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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안에서 이불 안에서
김여진 지음 / 빌리버튼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책 제목을 보았을 때는 다소 말장난 같았다.
그러나, 책을 읽을 수록 머리 속에 맴도는 제목.
참 잘 지었다. 싶다.
이불안에서이불안에서.
라는 말에서, 어디쯤에서 잠시 '쉼'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불안'에 머물수도 있고,'이불' 의 안락함을 느낄 수도 있다.
작가 김여진이 마음이 불안해지는 시간을 이불 안에서 보내며 사유한 생각들을
이불 밖에서 불안해하는 사람들과 나누고자 책으로 낸 <이 불안에서 이불 안에서>는
그래서, 챕터의 이름도 독특하다.
Midnight : 아직 아무것도 모르겠는 시간
2AM : 마지막 모습
4AM : 다시 잠들 수도, 깨어 있을 수도 없을 때
6AM :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로 나뉘어 있다.
아주 사소하고 새털같은 하루하루, 순간순간들이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꽤나 뾰족한 가시가 되어 마음 깊이 박힌다.
작가는 다른 이들은 몰라주는 그 아픔과 괴로움에 외로움이 더해져 분노했다가 자조했다가,
세상을 따돌렸다가, 포근한 이불 속에서 잠시 모른 척도 했다가, 뒤척뒤척 거리며 결국 폰을 꺼내
(혹은 펜을 꺼내) 짧은 글을 적어내려가는 모습을 거의 민낯 그대로 노출한 것 같다.
다소, 반복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그 감정의 흐름들 중에 내 마음에 와 닿았던 문장들 몇을
이 책을 읽을 사람들의 기대감/설렘을 망치지 않는 한도에서 함께 나누고 싶다.
p.163
"너는 꿈이 뭐야?" ....
사실 나의 이 질문은 아주 질이 나빴다.
당시 나는 세계일주가 목표였다.
이제는 자유로운 영혼의 뜻이 뭔지 제대로 모르겠지만,
'너는 참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구나'라는 말을 하도 많이 듣고 살던 때라
나는 내가 정말로 자유에 가까이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자유와는 멀어 보이는 그 사람을 시시한 사람이라고 착각했다. 치기 어린 나였다.
....
예쁜 말투인 척하면서 대단히 무례한 마음을 뭉쳐 물음표를 던져버렸다.
정적이 흘렀다.
상대가 할 말을 잃었다는 것은 대화가 더 이상 이어질 수 없다는 것.
"너는 하고 싶은 게 없어?"
다시 생각해도 못됐다.
'네가 세계여행을 하고 싶고, 자유롭고 싶었으면 그냥 그렇게 하면 되지,
왜 그런 못된 질문으로 그 사람 말문을 막히게 해?
같이 가자는 말은 못할망정 어째서 말을 가둬버리고 그 사람 마음을 무너지게 했어? 어?'
과거의 나의 '-척'하며 했던 많은 잘못들, 잘못인 줄 알고도 혹은 모르고도 어쨌던 해버렸던 것들.
그래서 상처를 주고 받으며 울퉁불퉁, 구불구불하게 걸어온 길을,
끊임없이 뒤돌아보며 좀 더 나은 내가 되자고 생각할 줄 알게 된 만큼 성장하기.
습관적으로 실수하고 다시 구부러져도 계속 노력하기.
그것이 '이 불안에서 이불 안'으로 잠시 숨을 고르고
이불 밖에서 불안을 벗어나는 우리 모두의 평범한 모습임을,
이 작은 책의 말의 조각들로부터 얻은 응원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읽은 후 생각은 자기만의 무게를 갖게 될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