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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기본 - 의식주 그리고 일에서 발견한 단단한 삶의 태도
마쓰우라 야타로 지음, 최윤영 옮김 / 인디고(글담) / 2019년 4월
평점 :

"What you eat is what you are." 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었다.
자기가 무심코 일상적으로 먹는 것이 당신 자신을 구성하게 된다고.
이런 말도 떠오른다. "생각없이 살다보면 사는 것처럼 생각하게 된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반복되는 일상이
켜켜이 쌓인 시간 뒤인 미래의 자신으로 남게 된다는 의미에서
책 제목에 있는 작가의 말은 담백한 만큼 군더더기 없는 선언이다.
"무엇을 입고 먹고 생활하고 어떻게 일을 하느냐가
나를 규정하는 모든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작가인 마쓰우라 야타로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미국으로 갔다.
미국의 서점 문화에 매료되어 귀국 후, 트럭을 마련해 여행하는 서점을 열었고
일본 최고의 잡지 <생활의 수첩>의 편집장을 지낸 사람이다.
현재는 요리와 일상의 즐거움을 안내하는 웹사이트의 편집장이다.
작가의 이력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일본에서 자라나 그 특유의 섬세한 감성을 갖고 있으며
미국의 커다람, 자유로움과 여유로움을 동경했고,
그 동경을 현실로 실현해내는 행동력을 갖춘 사람이다.
대량 생산되는 물건을 소비하며, 획일성에 매몰될 수 밖에 없는 지금
미니멀리즘, 젠스타일, 그리고 물건 각각을 소중하게 고르고 다듬는 태도로
먹는 것, 입는 것, 일터, 그리고 매일의 생활의 기본을 찾는 것이
'나 다움' 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의 시작점이라고 얘기한다.

스스로의 '취향'에 대해 생각하고, 발견하고, 완성해나가는 것을
마치 둔탁했던 찰흙에 입체감과, 독창성, 생생한 표정을 부여하는
자화상을 부조해나가는 과정처럼 묘사한다.


신발을 사기 전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신고 다니나 관찰하게되고
미용실에 가기 전 이미지 검색으로 헤어스타일을 둘러보는 사람인 나는
이렇게 자신의 취향이 확실한 사람들이 좀 신기하다.
작가는 총 3개의 챕터로 자신의 기본을 발견해나가는 여정을 소개한다.
1장 옷차림의 기본 - 나다움을 표현하다 에서는
셔츠, 바지, 신발, 안경, 손목시계, 손수건 등 일상적이고 소소한 사물을
변하지 않는 것을 계속 만드는 성실함, 자신감이나 편안함을 주는 물건,
매일 같은 것을 새롭게 사용하는 신선함, 만족감을 위한 작은 사치,
감각과 취향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물건, 조화로움으로 치환해내어
내 주변의 물건을 돌아보고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이 물건을 왜 골랐고, 왜 지니고 있는가?"
그 다음은 2장 생활의 기본-나 자신에게 좋은 공간을 만들다 이다.
가족, 공간, 공간을 채우는 가구 및 식기, 공간에 이야기를 담는 꽃과 꽃병,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 그 시간의 색을 결정하는 밥, 오일, 물건들을
어떻게 골랐고, 왜 소중하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뭔가 '나만의'라는 트레이드 마크 내지는 기준을 갖고 싶단 기분이 든다.
'나'라는 사람으로 변화하는 시간과 공간에 대해 꿈꾸게 만든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3장 일의 기본-나만의 규칙을 세우다 로 삼은 것은
정말 현명한 구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민하고 시도하고, 실패도 해보며 자기의 것을 찾아가는 여정은
우리에게 시간적 여유과 금전적 지출을 요구한다.
때론 내가 맞았다고 생각했던 것이 흑역사로 남게 될 수도 있다. ^^
그래도 남들이 정해주는 것들을 자기가 선택했다고 착각하며
무색무취한 두루두루 무던한 사람으로 남는 것보다
자신의 기본이 단단하게 잡혀있는 색깔있는 존재로 생생하게 살고픈 사람은
이 책을 읽고 <나만의 기본>이란 책을 스스로 써보고 싶을 것이다.
물건을 통해 '나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