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들의 구원 - 미학하는 사람 김용석의 하루의 사고
김용석 지음 / 천년의상상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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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미학하는 사람이 아니구나"

책을 읽으며 내내 들던 생각이다.

같은 말을 해도, 곱게 체에 친 단어를 잘도 골라서 배열한다.

지은이 김용석은 로마그레고리안 대학에서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귀국해서 철학, 과학, 문학, 대중문화를 횡단하는 작품을 잇달아 발표하며

인문학의 새 흐름을 이끌었다.

'서사철학'이라는 분야를 개척해 '스토리텔링'의 실용화에 기여했다고 한다.

저자에 대한 소개를 읽으며

'서사철학'이 뭐지? 싶었는데 매꼭지를 읽을 수록

간단하지만 여운이 오래 남는 철학 팟캐스트를 듣는 기분이었다.

실제로 이 책에 실린 글들은 2016년 여름부터 2018년 봄까지 약 2년 동안

일간신문에 '철학하기'라는 표제로 연재되었던 칼럼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

우리 현대사에서 꽤나 버라이어티했던 그 시기에 

철학가이자 미학가의 시선으로 건져올린 삶의 정곡들을

곱씹을수록 다른 맛을 내는 언어로 표현해내었다.


우리가 사소하게 대할 뿐,

세상엔 결코 사소한 것들이 없다는 작가의 신념은

과녁의 한가운데는 작은 점일 뿐이라는 말로 보다 명징하게 표현된다.

사소한 것으로 깨달음의 실마리를 잡고,

삶의 감수성을 개발하여 그 사소함을 포착한다면

우연히 만나는 하루의 시간, 사람, 사건들이

흑백에서 컬러로 변하는 경이로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작은 사건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기꺼이 시간을 내고 감각과 사고를 벼리며 애써야 한다.

오래되어서 빛이 흐려지거나,

특별하지 않은 정물처럼 덩그러니 먼지가 쌓인 채로 놓여있어

가려진 본질들을, 그 핵심 정수들을 찾아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내용을 황홀하게 몇 번이고 읽고, 좋은 구절을 옮겨적다가

책의 앞부분으로 돌아가 소제목만 다시 훑어 읽어봤을 때 문득,

2016년에서 2018년에 대한민국을 스쳐지나간

많은 말, 사고, 사람들이 떠올랐다.

사소하게 개별적이었던 일들이 줄줄이 엮이니

당위를 지닌 이야기와 역사가 되었다.

흘러가는대로 살아가는 것에 안녕을 고하고 '생각하기'란 과정을 통해

생의 모든 순간을 배움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만드는 철학의 힘,

그리고 그 모든 순간에 담긴 아름다움과 올바름, 균형감에 눈 뜨게 하는

미학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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