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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낭만적 밥벌이 - 89년생 N잡러 김경희의
김경희 지음 / 밝은세상 / 2021년 7월
평점 :
밥벌이, 라는 제목에 걸맞게 모든 챕터는 '~끼'와 숭늉, 보리차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인에게 밥은 시작과 끝이요, 알파와 오메가다.
다른 것들은 대부분 용서해도 밥을 굶기면서 일을 시킨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죽하면 모두가 알 만한 영화 속에서 그 대사,
즉, 살인범으로 의심은 되지만 증거가 없어 어찌할 수 없던 형사가 용의자에게 내뱉는
"밥은 먹고 다니냐?" 의 의미와 맥락에 대해 외국인들은 의아해했고 -이해가 간다-
한국인들은 찰떡같이 알아들었을까?
어른이 되어 자기 밥벌이를 하고 산다는 것은 그래서 가끔, 어렵고 구차한 일이 된다.
한 가지 직업으로 은퇴까지 버틸 수 있었다는 윗세대들의 밥벌이가
지금의 MZ세대에게는 꿈같은 철밥통 직장으로 보이겠지만
그 밥통을 철로 두르기 위해 그들은 고생을 안했을까 싶다.
그래도 'N잡러'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직업을 갖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 지금으로서는
<비낭만적 밥벌이>의 표지에 있는 문구 하나하나가 마음을 후벼파는 팩트다.
'지속가능한 밥벌이를 찾아 헤매는' , '로또 미당첨자의 고군분투 에세이'는
직장이나 아르바이트로 남의 돈을 벌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음직한
희망과 현실의 간극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교과서에서 읽은 직업이라는 것은 단순한 돈벌이 수단만이 아닌
자신를 개발하고 성장시킨 뒤 궁극적으로 자아실현을 이루는 지점이자
사회구성원으로서 한 몫을 하며 기여하는 삶의 끝판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이 똑부러지지 못하면 뚜뚝- 꺾여버리는 살벌함의 끝판이 되기도 한다는 걸
사회생활을 하며 상처를 벗삼아 매일 조금씩 배우고 있어서 그런지
작가의 여러 에피소드들이 때로는 웃기게 때로는 웃프게 공감되었다.
직장을 다니다가 -초봉을 보고 충격을 받고!- 퇴사를 하기까지의 마음,
좋아하는 일인 책과 관련된 서점, 북토크 진행자, 글쓰기 및 책 만들기 강의에
당연하게도 프리랜서 작가까지 겸해 n잡러라는 이름에 충분한 삶을 사는
서른 세살 김경희님의 하루하루 분투기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한번쯤은 꿈꾸었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게 했다.
부자가 되어 먹고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아실현을 위해 일한다, 고 말하고 싶고
버스 말고 택시를 타며 돈을 버는 동기/이유를 소소하게 느끼며
프리랜서로서 나의 일과 노동의 가치가 돈으로 제대로 환산될 수 있도록
일을 의뢰받거나 의뢰할 때 확실하게 짚고 가는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얘기는
종류는 다르지만 결국 노동으로 삶을 영위하는 급여/소득 생활자의 모습이었다.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일종의 맵/튜토리얼 같을 것이고
n잡러를 꿈꾸며 기회를 엿보는 사람들에게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같기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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