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아 吾友我 : 나는 나를 벗 삼는다 - 애쓰다 지친 나를 일으키는 고전 마음공부 오우아 吾友我
박수밀 지음 / 메가스터디북스 / 2020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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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좋지?

이 책, 완전 마음에 든다.

사실 출판사 이름을 보았을 때는 관심이 싸악....


또 읽어야만 할 것 같은 -그래서 별로 재미는 없을- 책인건가, 선입견이 들었지만

일단 책 제목이 재미있었다. <오우아>

한자를 함께 곁눈질 하지 않았더라면 <어우야>나 <오우야>로 -_- 잘 못 외웠을

특이한 제목 <오우아> (다시 한번 출판사의 이름을 상기하게 되는; 역시 안 맞아;;)


<오우아>는 이 책 속에도 자주 나오는, 조선의 책덕후 이덕무님의 호에서 따왔다.

이덕무는 뛰어난 지성에도 불구하고 서자 출신이라는 이유로

조정에서 중히 쓰이지 못한 조선시대 후기 실학자이자 시인이다.

추위와 배고픔, 가난 같은 일차원적인 괴로움 뿐 아니라

능력보다 태생이 앞서는 세상이 충분히 원망스럽고 서러울 텐데도

책을 읽으며, 현실의 나가 본래의 나를 다독이며 위로해주어 

외로운 날을 넉넉하게 이겨나갈 것이라 말하며 자신의 호를 '오우아거사'라 지었다.


이렇게 고전이 주는 깊이감, 맛, 그리고 오래도록 감동이 일어나는 에너지를

'옛사람의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월간 '샘터'에 연재하던 저자 박수밀이

고전 중에서도 특히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선별하여 독자에게 펼쳐보인다.



4차 산업시대, 속도와 기술이 인간의 인지와 능력을 앞서 나가는 지금,

뜻밖의 팬데믹 질병으로 모두의 마음이 힘이 빠졌을 때

시대를 넘나들며 인간 본연의 마음 힘을 고민하고 자신만의 철학을 세운 

옛 사람들의 글이 큰 위로와 힘이 되는 이유는 

그들이 우리만큼 삶을 치열하게 살았고, 아팠고 좌절했으며 

남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하기도 했던 치기 어린 시절과 우쭐했던 전성기,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다 지나고 난 다음 현인으로 남게 된 진솔한 깨달음이

아름답고 정갈하게 다듬은 문장 속에서 은은하게 존재감을 보이기 때문이었다.





이 책에는 사회가 원하는 욕망을 따르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길을 마침내 찾아간

옛 지식인들의 '마음'에 관한 글이다.

그들의 업적이나 성공담, 실패를 극복한 영웅적 모습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세상이 '성공'이라고 말하는 것, '행복의 조건'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에서 벗어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갈고 닦으며 '나답게 사는 법'을 끝내 고민했던 글이라

현재의 독자에게도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마음의 문제를 곰곰히 생각하게 만든다.


게다가, 마음을 차분하게 혹은 생동감있게 만들어 주는 사진과 멋진 글귀도 등장한다. 

(진짜, 배경화면이나 명상-혹은 멍때리기를 위한 응시용-으로 쓰기에도 좋다!)



익숙한 제목을 달아 '고전 인용문'이라는 지루함/칙칙함을 밝히고, 

낯선 옛 고전의 말들을 현대의 말로 착착 달라붙게 풀어 써놓은 고전학자인 

저자 박수밀의 내공과 솜씨, 그리고 깊고 맑은 해석으로

길지 않은 글을 독자에게 내어놓아 부담없이, 손에서 책을 내려놓지 못하게 붙든다.


사람의 삶이란 멀리서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보면 비슷비슷한 걸까?

위대한 학자로 후손에게 기억되는 천년 전 현인들의 문장 속에서

내가 삶에서 흔들릴 때, 손을 잡아주고 공감해주며 지혜의 말을 해주는 인생 선배가 

생생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점이 이 책이 너무 좋은 이유이다.


일상에서 일희일비하고, 엄청 들뜨거나 무한히 가라앉을 때

조용히 꺼내어 읽어보고 곱씹으며 나를 다독이게 만드는 고마운 문장들!



처음 읽을 때는 이덕무, 박제가, 박지원, 이규보, 유몽인, 장혼, 홍대용, 정약용 등

당대의 학자들의 이름과 그들의 글을 읽고 해독하는 데에 시간을 들였다면

두 번째 읽을 때는 그것에 얹은 작가의 경험, 삶, 고전학자로서의 해석에 흥미를 얻고

그 중에도 내 마음에 깊이 와 닿은 글들을 골라 왜 이 글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그 즈음의 나의 상황과 마음, 태도와 기분을 떠올려 보며 필사를 하며 읽었다.


공부하려고 읽는 책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일단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소개된 학자들의 이름과 책 제목에 발목 안 잡히고

내용에 깊이 몰입하다 보면, 조금씩 옛 사람들의 마음이 스며 들어온다.


ps: 비 오는 저녁에 혼자 앉아 읽으면 조금 애잔하고 쓸쓸한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 마음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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