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차 - 중국차가 처음인 당신에게,
조은아 지음 / 솜씨컴퍼니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 어른들의 음료수가 궁금했다.

우유, 탄산음료, 과일쥬스의 달콤함을 누리는 어린 아이의 시야에서

황금색의 뽀글뽀글 기포가 올라오고 솜사탕이 위에 얹혀 있는 맥주는,

꽤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상이었고,

짠- 하며 잔을 부딪히고 즐겁게 마시는 어른들의 모습이 멋져 보였다.


아이들이 생애 최초로 물에 씻지 않은 김치를 먹으며 얼굴이 빨개지는 것이

귀엽고도 재미있는 경험이자 웃음어린 추억이 되듯,

친척 어른들은 호기심에 가득 찬 나에게 기꺼이 -즐기며 ㅋ- 맥주 한 모금을 허했다.


그 때 느꼈던 배신감이란....

이런 걸 왜 먹는지 -_-;;;;;;

보기에 좋은 것이 꼭 맛있는 것은 아니라는 뼈아픈 사실을 몸에 새겼다.


조금 더 커서 청소년이 되었을 때는 선배들이 마시는 커피가 너무 궁금했다.

살짝 달달한 맛이 나는 믹스커피가 아니라, 아메리카노.

한약처럼 까만 모습을 자랑하는 저 커피가 뭐가 그렇게 맛있다고 큰 컵을 홀짝이는지

진짜 저 커피를 마시면 잠을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는지 궁금궁금!

또 테이크아웃 커피잔에 새겨진 로고가 예쁘기도 했고.

그래서 떡볶이에 순대까지 먹을 수 있는 돈을 투자해서, 

게다가 어디서 보고 들은 것은 있어서 샷까지 추가해서 마셨던 커피.


아..... 

믹스 커피는 싸고도 맛있는데, 밥 한끼에 버금가는 금액의 브랜드 커피는

탄 맛과 쓴 맛으로 또 배신감을 주었다.

아까워서 다 마셨다. -_-.....  다들 아까워서 억지로 마시겠지... 하면서. ㅋㅋ


커피와 맥주의 맛을 알아버린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도 '차'는 어렵다.

차를 좋아하는 지인의 초대로 집에서 차를 대접 받는 일이 종종 있는데

풀 맛 말고는 느껴지지 않는 둔한 나에게, 엄청 비싼 차를 아낌없이 주셔서

오히려 몸둘 바를 모르고 감사히 받아 마셨고, 좀 궁금해졌다.


'차'의 맛은 무엇일까? 

이렇게 궁금해하는 차알못 독자들을 위한 전문가의 도움 +1 <오늘의 차>




'차'를 티백으로 마시면 왠지 제대로 즐기는 것 같지 않고

보이차니, 철관음이니, 몇 g에 얼마~ 하는 것들은 덥썩- 사기도 어렵고

차를 우려내는 다기나 다구는 꽤 비싸고. 그러다 보면 점점 차는 남의 세계가 되는데

<오늘의 차> 저자인 조은아님은 그런 부담감을 가볍게 내려준다.


본인 스스로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중국차의 매력에 빠져서 활동을 하고 있는

저자 조은아는 국제 다예사와 감별사 자격을 취득하고 중국 대사관을 비롯하여(!)

정부, 기업, 대학 등 여러 곳에서 차와 비즈니스를 접목한 '차 문화'를 알리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리고픈 마음으로

<차 마시는 여자>라는 책을 냈으며 9년만에 그 개정판을 진행하면서

달라지는 삶과 생활 속에서 늘 함께 해왔던 차에 대한 지식 뿐 아니라

차를 준비하고 마시는 과정에서 느끼는 편안한 분위기와 위로에 집중하게 된 저자는

독자들도 혼자 차를 마시며 평정심과 본인의 감정을 들여다 볼 시간을 갖고

가족, 친구들과 차를 나누며 깊은 대화를 주고 받는 소중한 경험을 하길 원한다.


