뤄야 한다.


막연히 생각하고 있던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거다'라고 짚어주지 않는다.

좋은 예를 제시하며 따라하라고, 정답이 여기있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지금, 여기,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교육에 대해  

조금 더 엣지있게 각을 잡고, 비판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라고 촉구한다. 

그리고 그 합의대로 각자의 위치에서 변화하고 행동하라고 촉구한다.


결국, 기계가 인간을 대신할 수 없도록 끝까지 지킬 수 있는 힘은 '교육'이며

그것은 '배우고자 하는 호기심과 힘'을 키워주는 인류의 소중한 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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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에 은퇴하다 - 그만두기도 시작하기도 좋은 나이,
김선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40세.

내가 40세가 된 것을 생각한다면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조금 멈칫- 하지 않을까 한다.


만약 당신이 아직 20대의 피끓는 청춘이라면, 40세라는 나이가

"하아.. 나도 이제 꼰대..." 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고

당신이 50대의 원숙한 중년이라면, 40세라는 나이가

"하아... 그 때 아파트를 샀어야 하는데..." 같은 후회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무엇이든 그 때 시작했어야 늦지 않았다는 2번째 기회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


한국에서 40은 그래서 가장 어려운 시기이다.

20대의 열정, 30대의 패기와 경험이 40대에 와서 '노후준비'로 매몰되는 것은

아무래도 100세 시대에서 오래도록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마지막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시기가 그 때라고 생각해서가 아닐까 싶다.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중지' 버튼을 선택한 사람이 있다.

<40세에 은퇴하다>의 저자 김선우씨가 그런 사람이다.


남들의 눈을 의식해서 (누가 그러지 않겠느냐마는) 

남들이 해보는 것은 어떻게든 흉내라도 내고

남들 안하는 건 일말의 의문도 없이 절대 안하는 '무난한 삶'을 살았다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그가 왜 40세에 은퇴를 선언하게 되었을까?


로또라도 된 것인가? + 왠만한 로또라면 쉽지 않을텐데, 역시 금수저?

라며 궁금함에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작가가 40세에 은퇴를 하겠다는 결심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것은

아내의 미국 유학과 그로 인한 기러기 생활이 계기가 되었다.

역시 약간의 충동과 고난(!) 그리고, 40이라는 나이가 주는

"제대로 된 인생을 살고 싶다" 하는 센치한 감정은 인생을 바꿀 일을 만든다.


한국의 메이저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을 했지만

외국으로 나갔을 때는 딱히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던 저자.

그는 열심히 공부하고 안정적 직장에서 괜찮은 대우를 받았던 사람들이 

하게 되는 고민을 남들처럼 똑같이 열심하고 착실한 태도로 밟아나갔다.


기술도 없고, 언어도 안 통하는 데다가 친한 사람들도 없는 외국 생활은

그래서 저자로 하여금 '돌파구'를 찾도록 만들었고 

과거에 견고하게 쌓아올렸던 한국에서의 자아를 성찰하게 만들었고

남들에게 보여주고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살고 싶은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게 만들었다.






말하기는 쉽지만 실천하기에 쉽지 않은 것들을 위해

1장 내려놓기

2장 뻥치지 않기

3장 소비 줄이기

4장 끊기


의 과정을 읽어내려가며, 

'은퇴'라는 것은 직장이나 사회적 지위에서만의 그것이 아니라

어쩌면 인생에서 불필요한 군살같은 것들을 차근차근 정리하면서

홀가분한 삶과 가뿐한 죽음을 준비하는 것과 같은 일이 아닐까 싶었다.


매일 내일이 올 것처럼 살지만, 

누구도 자기의 죽음의 시간을 정확하게 모르는데

그렇다면 나의 '삶'은 어떤 의미로 채워지기를 바라는가. 에 대해 

고민하는 시작점이 바로 직장에서의 은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세상의 법칙이라든지, 불안감을 증폭시켜 월급의 노예로, 

집의 (정확히는 대출금의) 빚쟁이 혹은 은행과의 공유자로 살아가는 것이

'남는 것'이라는 일종의 안전장치같은 사슬에서 조용히 빠져나와

스스로 강해지며, 있는 그대로 즐기는 태도를 갖추려고 하는 

기본으로 돌아가기를 노력하며 실천하고 있는 모습을 읽다보면

'과연 저게 우리나라에선 될까? 하다가도

어느새 부럽고, 응원하고 싶고, 저 시도가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남들과는 다르게가 아직은 용기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남들과 다르게 살다가, 아무 준비도 되지 못한 상태에서 

그저 내버려지면 어쩌나 겁도 난다.

