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의 공부 - 완벽한 몰입을 통해 학문과 인생의 기쁨 발견하기
오카 기요시 지음, 정회성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수학을 좋아한다'라고는 결코 말하지 못하는 나도 수학의 매력을 느낄 때가 있다.


세상의 일이 도무지 예측불가하고 원칙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 (그리고 그것이 당연한 일 일때)

조건과 규칙에 맞추어 숫자들이 착착- 합을 맞추어 나가는 '수학'이라는 학문은 

그 논리성과 차가움으로 오히려 깔끔한 인상을 주곤 한다.


그래서 '수학'을 '연구'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수학자는 어떻게 수학을 공부하는지 궁금했다.

<수학자의 공부> 저자 오카 기요시는 일본의 대표적인 수학자이다.

내가 있는지도 몰랐던 '다변수 함수론' 분야의 최대 난제인 '3대 문제'를 해결하여

수학자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는데, 나는 처음 들어본 사람이었다. (역시 수학은, 나에겐 먼 학문...)

오카 기요시의 연구는 수학의 새로운 분야가 만들어지는 바탕이 되었단다.


그런데 나의 눈을 더 잡아끈 것은 그의 저서이다.

<풍란>, <보랏빛 불꽃>, <봄바람 여름비>, <달그림자>, <나의 인생관>, <일본의 마음>


커다란 칠판을 우러러보며 하루종일 수학문제를 풀고 연구할 것 같은 수학자가 낸 책들이

꽤나 감성적이었다.


여기서 오카 기요시의 '동양' 수학자로서, 그리고 '수학을 썩 잘 하지 못했던 아이' 로서의

독특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수학이 인류에게 무슨 득이 되느냐고 묻는 사람에게' (나같은 사람들이 많다...)

"제비꽃은 제비꽃으로 피어 있으면 그뿐!" 이라고 답하는 

오카 기요시의 관점과 사고방식이야말로

'조화'와 '균형' '원리'와 '법칙'을 차갑지 않게 '인간의 정서를 표현'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수학의 새로운 분야의 문을 열어 위대한 수학자 천재로 그를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1부 수학을 배우고 즐기는 삶

제2부 학문의 중심은 정서다

제3부 내가 사랑하는 예술


로 구성된 책을 읽으며 특히나 공감했던 부분은 제2부이다.


정서가 인간 발육을 좌우한다.

그런 맥락에서 정서를 키우는 교육이야말로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정서 교육이 중요하다기보다는 오늘의 정서가 내일의 머리를 만든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p.140


수학을 잘하고 싶다면 마음 밭에 수학이라는 자연을 일구라고 권해주고 싶다.

나뭇잎 잎맥을 살피듯 세밀히 관찰할 수 있는 지성의 눈을 뜨기만 한다면

누구나 수학을 잘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 마음에 '수학적 자연'을 일구어 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열쇠는 정서에 있다.

p.146


시대를 막론하고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성'이다.

아이들이 자신이 만나는 문제에 대해 맞으면 '맞다', 틀리면 '틀리다'고 

분명하게 대답할 수 있도록 교육해주었으면 한다.

... 정확성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만 더디더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오른발을 내밀고, 다시 거기에 모든 체중을 실은 다음 왼발을 내밀고,

다시 거기에 모든 체중을 싣는 식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수학을 배우는 방법이다.

p.147



엄청난 문제를 기계적으로 풀어가며 정답의 빠른 도출에만 집중하다보면

수학이 가진 학문의 즐거움과 매력을 놓치게 되는 것, 

그리고 그 학문의 아름다움에 영영 눈을 뜨지 못하게 되는 것을 경계하며 

위대한 수학자는 차근차근, 우리가 갖고 있는 동양의 정서를 마음껏 활용해보자고 한다.


다소 시간이 걸리고 진전이 보이지 않더라도 그것이 바로 '몰입'의 순간이 될 수 있으며

'배움'의 방법이고 발견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길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방학을 맞아 -그리고 곧 다가올 개학을 기다리는;- 학생들 중에 

나처럼 수학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어렵다, 컴퓨터가 해결해 줄 것이다(^^)란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찬찬히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수학과 배움, 인생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접근 방법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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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을 만나는 시간 - 아주 특별한 고 샘의 못다 한 이야기 특서 청소년 에세이 1
고정욱 지음 / 특별한서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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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 <까칠한 재석이> <아주 특별한 우리 형> <가방 들어주는 아이>의 작가

고정욱 작가가 새로운 문학에세이 <열정을 만나는 시간>을 선보였다.


