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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얼라이브 - 남자를 살아내다
토머스 페이지 맥비 지음, 김승욱 옮김 / 북트리거 / 2020년 1월
평점 :

요즘은 온통 바이러스 얘기가 뉴스판을 달구고 있지만
이렇게 정신없는 와중에도, 한 대학 신입생이 특정 대학에 등록을 하느냐 마느냐로
사람들의 관심이 (아니, 흥미라고 해야할까?) 쏠렸던 때가 잠시 있었다.
트랜스젠더들에 대한 사람들의 시각이, 시각 자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정과 판단을 촉구하고 그에 따른 사회 변화와 삶의 변화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정말 현실적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던 일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쉽게 섞일 수 없는 '트렌스젠더'.
<맨 얼라이브>는 그 중에서도 생물학적 여성으로 태어나 남성으로 살기를 선택하고
과연 '남성성'이라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온 몸으로 살아내고 있는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가는 이 책은 논픽션이지만 자신의 기억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스스로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 기억이라고 인지하고 있지만
그것이 환상, 망령, 착시 현상일 수도 있다는 말로 책을 연다.
이 말만으로도 이 사람의 삶이 꽤나 우여곡절이 많고 고단했구나, 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지 않고 주변을 살피는 섬세함과
다른 사람의 삶도 부둥켜 안을 줄 아는 관대함을 지닌 사람이구나, 라는 인상을 받았다.
책은 2010년과 1990년, 29세와 9세를 왕복하면서 이야기를 토해낸다.
어린 시절 여자 아이로서의 삶을 살면서 받았던 아동 학대와 그 후폭풍과,
성인이 된 후 겪은 오클랜드 강도 사건으로 '남자'라는 것이 무엇인지 강렬하게 받아들인 것과
2011년의 현재를 살아가는 모습을 후에 배열하여 독자의 더듬이를 활성화시킨다.
저자는 자신의 성별에 대한 스스로의 인식이 변화하는데에 따른 혼란과 두려움,
의심과 결심의 과정과 그것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그리고 그것이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담담하고 깔끔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러나, 한 사람이 자신의 성별을 스스로 '선택'하고자 했던 그 삶 속에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나, 호기심, 특별한 사건이 결정적인 트리거가 되었다던지
자신의 선택이 불가피했다는 것을 강조하거나 다른 사람들을 납득시키려고 시간을 쓰지 않는다.

그저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진정한 자신'을 찾는 과정이
저자 토머스 페이지 맥비에게도 일어났을 뿐임을 독자에게 서서히 인식시킨다.
특히 그 '토머스'라는 정체성을 찾기까지 매우 선정적이거나 드라마틱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어찌보면 그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유난을 떨지 않고 담백하게 말하는 작가의 태도는
남들과는 다른 선택에 특별한 이유와 정당성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삶은 고통에 가득 차 있거나, 스스로의 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지만
"사악하면서 아름답고, 어느 정도는 불가해하며,
그로 인해 이야기를 원하는 소망이 사그라들지는 않는다" 고 얘기한다.
작가의 말이 피상적이지 않은 이유는 작가 스스로가 폭력과 억압을 겪고,
그것을 용서할 수 있게 된 삶, 스스로를 발견하고 인정하는 과정을
크게 떠벌리지 않으면서도 조용하고 단단히 적어내려가고
그리고 무엇보다 남성과 여성의 틀에 갇히는 것 보다 더 큰 의미에서의 자신을 찾고
다른 사람과 스스로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태도와 모습 때문일 것이다.

남들과 다른 행로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기를 선택한 저자의 모습이 놀랍고도 벅차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