그래서 과거의 나와는 다르게 살자는 작가의 다른 선택지에 마음이 간다.


할 수 있는 자유와 하지 않을 자유를 균형감있게 누리고

내가 늘 배우고 성장하는 존재임을 기뻐하고 

나아가 그것을 누군가를 위해 사용하고 

사회와 공동체에 기여하는 보람을 느끼기에 딱 좋은 나이.

그게 바로 40. 혹은 독자가 결심할 너무 늦지 않을 

언젠가의 그 나이가 아니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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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여섯 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선재 지음 / 팩토리나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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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시가 지나서 어딘가로 나서는 저 빨강머리 사람의 표정은 얼마나 가벼운가.

분명 여섯 시면 공식적인 업무 종료이지만,

내 능력이 부족해서인지, 일이 여기저기 토스를 거치며 스피드가 느려져서인지

아니면 막판에 (칼퇴를 꿈꾸는 줄 어찌 알고서!!) 별 거 아닌 사소한 일이라며

툭- 하고 던져주신 일감 때문인지 절대 사무실을 벗어날 수 없다.


6시에 제2의 자기 삶을 위해 홀연히 일어나는 사람들이 부럽지만,

"뭔가 믿는 구석이 있나" 싶기도 하는 불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남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기를 흘끗거리다가

그마저도 지쳐서 제2의 삶이고, 저녁의 삶이고 다 필요없고

그저 얼른 집에 가서 눕고 싶은 요즘에 이 책을 만났다.


깔끔한 표지이지만 결코 가볍기만 한 내용이 아니라서 

쉽게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가 없었다.


나의 정체성은 무색무취, 어디에도 끼워맞출 수 있는 직장인이 되어버렸는데

저자 이선재는 각자 고민의 근본적인 원인을 깊이 생각해보자고 하며

'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회사를 바꾸거나 그만 두어도 결코 풀릴 수 없는/변할 수 없는 '나'의 문제.

6시 이후에 새로움을 꿈꾸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이

'나'라는 사람에 대하여 R&D해보며 '나-직장=0' 의 삶에서 탈출한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아니 주말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며

주말에도 격렬하게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멍- 하게 머무르다가

하염없이 흘러가는 시간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다시 주말을 기다리는

무기력 중에서도 중증에 빠졌을 때 이 책을 읽으며 처음 든 생각은

솔직하게 말하면 시기심이었다.

아무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음에도 "나는 바쁘고, 힘이 들고, 여유가 없고-"

하며 이유를 주워삼기는 모습을 인정하고 나서 비로소 받아들인 것이

나를 가장 위하고 아끼는 것처럼 보였던 나의 안전제일, 현상유지, 위험회피가

가장 나를 밋밋하고 재미없게 만들며 무엇보다 내 인생에서 '나'스러운 색깔을

표백제로 빨래하듯 말끔히 지워버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언젠가 우리 모두 배에서 내려야 할 때가 있음을 알지만

망망대해에서 둥둥 떠내려가고 싶지 않아 구명보트만 꼭 움켜쥔 채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퍼런 파도와 하늘을 번갈아 보며.

그 자리가 싫고 의미를 찾을 수도 없지만, 왠지 벗어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서퍼'가 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불만족스러워

그것을 가리기 위해 이런저런 이유를 가져다 붙이는 현상을 인정한다면

이제 모험을 떠날 때이다.



드넓은 세상으로 나아간다고 집이 초라해지지 않는 것처럼,

<딱 여섯시 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6시까지 직장에서의 삶도 열심히, 좋아하며 살려고 한다.

