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오래 바라보았다 K-포엣 시리즈 10
이영광 지음, 지영실.다니엘 토드 파커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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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포엣 시리즈를 좋아한다.

어쩌면 버리지 못한 영어에의 미련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동일한 글을 우리 말인 한글과 남의 말인 영어로 읽는 기분은 묘하다.

내가 이해한 것을 언어를 바꿨을 뿐인데, 

다르게 다가온다는 그 낯섬과 그로인한 설렘은

그래서 이 시리즈의 새 작품이 나올 때마다 눈여겨 보게 만드는 이유가 될 것이다.


이번에 나온 작품은 이영광 시인의 <해를 오래 바라보았다> 이다.

해를 오래 바라본 사람이 가지는 눈부심, 몽롱함 그리고 눈을 감았다 떴을 때

동공에 남은 잔상같은 시가 실려있을까? 기대가 되었다.



시인이자 교수인 이영광씨가 한글로 쓴 시를

부부 번역가인 지영실씨와 다니엘 토드 파커씨가 번역했다.

한글에서 느껴지는 시의 맛이 영어로는 퍽퍽하게 번역되어 있는 부분도 있고

언어의 묘미를 살리는 것은 어려워 했으나, 

의미가 더욱 큰 반향이 되도록 번역되기도 했다.



시인의 시를 읽고 있으니 갑자기 인상주의 화가들이 그토록 태양이 빛나는 순간을

화폭에 담아두려고 노력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의 시 안에서도 이미 지나버린 순간에 대한 애잔함과

앞으로 다가올 순간도 -이렇게 애잔하고 아쉬워 하지만

그렇게 덧없이 사그라들거라는 자조 

혹은 모든 것을 깨달은 사람의 회환이나 내려놓음 같은 것이 느껴졌다.


시인 스스로도 "시인은 더 잘 더듬으려고 애쓰는, 이상한 말더듬이다." 라고 하였듯,

모호함 속에서도 모름을 주저하지 않는 우울과 명랑이 알맞게 시즈닝 되어있는 시가

책 곳곳에서 독자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저 존재하고 있다.

마치, 페이지를 연 독자가 

무언가를 홀로 하고 있는 사람의 방문을 덜컥- 열어버린 것 처럼,

그래서 어떤 쪽은 "죄송합니다" 하고 화라락- 넘겼다가 

다시 설핏- 열어보게 되는, 그런 묘하고도 잔상처럼 어른어른한 시들을 만났다.


시인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하다.

시를 배우고, 쓰고 싶어 오는 학생들에게 그리고 그들이 맞이하게 될 세계에 대해

그 비밀스러움을 이미 경험한 사람으로서 희망과 안스러움을 담은 눈빛을 

조심스레 보내는 마음을 느껴본다.


역시, 시는 읽을 때의 마음과 상황을 리트머스처럼 보여준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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