Intro에서 간단하게(!) 중국차 용어와 차구 용어, 차의 분류와 효능을 정리해준다.


 

예쁘고 멋졌던 다기와 다구들 각각의 쓰임새와 의미를 알게 되고 

차의 세계에 처음 들어온 초보자가 어떻게 차를 골라야 하는지에 대한 팁도 대방출!

(하지만 역시, 차알못은 쏟아지는 정보를 얼마나 수용할지 잘 모르겠.....)


총 5가지의 주제를 가진 챕터로 차를 분류하고

아침에 몸을 깨우는 상쾌한 모닝 티, 

향이나 눈, 혀를 만족시키는 차들, 그리고 몸을 다스리는 것을 도와주는 차들을

어떻게 고르고 우리고 마시는 지에 대해 정갈한 사진과 함께 차분하게 소개한다.



다기가 예쁘다고 사모으고 차를 마실 때마다 느낌따라 그냥 고르는 게 아니라, 

내가 선택한 찻잎이 펼쳐지는 모양, 향이 머무는 시간을 충분히 즐기기 위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차를 고르고, 각각의 찻잎에 맞추어 다기를 고르는 법을 배웠다.


무조건 비싼 차가 좋은 차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잘 모르는 초보일 때는 티백도 나쁜 것이 아니라는 점과

시간을 들여 차를 마시면서 음미하고 차에 대해 배워가며 차이점을 느낄 수 있을 때

그 때 비싸고 좋은 차를 골라도 늦지 않는다는 점도. ^^


그리고 오랜 전통의 '중국차'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전래동화를 듣는 것마냥 흥미로웠고, 그런 차를 곁에 두고 즐겨 마시는

중국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 삶의 방식에 대해 알아가는 인문학적 재미도 있었다. 


찻잎을 활용하여 퓨전 음료나 디저트를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어렵고, 예법을 따라야 하며 그래서 접하기 어려운 차가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서 얼마든지 편안하게 차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것도

차를 막 시작하는 입문자들에게 기운을 북돋워주는 정보다.



 


같은 찻잎으로도 얼마든지 다른 향과 맛을 내는, 그래서 '예술'이라고 하는 차의 세계.

차를 좋아하고 숙련된 전문가가 알려주는 레시피대로 차를 우려내어 마신다면

어른의 맛. 이라고 배신감을 느꼈었던 그 떱떠름함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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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아 吾友我 : 나는 나를 벗 삼는다 - 애쓰다 지친 나를 일으키는 고전 마음공부 오우아 吾友我
박수밀 지음 / 메가스터디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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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좋지?

이 책, 완전 마음에 든다.

사실 출판사 이름을 보았을 때는 관심이 싸악....


또 읽어야만 할 것 같은 -그래서 별로 재미는 없을- 책인건가, 선입견이 들었지만

일단 책 제목이 재미있었다. <오우아>

한자를 함께 곁눈질 하지 않았더라면 <어우야>나 <오우야>로 -_- 잘 못 외웠을

특이한 제목 <오우아> (다시 한번 출판사의 이름을 상기하게 되는; 역시 안 맞아;;)


<오우아>는 이 책 속에도 자주 나오는, 조선의 책덕후 이덕무님의 호에서 따왔다.

이덕무는 뛰어난 지성에도 불구하고 서자 출신이라는 이유로

조정에서 중히 쓰이지 못한 조선시대 후기 실학자이자 시인이다.

추위와 배고픔, 가난 같은 일차원적인 괴로움 뿐 아니라

능력보다 태생이 앞서는 세상이 충분히 원망스럽고 서러울 텐데도

책을 읽으며, 현실의 나가 본래의 나를 다독이며 위로해주어 

외로운 날을 넉넉하게 이겨나갈 것이라 말하며 자신의 호를 '오우아거사'라 지었다.


이렇게 고전이 주는 깊이감, 맛, 그리고 오래도록 감동이 일어나는 에너지를

'옛사람의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월간 '샘터'에 연재하던 저자 박수밀이

고전 중에서도 특히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선별하여 독자에게 펼쳐보인다.



