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고양이 카페 - 손님은 고양이입니다
다카하시 유타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다.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도 여건상 못하는 사람들은 이 책은 그야말로 판타지 소설!

멋진 검은 고양이가 해 질 무렵에 멋진 미남으로 변하며(!) 나랑 말도 한다고!!!


고양이 사랑-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일본인 저자 다카하시 유타는 

고양이를 소재로 삼은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서 사랑받고 있는 작가이다.

고양이, 원령, 에도, 사건수첩 처럼 '일본' 특유의 미스터리하면서 고풍스럽고

귀여움과 섬세함 그리고 왠지 하염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이야기로

페이지를 넘기는 독자들을 감질나게 하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


당장 이 책의 리뷰들만 봐도, 후속작을 어서 내놓으라는 울부짖음이 다수! ㅎㅎ

이 책의 재미난 세계관을 먼저 읽고, 판타지로 빠질 준비를 해보자.

(마지막 줄, '대부분 잘생겼다' 이 부분이 가장 판타지가 아닐까 ㅋ)


사람들이 편하게 지내도록 고안된 카페.

커피와 달달한 디저트가 있는 햇살이 잘 들어오며 음악이 흐르는 공간에

고양이가 한가로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생각만 해도 하루의 피로가 가신다.



책의 주인공 구루미는 출판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해고당한 사람이다.

취업수당도 이번 달이 마지막인데, 모아둔 돈도 없어 숙주와 낫또로 연명하는 처지.


비참한 현실에 비장미를 더하기 위함인지, 미스터리함의 근거를 삼기 위해선지

기분전환 삼아 신사에 들러 현 상황을 타개해주십사 기도를 드리던 구루미는

야속하게도 비를 만나고, 자기보다 더 큰 위험에 처한 고양이를 구하다

우산도 잃어버리고, 진흙투성이가 되어 버린다.


착한 일을 한 주인공에게 -소설이니까- 당연히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

너덜너덜해진 그녀에게 도움을 준 구로키 카페의 주인 구로키씨는

유럽풍의 멋진 카페에서 숙식을 제공받으며 점장으로 일할 기회까지 준다.


다음 날 찾아가니 구로키씨 대신 멋진 검은색 기모노를 입은 남자가 나온다.

그의 이름은 포.

자신이 점장이라고 얘기하는 그는 바로 구루미가 전날 구해준 검은 고양이.

사람과 신체가 닿으면 고양이가 되는 그는 구루미에게 자신의 집사가 되기를 요구하고,

그때부터 카페 구로키에는 고양이 손님이 계속 들어오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줄을 잇는다.



번역가가 이 글을 번역하면서 얼마나 큭큭- 웃었을까?

독자로서 책을 읽으면서도 '-냥'과 '-옹'으로 끝나는 고양이들의 대사는 

왠지 눈으로만 읽어도 소리가 자동적으로 들리는 판타지적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귀여운 고양이들이 자기의 사연을 얘기하며 매력을 더하고

주인공 고양이 '포'의 이야기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아 궁금증과 호기심을 유발하는,

그야말로 신비롭고 호기심 넘치는 고양이의 매력이 가득한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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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편집장 - 말랑말랑한 글을 쓰기는 글렀다
박현민 지음 / 우주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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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편집장>이란 책 제목을 보니, 한 영화가 떠오른다.

화려한 패션의 세계에서 자기의 성채를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악마' 소리를 들을지언정, 프로페셔널하고 강단있게

누구에게나 인정받고 싶은 선망의 패션잡지회사의 간판인 편집장과

그녀의 수족이 되어, (비록 지옥 속에 있을지언정) 자신의 일에 긍지를 갖고 있는 직원들.


이번 <나쁜 편집장>은 그러나, 영화와는 좀 결이 다르다.

우선 편집장이자 저자 박현민은 스스로를 잡지 마감노동자라고 소개한다.

거창하게 '편집장'이라고 붙어 있을 뿐, 하는 일은 결국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음을

아니, 오히려 '장'이라는 이름 때문에 더 감당하고 신경쓰고 책임져야 하는 것이 많음을

그는 책 한권을 걸쳐서 간간히 토로한다. 고단한 노동자의 삶이여....

 


남들은 이렇게 바라보고 있지만 (그리고 가끔은 이렇게 있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이러고 있다는 것.

