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도 마음대로 정리할 수 있다면
식식 지음 / 책밥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기 마음을 자기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은 걱정이 없겠다.

머리가 아무리 맞는 이야기를 논리와 이성을 갖추어 이야기 해주고

무엇을 어떻게 왜 해야하는지는 잘- 알겠지만

마음이 마지막에 브레이크를 밟아버리면 옴쭉달싹 못하고야 마는 사람이라면

이 제목을 읽으며 자조적인 웃음이 날 수 밖에 없다.


<마음도 마음대로 정리할 수 있다면>은

<감정에 체한 밤>으로 독자들의 감정을 한껏 건드려 준

식식작가의 신작이다.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가, 환절기마다 옷을 정리하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때 탄 마음을 깨끗이 빨아 햇빛에 뽀송하게 말려

차곡차곡 각 잡아 개어놓고, 언젠가 새롭게 느낄 날을 위해 서랍 속에

잘 정리해두었으면 좋겠다는 발상이 재밌다.


옷이 여기저기 계절감없이 구겨져 수납되어 있다면

몇 년 동안 입겠거니- 하고 정리하지 않은 것들이 켜켜이 쌓여있다면

옷장을 열 때마다 한숨이 나겠지.


공간이 비어야 새로운 옷을 사서 깔끔하게 넣을 수 있는 것처럼

사람의 감정도 비우고 덜어낼 것들을 골라내어보자는 작가의 제안에

덥썩 책을 집어 한 페이지씩 읽게 된다.



사람들의 기분이 모두 같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묘하게 겹쳐지는 부분이 많은 페이지들을 만나면 

그리 길지 않은 글밥임에도 쉬이 떠나질 못하게 된다.



요즘 마음이 그래서 그런지, 계속 고르는 페이지가 이런 식이다. oㅈo



뭐랄까, 마냥 밝은 글귀를 만나려고 책을 골랐다면 당신의 생각과는 다를 것이다.

마음을 정리하고픈 심경을 담은 제목을 단 만큼

오래오래 묵혀두고 애써 시선을 주지 않았지만 버리지 못하고 

꼭 껴안고 있었던, 그래서 떼어내면 아플까 건드리진 못하는 오래 된 파스처럼

진득하게 나에게 눌러앉은 감정들을 작가의 언어로 구체화 해 준 책이다.


읽고, 정리하고, 비우고, 버리거나 다시 채워넣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