작가는 그동안 발표한 에세이 원고를 청소년을 위해 다시 정리하고 일부는 더 써서 책을 냈다.

머리말의 제목 '나는 휠체어를 탄 통쾌한 사나이다'에서 알 수 있듯

작가 고정욱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다.

그는 장애를 미화하지도, 좌절의 변명으로 삼지도, 극복의 대상으로 여기지도 않는다.



작가는 삶이 고통은 각자마다 어떠한 형태로든지 존재하고 

그것을 이겨낼 '용기' 또한 가지고 태어났다고 한다.

자신은 그 용기를 발현시킬 핵심역량을 독서에서 찾았다고 말한다.


'본의 아니게 이 땅의 소수자인 내가 세상에 관심을 갖고 

나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그리려 애쓴 열정의 흔적' (p.9)들이 청소년들에게 닿아

청소년들도 '이웃과 사회에 관심을 갖고 더불어 살려고 애쓰며' (p.9)

열정을 만나 가슴 뛰는 삶을 살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은 책 곳곳에서 느껴진다.


작가의 말처럼 소아마비로 장애인의 삶을 시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냥 삶 자체도 쉽지 않은데, 남들의 눈에 드러나고 구경거리가 되는 장애는

스스로를 움츠러들게도 만들고 '죄송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야 하기도 한다.

어쩔 수 없다. 장애인은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장애인은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사는가?

세상 천지에 오롯이 혼자서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존재하는가?


우리는 늘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거나 받으며 산다. 

내가 도움을 받을 때 미안해 하지 않고, 

내가 도움을 줄 때 시혜적이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더욱 필요한 것은 의존적이지 않고 독립적인 삶을 수 있도록

사회적인 제도와 여건, 시설을 미리 마련해두는 것이라고 고정욱 작가는 말한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과 인생의 에피소드를 솔직하게 공유했다.

본인이 직접 겪은 열정페이에 대해서도 얘기하며 청소년들에게 실력만 기르라고 하지 않는다.

사실 책의 제목때문에 '열정'과 '노력'만 강조한 내용이 아닐까 오해했다가 

실력에 대한 충분한 인정과 존중, 그리고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부분을 읽고 마음이 풀렸다.



이 책은 작가의 강연을 듣는 것처럼 쉽게 읽힌다.

청소년들에게 '꿈'과 '노력' '열정'만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도 좋다.

작가의 경험과 마음을 나누는 것을 통해 

삶에 의지를 갖고 꿈을 잊지 않고 매일을 살아가는 것이 

곧 노력이며 열정이고 꿈과 목표를 성취해나가는 '자신의 길'을 닦아나아가는 것임을

작가의 책에 나온 많은 에피소드의 주인공들, 그리고 작가와의 소통을 통해

배우고 다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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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유환 - 영화에는 인생의 기쁨이 있다
이재익.이승훈.김훈종 지음 / 박하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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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무환 : 미리 대비하면 어려움이 없다.]

를 재미나게 비튼 제목이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무비유환 : 영화에는 인생의 기쁨이 있다.]


영화를 좋아해서 매해 1월 '올해의 라인업'을 세워두고

현실이 고달플 때, 다음 달에 개봉하는 영화를 보기 위해 힘을 내는 

영화매니아들끼리 모이면 무슨 말을 하게 될까?


노는 것도 부지런히 하는 소설가 이재익

험한 산은 오르지 않는다는 모토를 가진 웹툰작가 이승훈

중국/대만 한번 못 가본 중어중문학과, 자연을 사랑하는 도시남자 김훈종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라디오 PD라는 것 +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


자신들의 장기를 살려 자기들의 덕질을 팟캐스트 '씨네타운 나인틴'을 통해

널리널리 사람들과 공유하다 이제 그 5년여의 기록을 모아 책으로 냈다.


세 사람의 라인업이다.

확실히 라인업만 봐도 취향이 살짝 느껴진다.

나또한 내 취향인 라인업부터 읽을 수 있어 좋은 '차림표'이다. ^^


쾌찬차와 첨밀밀, 뽕과 인터스텔라를 휘돌아감는 이재익PD의 이야기는

영화를 통해 소년미와 감성을 잃지 않고 싶어하는, 스스로를 아재라고 부르는

글쓴이의 어쩔 수 없는 청춘에의 향수가 매편 함뿍 담겨져 있다.


대부분의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또 대놓고 블럭버스터는 아닌

영화리스트 속에 언뜻 낯선 제목도 보이는 이승훈PD의 이야기도 즐거웠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리스트의 맨 처음 영화 <아메리칸 셰프>.