직장인으로서의 나도 내 인생의 꽤나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데

그 시간이 괴롭다면 6시 이후의 삶에서는 더 많은 보상을 원하게 되고

세상 일이라는 것이 내 맘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지극히 당연할진데

조금의 풍랑을 만나면 금방 깨지고야 만다면, 

고민-결심-실행-위기-포기-고민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올리가 없다.


그래서 남들 보기에 거창하지 않아도

정해진 길대로 가지 않는 '딴짓' (혹은 '허튼 짓')이어도

우리는 시도하고 경험하고 지속하며 만족을 얻을 권리가 있다.



물론 권리가 있다면 의무도 있다.

게임처럼 안전지대를 벗어나야 몹도 만나고, 경험치도 쌓고, 아이템도 얻고

레벨업도 하게 되는 것이니 '일하는 나'라는 캐릭터를 키운다고 생각하고

머리 속으로만 시뮬을 돌릴 것이 아니라 직접 부딪혀 보아야 한다.

귀차니즘과 아무것도하기싫어병에서 탈출해서,

"내가 아니면 누가, 지금 아니면 언제" 정신으로!


사실, 퇴근 이후의 삶에서 돈을 얻고자 하지 않는다면

선택지의 범위는 무한대로 뻗어나간다.

돈은 6시까지, 내 삶의 가치는 6시 이후부터로 노선 정리를 확실하게 하는 것이

삶을 조금 더 거칠지만 풍요롭게 만들어준다는 8명의 탐험가들의 

솔직하고 담백한 이야기를 읽다보니 

당장은 이들처럼 '실행'에 옮길 에너지를 확보하진 못하고 있지만

마냥 웅크린 채로 투정하듯 '힘들어, 힘들다구. 의미없어' '복세편살'만 

웅얼거리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내가 사는 인생. '나'라는 색깔이 흠뻑 묻어나게 살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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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도 마음대로 정리할 수 있다면
식식 지음 / 책밥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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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마음을 자기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은 걱정이 없겠다.

머리가 아무리 맞는 이야기를 논리와 이성을 갖추어 이야기 해주고

무엇을 어떻게 왜 해야하는지는 잘- 알겠지만

마음이 마지막에 브레이크를 밟아버리면 옴쭉달싹 못하고야 마는 사람이라면

이 제목을 읽으며 자조적인 웃음이 날 수 밖에 없다.


<마음도 마음대로 정리할 수 있다면>은

<감정에 체한 밤>으로 독자들의 감정을 한껏 건드려 준

식식작가의 신작이다.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가, 환절기마다 옷을 정리하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때 탄 마음을 깨끗이 빨아 햇빛에 뽀송하게 말려

차곡차곡 각 잡아 개어놓고, 언젠가 새롭게 느낄 날을 위해 서랍 속에

잘 정리해두었으면 좋겠다는 발상이 재밌다.


옷이 여기저기 계절감없이 구겨져 수납되어 있다면

몇 년 동안 입겠거니- 하고 정리하지 않은 것들이 켜켜이 쌓여있다면

옷장을 열 때마다 한숨이 나겠지.


공간이 비어야 새로운 옷을 사서 깔끔하게 넣을 수 있는 것처럼

사람의 감정도 비우고 덜어낼 것들을 골라내어보자는 작가의 제안에

덥썩 책을 집어 한 페이지씩 읽게 된다.



사람들의 기분이 모두 같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묘하게 겹쳐지는 부분이 많은 페이지들을 만나면 

그리 길지 않은 글밥임에도 쉬이 떠나질 못하게 된다.



요즘 마음이 그래서 그런지, 계속 고르는 페이지가 이런 식이다. oㅈo



뭐랄까, 마냥 밝은 글귀를 만나려고 책을 골랐다면 당신의 생각과는 다를 것이다.

마음을 정리하고픈 심경을 담은 제목을 단 만큼

오래오래 묵혀두고 애써 시선을 주지 않았지만 버리지 못하고 

꼭 껴안고 있었던, 그래서 떼어내면 아플까 건드리진 못하는 오래 된 파스처럼

진득하게 나에게 눌러앉은 감정들을 작가의 언어로 구체화 해 준 책이다.