직장인이라면, 아니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남들 눈에는 쉽거나 폼나거나 멋진 일들이

색과 농도가 다른 노동의 한 모습임을 바로 알아볼 수 있게 그린 재미난 일러스트다. ㅎ


저자가 담당한 잡지는 '빅이슈'이다.

영국에서 노숙자들의 자활을 위한 잡지로, 판매 수익의 일부가 판매원인 노숙자에게 돌아간다.

우리나라에서도 지하철역, 길거리에서 종종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빅이슈'

그 잡지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과 나와야 하는 이유, 계속 나오도록 하는 노력만을

책 한권에 우겨 넣었다면 금방 흥미가 떨어졌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책에는 편집장이자,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이 지나온 굵직한 사건들, 혹은 잊혀져가는 것들, 

거기에 더해 잊기를 강요당하는 것들에 대한 저자의 사유와 곱씹음이 실려 있다.

자신과 관계가 없고 시끄러우며 취향이 아니거나 '지겨워'져서 생각하기를 멈춘 일들을

끈질기게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것을 한 축으로 하여

다른 잡지가 아닌 '빅이슈' 편집장으로서의 색채를 보여준다.


또한 여행, 문화콘텐츠 등 본인의 관심사와 한결같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찰나라도 자기 본연의 모습을 찾으려 노력하는 직장인의 모습을 한 축으로 하여

숨가쁘게 돌아가는 마감 (뒤의 또 마감) 속에서도 스스로를 챙기는 청년의 모습도 있다.


'빅이슈'라는 취지를 듣고 "좋은 일 하시네요." 하는 찬사(?) 혹은 인사치레(?)에 취해

맡은 일의 성과에 대한 판단이 흐려지거나, 

잡지를 사는 사람들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해

무책임하거나 무능력하지 않으며 예민함을 간직한 '나쁜 편집장'인 현재의 모습을 담고

웃으면서도 부끄럽지 않은 책을 만들어내는 내일을 꿈꾸는 저자의 꿈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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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당신 눈에만 보이는 기적
헤르만 헤세 외 지음, 강명희 외 옮김 / 꼼지락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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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종교인에게는 더없이 큰 기쁨의 축제이며 감사함을 느끼는 성탄절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한 해를 마무리하며 수고한 서로에게 위로와 지지를 보내는,

기쁨, 즐거움, 따스함이 연상되는 12월의 하루.


이 하루에 대한 이야기를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작가들이

자그마치 14명이나 모여 앉아 자기만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독자는 우리 눈에 보이는 이 기적같은 책을 그저, 펴서 즐기면 된다니

정말이지 크리스마스 선물이 따로 없다. (이 앙증맞은 표지를 좀 보라!!!)


눈처럼 쏟아져내리는 화려한 작가들.

그 재담꾼들이 풀어놓을 이야기 보따리들이 제목만 봐도 설레게 한다.



시작은 한스 안데르센의 <전나무 이야기>와 <성냥팔이 소녀>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작가에 대한 소개가 초록색 페이지에 먼저 실려있다.

소개를 통해, 작가가 살았던 시대와 작가의 스타일을 가늠하고 

그 사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에 대해 호기심을 품고 작품을 만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감탄했지만, 이야기를 모을 생각을 한 기획 컨셉부터

종이책의 사각거림을 좋아하고, 책을 읽고 모아두는 것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많이 고민하고 고심한 노력이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안데르센 특유의, 어찌할 수 없는 슬픔과 연민이 묻어나는 이야기는,

세상이 온통 화려하고 즐거울 때 더더욱 외로움을 진하게 느낄 사람들에게

위로와 온기를 나눠주는 듯 하다.

현재의 위치에서 만족을 얻지 못하는 전나무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하찮고 당연하며 어쩌면 지겹게 느껴지는 내가 지금 가진 것의 소중함을 발견하는

<전나무 이야기>가 인지도가 더 높은 <성냥팔이 소녀>보다 앞에 실린 이유가 

과연 나의 짐작과 맞을까? ㅎㅎㅎ


크리스마스에 함께 했던 가족들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

크리스마스를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그들의 평안을 찾는 이야기.

크리스마스의 본질인 예수의 탄생에 얽힌 양치기의 꽤나 현실적이고 풍자적인 이야기.