프렌즈의 단역으로만 기억했던 존 파브로 감독이 

그때만 해도 마약과 각종 스캔들로 커리어가 끝인 것처럼 보였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지금은 MCU의 주춧돌, 대부, 귀요미 담당)와 함께

영화팬들에게 MCU라는 하나의 세계를 열어준 <아이언맨>의 감독으로 두둥!

(물론 극 중 '해피'역으로 나와 깨발랄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더더더 좋았고!)

화려하게 가십란을 장식하다 다음으로 <아메리칸 셰프>를 발표했었다.


그때 감독이자 배우 존 파브로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이게 아닐까, 싶은 

영화와 현실을 거울처럼 붙여둔 웹툰에 백번 공감하고, 격하게 끄덕였다.



영화로 삶의 애환을 달래며 활력과 쾌감의 영양제를 맞는 

영화덕후들의 수다를 엮은 책 <무비유환>을 읽으며

같은 자리에서 함께 웃고 신나게 떠드는 양 

나도 각각의 영화에 대한 별점과 감상을 책에다 밑줄 긋고 써넣어 본다.


역시, 영화엔 즐거움이 있다! 그것도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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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 시선 K-포엣 시리즈 4
허수경 지음, 지영실, 다니엘 토드 파커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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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알림을 해 둔 반가운 시리즈에서 새로운 책이 나왔다.

'한국 시의 정수를 뽑아 영어로 번역해 한영 병기한 후 

 국내외 시장에 보급하고자 하는 ‘K-포엣’ 시리즈'


그자체만 읽어도 어려운 함축과 사상의 정수인 '시' 라는 장르.

거기에 언어의 장벽을 넘다보면 어느새 감성이 후두둑 떨어져 실종되는

한국어-영어의 번역을 훌륭하게 해 낸 'K-포엣' 시리즈의 4번째 시인은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이했다는 허수경 시인이다.


사실 '시'를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 무식자에 ^^;

작품의 제목이나 간신히 외우는 나에겐 낯선 이름이었다.


하지만 허수경 시인이 직접 전작을 아울러 자식같은 시 중에서도

대표시 20편을 선정했다는 출판사의 소개글에 그 '기준'에 대한 궁금증을 품고

페이지를 넘겨갔다.


버석거리도록 메마른 사랑의 흔적.

한 때 강렬하고 아름다워 눈부시기까지 했던 사랑의 순간이 너무나 짧아

지나온 이 때 오히려 더 쓸쓸하고 깊숙하게 남아있는 그때의 나와 그 마음.


연인과 함께 했던 곳에서 맡았던 냄새, 들었던 멜로디,

반짝반짝했던 햇살, 즐겁기까지 했던 달빛

지켜주고 싶은 여린 연둣빛에 살랑대던 가벼움을 상실한 상처를

단순히 개인의 사랑으로만 남기지 않는 묵직한 시선 또한 있다.


사랑도 상처도, 상실도 연민과 애도도 

고스란히 현재의 '나'를 만들고 모두의 '역사'가 되어가는 이야기들이

일상적으로 쓰지만 어딘가 묘하게 섬세하고 예민한 언어로 

거친 바위 표면에 새겨진 얇은 선처럼 표현되었다.


왼쪽은 한글, 오른쪽은 영어의 번역

한글로 읽을 때의 느낌과 영어로 읽을 때의 느낌은 참 다르다.

내가 한국인이어서 그럴까?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은 이 시가 어떻게 느껴질까?


K-포엣 시리즈가 세계 사람들에게 많이 많이 읽혀서 서로의 감상을 나누고프다.




그리고 이것은 책이 주는 부록같은 선물. ^^

빼어난 작가들은 어떤 시들을 뽑아서 한/영 버전으로 세상에 새로 선보였을까? 

한 권씩 찾아가며 읽는 즐거움이 쏠쏠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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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편지 - 할머니가 손자에게 손자가 할머니께
김초혜.조재면 지음 / 해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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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손자에게

손자가 할머니께

보낸 편지들을 엮은 책이라 저자도 김초혜, 조재면 2인이다.


할머니 김초혜님은 196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문학인이다.

시집도 여러 권 내시고 상도 여러 번 타시고 한국현대시박물관장을 역임하고

현재 구상솟대문학상운영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손자 조재면군은 청심국제중학교를 졸업하고 용인외고 2학년에 재학중인 학생이다.