읽고, 정리하고, 비우고, 버리거나 다시 채워넣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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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고, 도시 - 후각 청각 촉각 미각, 사감의 도시
최민아 지음 / 효형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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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많이 감각을 받아들이는 곳 시각.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은 <눈 감고, 도시>다.

시각을 제외한 후각, 청각, 촉각, 미각의 사감으로 도시를 느껴보자는 취지이다.


도시에 관한 '책'인데 시각을 잠시 접어보자는 제안이 재미있었다.

이렇게 신박한 책을 낸 저자는 최민아씨.

파리 8대학 건축학 박사, 프랑스 정부공인 건축사의 자격을 가지고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의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란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 시골의 자연과 순박함을 잠시 즐길 수는 있어도

도시의 스피드, 편리함, 그리고 익명성이 주는 자유로움을 포기할 순 없지만

또 사람들이 많은 복작복작한 곳에 가는 것은 굳이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다른 지역의 도시를 마치 도슨트의 안내를 받듯, 카페나 방에 앉아서도

재미진 곳을 탐험하기에 딱 좋은 책이 <눈 감고 도시>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오디오북이 있다면 그것으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도시의 냄새부터 시작한 책은 파리를 다룬다.

프랑스에서 건축을 공부한 작가의 이력을 드러내듯, 

책 곳곳에 유럽 건축과 문화에 대한 소소한 지식과 풍요로운 이야기가 숨어있다.


생판 몰랐던 이야기를 다룬다면 흥미를 잃겠지만

태양왕 루이 14세의 지독한 악취 때문에 향수가 발명되고

아름다운 면모에 어울리지 않는 유명한 파리의 악취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하수도를 규모와 체계에 있어 보다 철저하게 만들게 되었고,

그것이 현대 도시 관리 개념을  지하공간에 적용한 것이라는 것은 

전문가의 귀뜸이 없었으면 영영 몰랐을 터다.


하수도가 정원으로, 커피로, 와플로, 인쇄골목으로, 가구골목으로

생각하면 점점 기분이 좋아지도록 냄새에서 향기로 글을 옮겨가는 솜씨도 좋다. 


세계의 유명한 도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우리나라를 연결짓는 유려함은 내가 살고 있는 도시를 좀 더 새롭게 보게 한다.

익숙했던 공간의 냄새, 소리, 거칠거칠 혹은 매끄러운 표면이나 맛집 같은

시각에만 집중해서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에 신경을 쓰게 한다.


이를테면, 사진으로 화려한 색감을 뽐내는 연등을 보았을 때

바람에 사각거리는 종이의 소리를 상상해본다거나, 

축원을 비는 사람이 연등을 달기 위해 모래바닥을 걸을 때 사각거리는 소리로

빙그레- 웃음이 떠오르는 경험같은 것을 할 수 있겠다.


그저 지나치며 봤던 도시의 모든 물건들에는 각각의 쓰임과 사연이 있고

그 자체로 이야기를 걸고 있음을 알게 되면

그곳에 왜 그런 의자, 쉼터, 가로등, 공원이 존재하고 있는지 납득이 가며

도시의 이쯤엔 무엇을 빼고 더하면 좋을 지 생각하게 된다.



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것은 간단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안겨준다.

천천히 길을 걸어가며 그 도시를 사랑하고 잘 알고 있는 현지인의 재미난 설명을 듣고

모퉁이를 돌기 전에 후각과 청각을 이용하여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해보고

발끝으로만 겨우 느꼈던 도시의 표면들에 손을 대어볼 생각도 품게 된다.


너무 바빠서 흘러가듯 지나쳤던 도시의 풍경들에 대한 자각.

혹은 신호등이나 버스 정류장, 안내판같은 목적과 목표가 뚜렷한 것들만 

효율적으로 봤던 익숙했던 습관들을 이제 좀 느긋하고 여유롭게 바꿔볼까? 하는 전환.

책에서 소개된 각 지역의 맛집과 풍광들을 주말마다 방문해볼까? 하는 호기심까지도!

읽는 동안 가만히 멈춰있던 독자들의 마음을 달각달각 기분좋게 흔들어 주는

오감만족 책 <눈 감고, 도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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