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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 같이 걸을래요?
허혜영 지음 / 앤에이북스 / 2021년 7월
평점 :

찜통더위가 정말이지 진상을 부리는 요즘이다.
예전이면 바다나 계곡에서 시원하게 물놀이하고 닭백숙에 수박 먹으면서
'여름은 이 맛이지~' 하고 놀았을텐데,
이제는 어딜 나가기도 조심스럽고
관광객으로 괜히 다른 지역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나 걱정되어
그저 집에서 미뤄놨던 드라마, 예능을 보고 있다.
어쨌든 더위를 피할 수 없는 실외보다는
시원한 에어컨에 얼음 동동 뜬 음료수를 언제든 마시는 실내에서
편안한 옷(a.k.a. 실내복 또는 잠옷)을 입고 ott를 섭렵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으나, 어느새 여행 관련 프로그램을 보며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
언감생심, 해외여행은 앞으로도 몇 년간은 어려울 것 같고
그제서야 우리나라 구석구석의 매력적인 곳을 관심있게 쳐다보게 되었고
그러던 와중에 <숲길, 같이 걸을래요?>라는 제목은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더위를 뚫고 산을 올라갈 체력은 없는 사람인지라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곳'과 '서울에서 혼자 걸을 만한 숲길'이라는 키워드는
지금 당장이라도 마음 먹으면 바로 즐길 수 있는 자연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설렘을 증폭시켰다.


이 책은 서울에 살면서도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는 지도 몰랐던 사람들에게
색다른 발견의 즐거움과 모험심의 바람을 불어넣어주고
소개된 곳 중에서 우리 동네를 만나게 되면 슬쩍 으쓱~ 하는 마음과 더불어
나만 알고 있었던 보물을 남에게도 내어놓아야 하는 약간의 아쉬움도 느끼게 한다.
초록색의 표지처럼, 각각의 숲길을 설명하는 글에는
봄의 꽃, 여름의 푸르름, 가을의 단풍, 겨울의 고즈넉함 같이
특별하게 꾸미지 않은 풍경을 담은 자연스러운 사진이 함께 한다.
숲길 마다 품고 있는 이야기를 곁들이고 그곳에서 저자가 느낀 경험도 함께 풀어
여행에세이로서의 역할에도 소홀함이 없다.
대중교통이 많이 발달한 서울의 강점을 잘 살려
지하철로도 만나 볼 수 있는 특색있는 숲길들.
사전에 예약을 해야하거나, 입장료가 있는 경우도 있으니
책에 나온 정보를 잘 기억해두고 있다면 틈 날 때마다 훌쩍- 떠나서
숲길을 노닐 수 있을 것이다.


살짝 아쉬움이 있다면 목차를 주제별 혹은 지하철 노선에 따라서 정리했더라면
숲길 여행 동선을 짜기가 조금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하긴, 있는지도 몰랐던 서울 곳곳의 숲길을 발견하고 알려준 책을 쓴 저자에게
동선까지 입에 떠먹여 달라는 것은 게으른 독자의 투정일지도 모르겠다. ^^
한낮의 무서운 무더위가 한풀 꺾이면
집에서 가까운 곳부터 차근차근 가보아야겠다.
팬데믹으로 인해 멀고 이국적인 곳을 동경하느라
늘 우리 옆에 있었던 잔잔하고 일관적인 자연을 발견하지 못하고
이제서야 '위로'와 '힐링'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 고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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