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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 시선 ㅣ K-포엣 시리즈 4
허수경 지음, 지영실, 다니엘 토드 파커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12월
평점 :

업데이트 알림을 해 둔 반가운 시리즈에서 새로운 책이 나왔다.
'한국 시의 정수를 뽑아 영어로 번역해 한영 병기한 후
국내외 시장에 보급하고자 하는 ‘K-포엣’ 시리즈'
그자체만 읽어도 어려운 함축과 사상의 정수인 '시' 라는 장르.
거기에 언어의 장벽을 넘다보면 어느새 감성이 후두둑 떨어져 실종되는
한국어-영어의 번역을 훌륭하게 해 낸 'K-포엣' 시리즈의 4번째 시인은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이했다는 허수경 시인이다.
사실 '시'를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 무식자에 ^^;
작품의 제목이나 간신히 외우는 나에겐 낯선 이름이었다.
하지만 허수경 시인이 직접 전작을 아울러 자식같은 시 중에서도
대표시 20편을 선정했다는 출판사의 소개글에 그 '기준'에 대한 궁금증을 품고
페이지를 넘겨갔다.
버석거리도록 메마른 사랑의 흔적.
한 때 강렬하고 아름다워 눈부시기까지 했던 사랑의 순간이 너무나 짧아
지나온 이 때 오히려 더 쓸쓸하고 깊숙하게 남아있는 그때의 나와 그 마음.
연인과 함께 했던 곳에서 맡았던 냄새, 들었던 멜로디,
반짝반짝했던 햇살, 즐겁기까지 했던 달빛
지켜주고 싶은 여린 연둣빛에 살랑대던 가벼움을 상실한 상처를
단순히 개인의 사랑으로만 남기지 않는 묵직한 시선 또한 있다.
사랑도 상처도, 상실도 연민과 애도도
고스란히 현재의 '나'를 만들고 모두의 '역사'가 되어가는 이야기들이
일상적으로 쓰지만 어딘가 묘하게 섬세하고 예민한 언어로
거친 바위 표면에 새겨진 얇은 선처럼 표현되었다.
왼쪽은 한글, 오른쪽은 영어의 번역
한글로 읽을 때의 느낌과 영어로 읽을 때의 느낌은 참 다르다.
내가 한국인이어서 그럴까?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은 이 시가 어떻게 느껴질까?
K-포엣 시리즈가 세계 사람들에게 많이 많이 읽혀서 서로의 감상을 나누고프다.

그리고 이것은 책이 주는 부록같은 선물. ^^
빼어난 작가들은 어떤 시들을 뽑아서 한/영 버전으로 세상에 새로 선보였을까?
한 권씩 찾아가며 읽는 즐거움이 쏠쏠하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