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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과 아케이드 프로젝트
수잔 벅 모스 지음, 김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8월
평점 :
사물이 말하는 역사, 사실 그리고 영원한 진리
- 사물은 무엇인가, 사물이 스스로 말하게 한다는 것은 또한 무슨 의미인가.
시간이 지나면 닳아 없어지고, 인간의 의지가 아니라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기에 고정되어 시공간을 넘나들 수 없는 것, 그냥 거기 그렇게 서 있거나 놓여 있는 그런 것, 그렇게 생성하였다가 또 그렇게 소멸하는 것, 따라서 영원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것, 그것이 ‘사물’에 대해 내가 가진 이미지다.
그러나 벤야민은 "사물의 의미에는 사물의 역사가 너무나도 분명하게 각인되어 있다고 믿었다.“. 사물은 말이 없지만 마치 어린왕자의 장미처럼 그의 ”이름을 부르는 충실한 철학자는 사물의 표현적 잠재력을 읽을 수 있으며, 이러한 잠재력을 말이라는 인간의 언어로 번역하여 사물로 하여금 스스로 말하게 만든다.“고 보았던 것이다.
따라서 사소하고 구체적인 우리의 일상 속 사물들인 머리빗, 옛날 사진, 셔츠의 목단추 따위가 그 자체로 구체적·역사적 기표의 성좌를 이루는 것으로 보고, 딱딱하고 건조하게만 보이는 그 사물들에 꿈틀거리는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이러한 작업은 벤야민이 “일상의 경험과 전통적인 학술적 관심 사이의 괴리를 극복”하고자 했던 의지의 소산이었다. 그리하여 “영원히 진리인 것은 역사라는 일시적이고 물질적인 이미지로 포착될 수밖에 없다.”고 나아간다.
"역사적 현상 자체가 스스로 말하게“하는 것은 곧 “모든 사실이 이미 이론”인 방식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하지 않아도 사물과 그 이미지만으로 증거할 수 있게 된다.
영원한 진리를 말하게 하는 그의 ‘사물’은 현상(건물, 사람의 몸짓, 공간 배치)을 포함하고, 그렇게 역사를 함축한다. 현상과 같은 사물을 통해 “역사적으로 한시적인 진리가(그리고 역사적 한시성이라는 진리가) 구체적으로 표현되며, 감지된 경험 안에서 도시라는 사회구성체가 가독성을 획득한다.” 그렇게 그는 파리의 아케이드에서 역사적으로 한시적인 진리를 “읽어”내려 하고 있다.
『발터 벤야민과 아케이드 프로젝트』 제1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