4차 산업시대, 속도와 기술이 인간의 인지와 능력을 앞서 나가는 지금,

뜻밖의 팬데믹 질병으로 모두의 마음이 힘이 빠졌을 때

시대를 넘나들며 인간 본연의 마음 힘을 고민하고 자신만의 철학을 세운 

옛 사람들의 글이 큰 위로와 힘이 되는 이유는 

그들이 우리만큼 삶을 치열하게 살았고, 아팠고 좌절했으며 

남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하기도 했던 치기 어린 시절과 우쭐했던 전성기,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다 지나고 난 다음 현인으로 남게 된 진솔한 깨달음이

아름답고 정갈하게 다듬은 문장 속에서 은은하게 존재감을 보이기 때문이었다.





이 책에는 사회가 원하는 욕망을 따르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길을 마침내 찾아간

옛 지식인들의 '마음'에 관한 글이다.

그들의 업적이나 성공담, 실패를 극복한 영웅적 모습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세상이 '성공'이라고 말하는 것, '행복의 조건'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에서 벗어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갈고 닦으며 '나답게 사는 법'을 끝내 고민했던 글이라

현재의 독자에게도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마음의 문제를 곰곰히 생각하게 만든다.


게다가, 마음을 차분하게 혹은 생동감있게 만들어 주는 사진과 멋진 글귀도 등장한다. 

(진짜, 배경화면이나 명상-혹은 멍때리기를 위한 응시용-으로 쓰기에도 좋다!)



익숙한 제목을 달아 '고전 인용문'이라는 지루함/칙칙함을 밝히고, 

낯선 옛 고전의 말들을 현대의 말로 착착 달라붙게 풀어 써놓은 고전학자인 

저자 박수밀의 내공과 솜씨, 그리고 깊고 맑은 해석으로

길지 않은 글을 독자에게 내어놓아 부담없이, 손에서 책을 내려놓지 못하게 붙든다.


사람의 삶이란 멀리서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보면 비슷비슷한 걸까?

위대한 학자로 후손에게 기억되는 천년 전 현인들의 문장 속에서

내가 삶에서 흔들릴 때, 손을 잡아주고 공감해주며 지혜의 말을 해주는 인생 선배가 

생생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점이 이 책이 너무 좋은 이유이다.


일상에서 일희일비하고, 엄청 들뜨거나 무한히 가라앉을 때

조용히 꺼내어 읽어보고 곱씹으며 나를 다독이게 만드는 고마운 문장들!



처음 읽을 때는 이덕무, 박제가, 박지원, 이규보, 유몽인, 장혼, 홍대용, 정약용 등

당대의 학자들의 이름과 그들의 글을 읽고 해독하는 데에 시간을 들였다면

두 번째 읽을 때는 그것에 얹은 작가의 경험, 삶, 고전학자로서의 해석에 흥미를 얻고

그 중에도 내 마음에 깊이 와 닿은 글들을 골라 왜 이 글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그 즈음의 나의 상황과 마음, 태도와 기분을 떠올려 보며 필사를 하며 읽었다.


공부하려고 읽는 책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일단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소개된 학자들의 이름과 책 제목에 발목 안 잡히고

내용에 깊이 몰입하다 보면, 조금씩 옛 사람들의 마음이 스며 들어온다.


ps: 비 오는 저녁에 혼자 앉아 읽으면 조금 애잔하고 쓸쓸한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 마음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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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은 미래진행형 -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철학
김윤희 외 지음 / 다온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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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이 흥미로웠다. 

'평등은 미래진행' + "어제는 맞고 오늘은 틀린 철학가들의 평등 이야기" 

하나같이 그저 흘려보낼 수는 없는, 곰곰히 되새기게 만드는 표지의 글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유명한 철학자들에게 '평등은 무엇인가'를 묻고

그 평등의 기본 조건 즉, '자유롭고 주체적인 인간'의 영역이 어디까지 확장되는가를

철학+평등+여성주의 관점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서양 철학은 철학을 할 수 있-도록 허용되었던- 

자유로운 백인 남성의 주도로 진행되었고

그들의 생각하는 '인간'의 범주에 다양한 계급, 빈부, 인종이 들어갔으나

끝내 여성의 시선 -그들의 철학적 성취에 비교하면 더더욱 실망스러운-으로

제대로 된 담론과 상상을 하지 못했음을 우리에게 익숙한 철학자들의 철학으로

하나하나 보여준다.


