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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차 - 중국차가 처음인 당신에게,
조은아 지음 / 솜씨컴퍼니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 어른들의 음료수가 궁금했다.
우유, 탄산음료, 과일쥬스의 달콤함을 누리는 어린 아이의 시야에서
황금색의 뽀글뽀글 기포가 올라오고 솜사탕이 위에 얹혀 있는 맥주는,
꽤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상이었고,
짠- 하며 잔을 부딪히고 즐겁게 마시는 어른들의 모습이 멋져 보였다.
아이들이 생애 최초로 물에 씻지 않은 김치를 먹으며 얼굴이 빨개지는 것이
귀엽고도 재미있는 경험이자 웃음어린 추억이 되듯,
친척 어른들은 호기심에 가득 찬 나에게 기꺼이 -즐기며 ㅋ- 맥주 한 모금을 허했다.
그 때 느꼈던 배신감이란....
이런 걸 왜 먹는지 -_-;;;;;;
보기에 좋은 것이 꼭 맛있는 것은 아니라는 뼈아픈 사실을 몸에 새겼다.
조금 더 커서 청소년이 되었을 때는 선배들이 마시는 커피가 너무 궁금했다.
살짝 달달한 맛이 나는 믹스커피가 아니라, 아메리카노.
한약처럼 까만 모습을 자랑하는 저 커피가 뭐가 그렇게 맛있다고 큰 컵을 홀짝이는지
진짜 저 커피를 마시면 잠을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는지 궁금궁금!
또 테이크아웃 커피잔에 새겨진 로고가 예쁘기도 했고.
그래서 떡볶이에 순대까지 먹을 수 있는 돈을 투자해서,
게다가 어디서 보고 들은 것은 있어서 샷까지 추가해서 마셨던 커피.
아.....
믹스 커피는 싸고도 맛있는데, 밥 한끼에 버금가는 금액의 브랜드 커피는
탄 맛과 쓴 맛으로 또 배신감을 주었다.
아까워서 다 마셨다. -_-..... 다들 아까워서 억지로 마시겠지... 하면서. ㅋㅋ
커피와 맥주의 맛을 알아버린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도 '차'는 어렵다.
차를 좋아하는 지인의 초대로 집에서 차를 대접 받는 일이 종종 있는데
풀 맛 말고는 느껴지지 않는 둔한 나에게, 엄청 비싼 차를 아낌없이 주셔서
오히려 몸둘 바를 모르고 감사히 받아 마셨고, 좀 궁금해졌다.
'차'의 맛은 무엇일까?
이렇게 궁금해하는 차알못 독자들을 위한 전문가의 도움 +1 <오늘의 차>


'차'를 티백으로 마시면 왠지 제대로 즐기는 것 같지 않고
보이차니, 철관음이니, 몇 g에 얼마~ 하는 것들은 덥썩- 사기도 어렵고
차를 우려내는 다기나 다구는 꽤 비싸고. 그러다 보면 점점 차는 남의 세계가 되는데
<오늘의 차> 저자인 조은아님은 그런 부담감을 가볍게 내려준다.
본인 스스로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중국차의 매력에 빠져서 활동을 하고 있는
저자 조은아는 국제 다예사와 감별사 자격을 취득하고 중국 대사관을 비롯하여(!)
정부, 기업, 대학 등 여러 곳에서 차와 비즈니스를 접목한 '차 문화'를 알리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리고픈 마음으로
<차 마시는 여자>라는 책을 냈으며 9년만에 그 개정판을 진행하면서
달라지는 삶과 생활 속에서 늘 함께 해왔던 차에 대한 지식 뿐 아니라
차를 준비하고 마시는 과정에서 느끼는 편안한 분위기와 위로에 집중하게 된 저자는
독자들도 혼자 차를 마시며 평정심과 본인의 감정을 들여다 볼 시간을 갖고
가족, 친구들과 차를 나누며 깊은 대화를 주고 받는 소중한 경험을 하길 원한다.
Intro에서 간단하게(!) 중국차 용어와 차구 용어, 차의 분류와 효능을 정리해준다.


예쁘고 멋졌던 다기와 다구들 각각의 쓰임새와 의미를 알게 되고
차의 세계에 처음 들어온 초보자가 어떻게 차를 골라야 하는지에 대한 팁도 대방출!
(하지만 역시, 차알못은 쏟아지는 정보를 얼마나 수용할지 잘 모르겠.....)
총 5가지의 주제를 가진 챕터로 차를 분류하고
아침에 몸을 깨우는 상쾌한 모닝 티,
향이나 눈, 혀를 만족시키는 차들, 그리고 몸을 다스리는 것을 도와주는 차들을
어떻게 고르고 우리고 마시는 지에 대해 정갈한 사진과 함께 차분하게 소개한다.

다기가 예쁘다고 사모으고 차를 마실 때마다 느낌따라 그냥 고르는 게 아니라,
내가 선택한 찻잎이 펼쳐지는 모양, 향이 머무는 시간을 충분히 즐기기 위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차를 고르고, 각각의 찻잎에 맞추어 다기를 고르는 법을 배웠다.
무조건 비싼 차가 좋은 차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잘 모르는 초보일 때는 티백도 나쁜 것이 아니라는 점과
시간을 들여 차를 마시면서 음미하고 차에 대해 배워가며 차이점을 느낄 수 있을 때
그 때 비싸고 좋은 차를 골라도 늦지 않는다는 점도. ^^
그리고 오랜 전통의 '중국차'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전래동화를 듣는 것마냥 흥미로웠고, 그런 차를 곁에 두고 즐겨 마시는
중국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 삶의 방식에 대해 알아가는 인문학적 재미도 있었다.

찻잎을 활용하여 퓨전 음료나 디저트를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어렵고, 예법을 따라야 하며 그래서 접하기 어려운 차가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서 얼마든지 편안하게 차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것도
차를 막 시작하는 입문자들에게 기운을 북돋워주는 정보다.


같은 찻잎으로도 얼마든지 다른 향과 맛을 내는, 그래서 '예술'이라고 하는 차의 세계.
차를 좋아하고 숙련된 전문가가 알려주는 레시피대로 차를 우려내어 마신다면
어른의 맛. 이라고 배신감을 느꼈었던 그 떱떠름함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