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못한 단 하나의 오프닝 - 방송가의 불공정과 비정함에 대하여
이은혜 지음 / 꿈꾸는인생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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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방송작가인 이은혜님이 쓴 이 책은 우리의 일상을 재미있게 채워주는 

방송과 미디어 콘텐츠를 만드는 현장 속에서 소리도 없이 갈려나가다가

어느새 바스라지거나 사라지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해 알려준다.


대개 어느 직종이든 밖에서 보는 모습은 

안에서 그 일을 직접 하는 사람/시스템/현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사회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깨우쳐 가고 있다.

그래서 <쓰지 못한 단 하나의 오프닝>은 미디어 콘텐츠 분야를 즐길 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꼭 보아야 하는 책이다.

우리나라 감독이 헐리우드와 협업을 하며 한국 영화판의 '열정'과 '예술혼'이
냉정하기까지한 미국의 '계약' 문화를 만났을 때 삐걱거리던 현장에 대해 쓴 
영화 잡지의 기사를 읽었을 때 느꼈던 감정이 다시 슬금슬금 올라왔다.

비교하면 헛웃음이 나는 적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멋진 작품을 완성시키기까지
열정과 혼신의 밤샘촬영과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갈아넣는 작업들이 있다는 것과
'예술'을 하는 스태프들은 노동자로서의 기본적인 보호도 받지 못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내부자이자 관계자의 인터뷰가 실려 있었다.

최저시급에도 훨씬 못 미치는 돈을 시혜처럼 주면서
네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이 정도의 어려움도 견딜 생각이 없다면 
너의 사랑과 열정은 '돈' 앞에 사그라지는 헛된 것이며 
그런 정신머리로 일하려면 그만 두라는 윽박지름과, 
흡혈귀처럼 열정을 빨아먹고 다음 희생자를 기다리며 연명하는 
부당하고 불법적인 일들이 성공신화의 땔감으로 쓰여서는 안된다는 
너무도 당연한 생각이 <쓰지 못한 단 하나의 오프닝>을 읽으며 내내 들었다.



이제 우유 하나를 마셔도 계란 하나를 골라도 
그 기업의 '가치'와 먹거리나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의 공정함을 확인하고  
나아가 생태계와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며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났고 그 영향력도 업계가 인식하고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성비' 좋게 공급받는 것에서 만족하는 소비자로서가 아니라 
함께 이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이자 같은 노동자로서 연대하는 마음과 행동이 
극히 미약할 뿐인 개인의 힘을 거대한 기업과 높았던 시스템이 두려워하게 만들었다.

내가 즐기는 콘텐츠, 내가 사랑하는 캐릭터, 나의 '인생00'로 남는 작품들도
그것들을 만드는 사람들과 과정, 신념이 얼마나 올바르고 정당한지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예술과 방송계에도 나타나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당연하게 부당함을 참아야 한다는 말이나 생각.
시대착오적이며 불법적인 행태는 단순히 그 업계 안의 문제가 아니라
자라나는 세대의 성장과 우리 사회의 공정을 막는 폭력이다.

개혁과 변화는 쉽게 오지 않는다.
꾸준한 지지와 연대가 필요한 이유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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