물론, "사상은 시대의 산물이고 사상가는 그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p.4)

라며 들어가는 글에 그 한계는 인지/인정하고 시작하며

독자들에게 철학자들이 살았던 시대에 대한 배경지식을 함께 제공하여

철학자들의 사상에 날선 비판을 가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과 사상이 시대정신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며

고대, 중세의 빛나는 철학과 사상이 지금에도 그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

철학을 하는 모두 (독자나 철학가)는 비판적 다시 읽기를 해야한다는

저자들의 주장을 설득력있게 전달한다.


책은 크게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대 : 인간에 대한 관찰과 가능성

근대 : 근대적 인간에서 배제된 여성

현대 : 혐오와 폭력


으로 큰 주제를 정하여 각 시대의 대표적인 철학자들을 초대한 뒤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철학자들의 사상의 핵심을 제시하고 

그들의 철학과 사상에 그 시대와 사회에 미친 영향력에 대해서 알려준다.

그리고 나서 각각의 서양 사상가들이 여성에 대해 어떤 관점과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어떠한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더 큰 위대한 사상으로 발전하지 못했던,

백인 남성 사상가들이 거의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늘 선지자와 공감자는 있는 법!-

뛰어넘지 못한 시대와 본인의 '성역할' 관념의 어디가 잘못 되어 있는지에 대해

각 사상가의 책에서 발췌한 문구, 철학가와의 Q&A 코너를 통해 밝힌다.


교과서에서 배우고 막연히 안다고 생각했던 사상가들의 철학이나

제목은 많이 들어봤지만 -창피하게도- 꼼꼼히 정독하지 않았던 그들의 책에서

인용한 문구들은 사실, 좀 충격적이다.




단순히 시대적 한계로만 원인을 찾기에는 계몽의 시대를 살았던

'그' 칸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도 이 책의 제목에 다시 불을 밝혔다.


 



평등은 과거의 투쟁을 거쳐 선조들의 노력으로 지금 존재하여 누리는 것이 아니고 

'평등'을 가져오기 위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노력하고 나아가는

현재의 노력이 겨우 미래가 되어서야 '평등함으로의 변화'를 '진행'시키는 것이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고대의 민주주의를 꽃피웠던 그리스 공동체 안에서의 여성의 지위/역할/고정관념이

정치와 사회적으로 민주주의에 기반한 제도가 확립/발전/수정을 거치며

경제력, 자본에의 접근 가능성, 소유와 활용을 통해 

과거의 노예제와는 닮은 듯 다른 종속관계를 만들어내는 과정과 

그것을 '교육'이나 '계몽', '문화'를 통해 내면화 하는 근대를 넘어

법과 제도, 인간의 이성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것이 철저히 파괴된 세계전쟁을 통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차별, 억압, 혐오, 폭력의 보편적임과 평범함을 다루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생물학적으로 임신, 출산이 가능한 여성이라는 이유로 

배제되고 차별받고, 가스라이팅을 당하면서도 조금씩 지평을 넓히고 성장해 온

여성인권에 대해, 책을 읽으며 화를 내고 슬퍼하기도 하며 생각해 보았다.


저자들은 독자가 책을 읽은 후 남성혐오적 시선으로 

자신의 시대와 그 시대의 '편견'에 갇힌 철학자들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을 

바라고 쓰진 않았을 것이다.


"~해야 한다"라는 당위의 문제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각 개인의 선택에

족쇄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는 아렌트의 예를 보면 확실히 다가온다.