성자에게도 과거는 있고, 죄인에게도 미래가 있다는 말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야기.

생각지도 못한 모험을 어쩌다 하게 된 아이들의 무사함을 기원하게 하는 이야기.

크리스마스가 누구에겐 마냥 즐거운 명절이 아닌, -그래서 웃픈- 이야기.

 

이 선물같은 책을 열게 될 독자들을 위해, 비밀로 남겨두고픈

크리스마스 트리에서 반짝거리는 오너먼트같이 하나하나 개성있고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326페이지에 수록되어 있다.



크리스마스에 머라이어 캐리의 '그' 노래가 흘러나오고

TV에서 심지어 자료화면이라도 케빈이 스쳐지나가며

음료수를 보며 산타와 북극곰을 떠올리게 되는 것 같이,

이제 크리스마스가 되면 자연스럽게 따끈한 차를 마시며 이 책을 펼치게 될 것 같다.

몇 번이고 곱씹어 읽어도 마법처럼 통하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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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허밍버드 클래식 M 2
메리 셸리 지음, 김하나 옮김 / 허밍버드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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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많이 만난 ‘프랑켄슈타인’의 모습은 어쩌면 지극히 일부분이었음에도, 각인된 이미지로 남아

프랑켄슈타인과 그가 만든 괴물의 고통과 고뇌를 더 깊게, 그리고 더 오래 이끌었는지 모르겠다.


허밍버드 출판사의 고전시리즈, ‘허밍버드 클래식M’에서 만난 프랑켄슈타인의 모습은 뇌리에 꽂히는 

첫모습에 가려진, -혹은 그래서 뒤까지 찬찬히 읽지 못한- ‘혹은 이 시대의 프로메테우스’를 알려준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시작은 다음과 같다. 

‘신이여, 진흙을 빚어 저를 인간으로 만들어 달라고 제가 당신께 청했습니까?

 어둠에서 저를 끌어올려 달라고 제가 당신께 애원했습니까?’ <실낙원>


프랑켄슈타인의 작가 메리 셸리는 서문에서 작품의 탄생 배경을 설명한다.

특히 ‘기껏해야 어린 소녀였던 당신이 어떻게 그토록 흉측한 생각을 떠올리고,

그 생각을 확장할 수 있었는가?’ 라는 지극히 무례한 -그리고 숱하게 받아왔던- 질문에

1. 저명한 두 작가의 딸인 본인이 어린 시절부터 글을 쓴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2. 어렸을 때부터, 놀이시간에 가장 즐기던 일도 글쓰기와 몽상하기였다.

3. 나라는 존재에 구애받는 대신, 당시 내게 직접 느끼는 감정보다 더 흥미롭고 요소로

   이야기를 채우며, 가상의 사건들을 연속적으로 구성하는 식으로 허공에 성을 지어갔다.


이미 메리 셸리는 시대의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고 평가하고 있었는지를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자신에게 글쓰기란, 숨쉬는 해왔던 일이자 놀이이며 사고의 유희임을 분명히 밝혔다.

여자나 소녀에게 요구되던 사랑스러움, 낭만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재단하고 제한짓지 말기를

어쩌면 에둘러서 표현한 것이라고 해도 되겠다. 

 

문단으로 데뷔하기를 보채던 남편과, 스위스를 방문해 어울린 바이건 작가를 만나

흐리고 눅눅한 날씨에 며칠이나 집 밖을 나가지 못하고 있자

각자 괴담을 써 보고 나누어 보기로 하자는 제안을 수락한 다음 탄생한 작품이 <프랑켄슈타인>이다.

-참고로 갑자기 날씨가 화창해지면서, 제안을 수락했던 다른 두 명은 알프스로 여행을 떠났고

 오로지, 완성된 것은 이 작품 뿐이란다. -


이렇게 무책임하고, 즉흥적인데다가, 편견을 가지고 누군가를 판단하고 차별하는 것이

고스란히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캐릭터를 보여주고 필연적으로 그가 만들어 낸 ‘괴물’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상태로 세상에 불려와, 버려지고 냉대받은 뒤 분노를 폭발시켜

공포감을 주는 존재가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으로 이끌었다.