여기서, 솔직히 조금 시새움이 생기고 비딱한 생각이 들었다.

집안도 빵빵(?)하고 문학인인 할머님과 국제중-외고로 탄탄한 라인을 걷는 학생이

책을 내어 스펙을 쌓는건가, 싶은 생각이 그것이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읽어갈 수록 그런 시새움은 누그러지고 따스함이 올라왔다.

2008년 한 해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손자를 위해 쓴 편지글책 [행복이]

그 시작은 이렇다.


사랑하는 손자 재면에게


일 년 삼백육십오 일,

매일매일 일기를 쓰듯이 써서

할머니가

네게 주는 편지다.

늘 새해가 되면

다시 되풀이해 읽으며

할머니의 마음을 

헤아리기 바란다.


2008년 1월 1일

김초혜


할머니께


할머니, 할머니가 써 주신 글을, 할머니가 말씀하신 대로 매일매일 읽는다 하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못 읽고 지나가는 날이 많이 있습니다. 

1주일이 지나고 2주일이 금방 지나갑니다.

그러나 할머니의 글을 읽고 나면 새로운 꿈도 꿀 수 있고, 마음도 새롭게 다지게 되고는 합니다.

한 가지 일을 매일매일 꾸준히 한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습니다.

가장 쉬운 일인 줄 알았는데, 그것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네요.

그러나 할머니께서 평생에 걸쳐서 되풀이해 가며 읽으라 하셨으니

그 습관이 몸에 익도록 하겠습니다.

....

할머니, 할머니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겠습니다.


2014년 1월 1일

손자 재면 올림



문학을 좋아하고 편지글에서 그 인품을 유추해보자면 취향이 확실하신 할머니가

매일같이 사랑하는 손자를 위해 때로는 격려를, 때로는 타이름을, 때로는 염려를,

그러나 늘 빼놓지 않고 사랑을 담뿍 담아 남긴 글에

시간의 텀을 두고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성장하는 손자가

도란도란 자기 일상을 얘기하고, 할머니의 사랑에 감사하고, 생각의 성장을 보여준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는 글을 쓴 손자의 마음과

그런 손자에게 인연이 만나 가족이 되어 할머니와 손자로 만난 운명에 놀라워하고

진정한 사랑과 착한 마음이 깃들기를 바라며 혹시 당신은 보지 못할 결혼에 대해 말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담뿍 묻어난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한참 지날 청소년과는 너무 거리가 먼 의젓하고 점잖은 손자의 편지글들 ^^

이런 학생이 있단 말인가!!! 싶다가도 ㅎㅎ

가족과의 여행에 설레어 하는 모습, 할머니의 걱정을 누그러뜨리려 재미있는 말을 하는 모습

그리고 할머니의 기대만큼 성실하지 못한 것을 죄송스러워 하지만 솔직히 '어렵다'고 말하는 모습들에서 지극한 사랑을 받는 십대 청소년이, '어른'에게 그 사랑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

마냥 가볍고 팔랑거릴 수는 없지 않은가, 하는 마음이 든다.


이루어 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할머니가 더 늙지 않기를 바라고, 오래오래 함께 곁에 있길 원하는 애틋한 마음은

읽는 나에게도 돌아가신 할머니와의 추억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할 정도로 진심으로 느껴졌다.


'어른'의 말과 모범, 가르침을 진득하니 받기가 어려운 요즘이다.

가족모임이 있어도 폰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은 애나 어른이나 매한가지다.

말과 문자는 흩어지고 파묻혀도

종이에 꾹꾹 눌러쓴 편지글은 내가 놓아둔 곳에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이미 내용을 알고 있는 똑같은 편지임에도 펼쳐볼 때마다 느낌이 달라질 것이라는 걸

[행복편지]를 읽으며 절실히 느꼈다.


할머니의 편지에 긴 터울을 두고 답장하는 손자의 모습을 보니 참 부럽다.

김초혜님의 당부는 오로지 편지 받을 손자 한 사람에게 향한 것은 아닐 것이다.

나의 할머님도 이런 말씀들을 하셨지만 다만 글로 남지 않았을 뿐이지. ^^


다시 고쳐 생각해보니 김초혜님은 할머님 대표로 

모든 손자들에게 '늘 곁에 두고 읽어보렴'하는 편지를 책으로 써내어 주신 것 같다.

나도 생각으로만, 말로만 하지 말고 나의 글을 써서 모아주고 싶은 사람에게 답을 해야겠다.

  

올해 내가 하고 싶고, 해야할 일이 또 하나 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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