 



책에서 '여성'이라는 말을 특정 종교/국가/이념을 가진 집단으로 바꾸면

왜 '평등'이 인류의 평생 과제인지, 화들짝 놀라며 깨닫게 될 것이다.

어떠한 기준으로든 구별될 수 있는 두 집단을 만들어 대립시키고 갈등을 야기하며 

어떤 '권력'이 시대를 지배할 힘을 계속 공고히 다져가는지

우리 시민들은 둔감해지지 않으려는 노력을 통해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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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처럼 당당하고 똑소리 나게 사는 법 - 뉴욕 타임스가 들려주는 직장, 집, 재테크, 인간관계, 건강 5가지 비결
캐런 배로우.팀 헤레라.캐런 스코그 지음, 강예진 옮김 / 키출판사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만약에 제목에서 '뉴요커'를 뺐다면 어땠을까?

저 멀리 뉴욕에서 사는 미국인의 삶이 나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하는 

심드렁한 마음이 없지 않아 들었지만, 책 표지가 예뻐서 선택했다.


-솔직히 원제인 Smart Living이 더 취향이다. 뭐, 개인취향이니까... -


이 책은 <뉴욕 타임스>의 기자들이 생활 팁 섹션인 

'스마터 리빙'을 토대로 각자의 분야에서 기획하고 인터뷰하며 알아낸 내용을 

직장, 집, 재테크, 인간관계, 건강의 5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소개한 것이다.


전문가, 권위자, 고수나 유명 인사가 어려운 내용을 풀어놓은 것이 아니라

삶에서는 우리와 비슷한 일반인인 기자가 꼼꼼하게 발로 뛰며 모아놓은

실질적으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정보들이 많아 

필요하거나 궁금한 부분을 바로바로 골라 읽을 수 있어 좋다.


삶에서 마주한 온갖 문제와 수수께끼를 해결할 완벽한 답은 없으며

이 책은 '당신에게 필요한 단 하나의 해결책은 바로 이것입니다' 처럼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조언이나 가르침은 없다! 고 서문을 열고 시작한다.

그리고 여전히 더 똑똑한 삶을 위한 조언을 해시태크와 함께 올려달라고 하며

매일 조금 더 똑똑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일에 독자들을 참여시킨다. ^^




번아웃 증후군을 이기는 방법, 온갖 유형의 상사에 대처하는 법,

바쁜 업무에서 벗어나 생산적으로 일하는 법이나 

회사에서 당당하게 낮잠 자는 법도 흥미롭지만 많이 보았던 것이어서인지

동양의 정서에는 약간 낯선 '연봉협상' 부분을 더욱 집중해서 읽었다. 

상사는 연봉 협상이 있으리라 예상하고 있으니 

갈등 상황 -껄끄러워지는, 돈을 너무 밝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진 않은-을 피하려고

연봉 협상을 주저하게 된다면 몇 년을 지나도 초봉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은

작고 귀여운 연봉을 보고 스스로 코웃음을 치게 될 지도 모른다.


슬프게도 협상은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으므로 성별에 맞게 계획한다, 는 것은

-즉 여성이 단호한 태도로 협상에 임하면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동일하게 적용되는 적폐였다. ㅠ


경력을 바꿀 때 일종의 애도시간을 갖기를 권하는 것도 신기했다.

빠르게 적응하고 새로운 시스템에 능숙해지는 것이 목표인 직장인들이

옮기는 시점에서 스스로를 살피며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은,

비단 직장을 바꾸는 것에만 적용되지 않고 은퇴 후까지의 삶에도 적용할 수 있겠다.



2장 집에서는 인테리어, 청소 및 유지 보수, 손님 초대의 팁들이 나온다.

