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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정원의 로봇
데보라 인스톨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18년 4월
평점 :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은 책 <내 정원의 로봇>
이 모든 이야기는 '애크리드 탱'이라는 이름에서 시작되었다. ^^
작가 데보라 인스톨은 영국 버밍엄에서 아주 어린 나이부터 글쓰기를 해 온 사람이다.
'영국 작가'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 매우 충실하다.
살짝 비틀린 유머가 책 전반에 톡-쏘는 양념처럼 들어가 톤과 무드를 잡아주고
사회와는 어딘가 (속도나 방식에서) 불협화음을 내는 고집스런 주인공들을 소개하고는
그들의 여정에 함께 발을 맞추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수록
점차 그들의 '사랑스러움' 을 느끼게 하고야 마는 그런 이야기.
이번엔 과학기술이 상용화되어
가정마다 기능도 많고 모양도 인간을 닮은 안드로이드가 있는 것이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조금 앞선 미래의 영국을 배경으로,
'학교의 공작 과제물'같이 단순한 모양에, 온통 긁히고 찌그러져 있는데다가
심지어 말도 제대로 못하고 시간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그러나! 결정적으로 매우 자기주장이 강한 로봇 '탱'이 매력을 선보인다.
인간 주인공은 34세 남자 벤이다.
모든 것을 잘하는 누나의 '맏이 보다는 못한' 동생인 벤은
직장도 없고, 열정도 없고, 부지런하지도 못하고, 의지조차 없이
심어놓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잎을 축- 늘어뜨리고 있는
손 대지 않은 정원 구석의 식물같은 (+찌질한)남자이다.
심지어 그의 부인 에밀리는 변호사로 경력을 착착 쌓아가고 있고
아이를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계획과 열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벤의 무기력함은 더욱 돋보이고, 가정에 위기와 불화를 부채질한다.
이런 벤의 정원에 어느날, 아무 맥락도 없이 수수께끼 투성의 탱이 왔다.
벤은 탱의 고장을 알게 되고, 자신의 처지와 탱을 동일시하며
마침내 탱을 고쳐주기 위해 탱을 만든 사람을 찾아 떠날 용기를 낸다.
쓸모없고 초라해'보인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탱은 벤과의 여행 속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재미있고, 때론 뭉클하게 독자에게 말한다.
시간이 지나며 '어쩌다 어른'이 된 모든 존재들에게
서투르고 느려도 괜찮다는 것, '분위기를 읽고' 어른스럽게 행동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에 신기함을 느끼고, 놀라며 배우는 일을 즐거워 해 본적이 언제였는지
스스로에게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사랑스러운 책이다.
앞으로 이 작가의 시리즈도 무척 기대된다. ^^
ps : 탱, 벤, 볼린저가 마침내 만나 얘기를 나눴을 때의 각각의 모습들이 나온 페이지. ㅎㅎ
서로의 개성과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면이라 엄청 웃었다. ^^
나중에 영화화가 된다면 어떻게 연출될 지 정말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