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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완벽한 1년
샤를로테 루카스 지음, 서유리 옮김 / 북펌 / 2017년 1월
평점 :
처음 책을 받고나서는 정말 입으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이 책 너무 예쁘잖아!!
한 손에 착 감기는 사이즈하며, 감성을 자극하는 겉표지에다, 4면을 둥글린, 인간을 생각한 부드러운 디자인!!!
예쁜 건 자꾸 보아야 하는 법이니! 겉표지 사진 투척! (이렇게 칙칙한 배경에서도 빛을 뿜어내는 자태)

뭔가 아련미가 솟아오르는 책 뒤의 메세지.....와
띠지는 "미 비포 유"를 다분히 의식한 듯하였으나, 추천사를 읽으면 이 책은 그 작품과는 뭔가 다른 것이 있다는 걸
슬쩍 내비춰준다.

작가가 분명히 책을 쓰면서,
"이쯤에서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이런 감정이 들 수 있도록 이야기를 짜놔야지" 했을 법한
치밀하게 차곡차곡 쌓인플롯과 이야기들을
자기 눈으로 따라가며 새로움을 느끼고, 독서의 길에 발자국을 남기는 것이 독서의 맛이라고 생각해서 소설의 리뷰는 좀 어렵지만, 부디 이 리뷰가 독서의 재미에 스포일러가 되지 않길 바라며...
우선 남자주인공 소개 : 요나단 N. 그리프
"우리는 인생의 날들을 늘릴 수는 없지만, 그 날들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는 있다. - 중국 격언"
밑에다가 궂이 이렇게 댓글을 다는/쓰는 남자.
진부하기 짝이 없는 격언 - 요나단 N. 그리프"
그의 성격을 보여주는 바로 다음 장에 실린 함부르크 신문사에 보낸 그의 편지 내용
"친애하는 편집팀 팀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새해에도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라는 인사를 전하기에 앞서
먼저 오늘 신문기사에서 발견한 오류를 몇가지 지적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지적질 몇가지...)
18페이지에 헨닝 푸어만 주연의 최신 영화 <빙하기>를 다룬 기사에 다음과 같이 실렸습니다. '지난해 시리즈물 주인공으로
이미 이름을 널리 알린 헨닝 푸어만(33)은 ```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헨닝 푸어만은 오늘, 즉 12월 31일이 생일입니다. 따라서 더 이상 33세가 아니라 34세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앞서 인용한 문장의 시제도 틀렸습니다. "지난해 시리즈물 주인공으로 이미 이름을 널리 알렸던 ```" 이라고 해야 맞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 엘브 필하모니를 다룬 기사 제목을 '이제부터 과감이 돌진이다!'라고 달았는데 '과감히'가 맞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사소한 실수에 지적을 당하고, (요나단에겐) 못마땅한 일상의 요소들을 꼬치꼬치 투고받을 위험에 종종 처하는 함부르크 신문사가 불쌍해지기까지 한다.
요나단. 이 남자는 아버지가 물려주신 출판사를 유능한 사장이 훌륭하게 운영하게끔 하고 사랑하는 부인과 호화여행을 다니는, 그러면서도 사생활 노출이 없는 명목상의 대표이다.
명품의류를 입고, 인테리어를 취향에 맞추어 자유롭게 바꾸고, 특이한 나라로의 여행을 함께 가고 유력인사 모임에서 늘 환영받았던 부인 티나는, 그러나, 자신의 베프이자 학교친구이면서 운영하는 출판사의 마케팅 총책임자를 맡고 있는(말하자면 친군데 부하직원이니까 사실 내가 봐주고 있는 입장인-ㅁ-;;) 토마스와 함께 하기 위해 요나단과 이혼한다.
기가막힌 상황에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기분으로 1월 1일 아침부터 체력단련장에서 운동을 마친 유일한 남자이자 사람인
그의 자전거 손잡이에 검은색 가방, 더 정확히는 고급스러운 가죽표지의 새 책-이지만 스마트폰이 대세이므로 50대 이하라면 사용하지 않는 구식 다이어리라고 묘사하는 요나단이라는 남자-을 매달아 놓고 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자주인공 소개 : 한나 마르크스
오래전부터 구상해왔던 경영진/운영진의 눈치를 보지 않고 아이들에게 진정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어린이집
10년만에, 크라우드펀딩을 받고, 주변의 반대를 모두 물리치고 "꾸러기교실"의 공동사장이 되었다는 사실과 사랑에 빠진!
(이 대목에서 한나가 진짜 멋지다고 생각했다. 살짝 웃음이 나는 귀여움이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무한 긍정주의자인 한나.
그러나 그녀가 사랑하는 약혼자인 지몬은 암으로 부모를 잃고, 얼마전 직장을 잃고 심지어 그 자신도 암에 걸려
사랑하기 때문에 한나를 놓아주겠다고, 이별을 말한다. 이런 식으로
"정말이야, 한나! 너는 내가 살면서 원한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이야. 내 이상형이자 가장 친한 친구이며 조언자 그리고 지지자야. 너는 모든 남자들이 갈망하는 여자야!"
``` "고마워 지몬." 한나가 말했다. "이제 그런 말은 그만해."
"아니." 지몬이 거부했다. "나는 그만할 생각 없어. 너는 내 인생의 위대한 사랑이니까."
한나가 지몬을 위해 준비한, 둘이 함께 하고 싶은 일들을 미리 적어내려간 "당신의 완벽한 1년" 다이어리가
요나단의 손에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점점 흥미로워진다.
시간과 상황과 마음이 서로 다른 두 남녀.
자신들의 상처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상처는 돌아보고 싶지도 않은 그들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보면서
나의 완벽한 1년은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지, 어쩜 지나온 작년도 어떤 부분에 있어 완벽한 1년은 아니었는지
나의 인생과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 (요즘 도깨비에도 나왔던
)
"신은 누구에게나 감당할 만큼의 시련만 준대"라고 한나 친구 리자가 말하고 바로 이어지는 내용이다.

고마워. 네가 없었다면 난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어.
당연한 일이야
그렇지 않아.
절대 당연한 게 아냐. 너한테 정말 진심으로 고마워! - p.410~411
내 옆에 있는 사람들, 내가 맞닥뜨리는 생활들. 절대 당연한 게 아냐. 진심으로 고마워해야할 사람들과 것들이 생각났던 구절이었다!
1월이 다 가기전에, 그리고 설 연휴도 다가오니, 당신의 완벽한 2017년을 생각해보기 위해,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