합리적으로 셋집을 꾸미는 여덟 가지 방법

흰 옷을 하얗게 만드는 최고의 방법이나, 

중요한 서류를 이불장에 보관해야 하는 이유,

주택 유지 보수를 위한 연례 체크리스트처럼 

잡지에서 익숙하게 봤음직한 -그러나 찾으려면 또 어려운- 꿀팁 코너들이

한 책에 묶여 있어서 백과사전처럼 찾기 편해서 매우매우 좋다! ^^


물론, '뉴요커'를 위한 책이다보니, 제설기나 잔디 깎기, 지붕 홈통, 파티오 같이

우리나라 세입자들이라면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영역이나

친구들을 초대하는 저녁파티에 초대장을 보낸다는 (!) 영화에나 나올 법한

-물론 여기서도 요즘에는 우편으로-심지어!!- 보내는 경우는 드물다고는 한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그냥 전화만 한다'는 표현. ㅎㅎㅎ

 역시 IT강국에서 사는 한국인으로서는 전통미가 느껴지기도 하다.- 

상황들은 소설처럼(!) 즐겁게 읽으면서 넘어가도 좋겠다.


3장 재테크에서도 저축, 예산 계획, 기타 자산 관리법에 대한 전문 용어가

미국에 맞추어 나와서 (예를 들면 401(k), Roth IRA 같이) 집중이 잘 되진 않았...


4장 인간관계도 뉴요커가 될 수 없는 사람으로서 ㅎㅎㅎ

부담 없이 거절하는 말을 꺼낸다는 예시로

방문판매원에게 "방문 판매 제품은 안 사빈다."

월요일 저녁에 한잔하자는 직장 동료에게는 "주중에는 술 안 마셔요."

매장 제휴 신용카드를 만들라고 하는 계산대 직원에게 "다음에 할게요, 감사합니다"

말고, "저는 매장 제휴 신용카드를 쓰지 않습니다" 라고 말하자는 것은

영어로는 똑 부러지게 들릴 수는 있겠지만 한국어로는 영, 정 없이 들린다.

글로벌 시대에 외국인들과 대화를 할 상황이 생겼을 때

저런(!) 말을 듣고서도 마음 상하지 않을 이해의 토대를 쌓았다고 생각했다. ㅎ


물론 자기관리나 마음관리 부분은 인간 공통의 관심과 고민거리인데다

성공적인 결혼/연애를 위해 부부/연인관계를 원만하게 이어가는 법이라든지 

중간중간 *플릭스나 기타 사이트를 통해 접한 미드가 나와 읽는 재미를 살려준다.



유난이다 싶을 정도로 먹는 것, 운동하는 것에 집중하는 뉴요커들의 생활에

꽤 큰 지분으로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가 다루는 노화, 운동, 수면과 스트레스.

건강한 생활 습관을 일상에 적용하는 방법은 '지금, 여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영역인데다가

온라인 매장으로 직구할 때, 블로그만 보고는 잘 모를 수 있는 성분이나

좀 더 몸에 좋은 것으로 선택할 수 있는 대체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마음관리를 위해 명상을 하고 글을 쓰는 것은 확실히 도움이 되고,

생각보다 의외로 간단하기도 하다. 

아이가 음료수 병뚜껑만 혼자 잘 따도 박수를 치며 칭찬해주는

그들 특유의 긍정적인 기운은, 그저 웃음이 나면서도 

'하려면 잘 해야지.' 에서 '그래, 인생 뭐 있어?' 하며 

힘을 빼고 긴장없이 도전의 발걸음을 쉽게 뗄 수 있게 등을 떠밀어주는 기분이다.



전반적으로 색감이 좋고 눈에 딱- 들어오도록 편집이 되어 있어

-당연하지. 편집자들이 만들어 낸 책의 위엄! ^^- 편하게 부담없이 읽기에 좋다.

잡지에서 필요한 부분들을 스크랩 -종이로든, SNS 링크로든- 하지 않고도

궁금할 때 바로 펼쳐보며 소소한 꿀팁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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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거장의 문장 하나쯤 - 1일 1문호 문학의 시간 1일 1교양
붉은여우 엮음, 손창용 감수 / 지식의숲(넥서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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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거장을 만나는 낮은 문턱. 이라는 말이 정말 와닿습니다. 혼자 넘기는 힘들어도 랜선 독서 모임으로 함께 하면 서로 의지도 되고 힘도 불어넣어줄 수 있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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