작가가 이 소설을 고안할 때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비약적으로 일어날 때였고

과학자, 의사들은 지금까지 인간의 영역이 아니었던 ‘생명’에 가장 가깝게 도달했다는

생각에 고취되어 스스로 창조주가 되기를 꿈꾸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낯설지 않은 것은,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도 그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놀랄 만큼 발달한 과학기술, 통신기술과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상과 

그와 함께 변화의 문턱을 힘겹게 넘는 가치관, 윤리의식까지

그야말로 혼돈의 세계에서 인간/기계/신이 각각의 투쟁 단계에 접어든 것이 요즘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시체의 조각들을 기워서 괴물을 만들어 놓고선

자신이 이룬 업적에 도취되어 한껏 고양되었다가

그 괴물이 흉측하고 야만적인 부분은 감당할 수 없어 버린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자기 변호를 읽다보면, 괴물의 처지에 공감이 가게 된다.

시작에 등장한 <실낙원>의 문구가 그대로 그의 절규를 대신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박사와 괴물과의 관계가, 신과 인간과의 관계와도 중첩되는 부분이 있지 않나, 까지 미치게 되면

고전이 왜 고전이지 무릎을 탁- 치면서 느끼게 된다.


뮤지컬, 오페라, 영화의 원작소설을 찾아, 현대적 감각의 표지와 매끈한 번역으로

새로운 세대의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허밍버드의 클래식M 시리즈는,

확실히 매력적이고 흥미로워 다음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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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오래 바라보았다 K-포엣 시리즈 10
이영광 지음, 지영실.다니엘 토드 파커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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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포엣 시리즈를 좋아한다.

어쩌면 버리지 못한 영어에의 미련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동일한 글을 우리 말인 한글과 남의 말인 영어로 읽는 기분은 묘하다.

내가 이해한 것을 언어를 바꿨을 뿐인데, 

다르게 다가온다는 그 낯섬과 그로인한 설렘은

그래서 이 시리즈의 새 작품이 나올 때마다 눈여겨 보게 만드는 이유가 될 것이다.


이번에 나온 작품은 이영광 시인의 <해를 오래 바라보았다> 이다.

해를 오래 바라본 사람이 가지는 눈부심, 몽롱함 그리고 눈을 감았다 떴을 때

동공에 남은 잔상같은 시가 실려있을까? 기대가 되었다.



시인이자 교수인 이영광씨가 한글로 쓴 시를

부부 번역가인 지영실씨와 다니엘 토드 파커씨가 번역했다.

한글에서 느껴지는 시의 맛이 영어로는 퍽퍽하게 번역되어 있는 부분도 있고

언어의 묘미를 살리는 것은 어려워 했으나, 

의미가 더욱 큰 반향이 되도록 번역되기도 했다.



시인의 시를 읽고 있으니 갑자기 인상주의 화가들이 그토록 태양이 빛나는 순간을

화폭에 담아두려고 노력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의 시 안에서도 이미 지나버린 순간에 대한 애잔함과

앞으로 다가올 순간도 -이렇게 애잔하고 아쉬워 하지만

그렇게 덧없이 사그라들거라는 자조 

혹은 모든 것을 깨달은 사람의 회환이나 내려놓음 같은 것이 느껴졌다.


시인 스스로도 "시인은 더 잘 더듬으려고 애쓰는, 이상한 말더듬이다." 라고 하였듯,

모호함 속에서도 모름을 주저하지 않는 우울과 명랑이 알맞게 시즈닝 되어있는 시가

책 곳곳에서 독자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저 존재하고 있다.

마치, 페이지를 연 독자가 

무언가를 홀로 하고 있는 사람의 방문을 덜컥- 열어버린 것 처럼,

그래서 어떤 쪽은 "죄송합니다" 하고 화라락- 넘겼다가 

다시 설핏- 열어보게 되는, 그런 묘하고도 잔상처럼 어른어른한 시들을 만났다.


시인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하다.

시를 배우고, 쓰고 싶어 오는 학생들에게 그리고 그들이 맞이하게 될 세계에 대해

그 비밀스러움을 이미 경험한 사람으로서 희망과 안스러움을 담은 눈빛을 

조심스레 보내는 마음을 느껴본다.


역시, 시는 읽을 때의 마음과 상황을 리트머스처럼 보여준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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