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범, 그의 이미지
그렇다면 사진에 담겨있는 피사체의 모습은 진정한 모습일까, 아니면 진정한 모습을 사진으로 보기는 힘든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본모습일 수도,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각자 해석이 다를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을 피사체의 이미지라고 말한다. 그 이미지란 보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주는 이미지들도 있고 사진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이미지도 있다. 그것은 또 피사체가 가지고 있는 외형과 함께 내적 이미지들을 담아낸 것이다.
사진가들은 촬영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사진이미지에 담겨진 많은 느낌들을 보길 원한다. 그렇다면 배우들의 진정한 이미지란 영화 속의 이미지와는 어떻게 다를까.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에 배우들은 그 배역으로 살아간다고 듣기도 했고 보기도 했다. 그래서 영화를 위해 인터뷰로 만나는 배우들의 모습도 좋지만 영화촬영이 없을 때 만나게 되는 배우들의 모습은 정말로 정겹다. 나는 그를 그렇게 만났다.
3시간이 넘는 인터뷰를 위해 조명장비도 없이 단출하게 마주한다. 반갑게 기자를 보며 농담을 던진다. "참~, 오래하시네요~." 긴 시간을 보다보면 가족처럼 된다. 기쁘게 그의 말을 받는다. "아직 멀었어요. 조금 더 오래하려고요.ㅎㅎㅎ."
틈틈이 화장실을 오가며 그는 진심을 다해 자신을 보여준다. 그를 사진이라는 매개에 가두지 않는다. 조금 더 자유롭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를 읽어나간다. 그의 모습을 보려고 그를 보고 또 본다.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그와 대화를 시작한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때론 슬픔도 있고 웃음도 있다. 그의 이미지가 순간 바뀌어 감을 알고 놀란다. 버리는 것을 그가 알고 있다. 다름을 위해, 자신을 위해 나의 부분들을 덜어내는 것을 많지 않은 나이임에도 그가 알고 있다. 그리고 행동하고 있다.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그의 앞섬이 궁금하다. 그는 지금 자신의 껍질을 깨트리고 있는 중이다.
"배우는 내 직업이고 좋은 인간으로 살아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예술이에요."
-씨네21 694호 '김혜리가 만난 사람 - 류승범'에서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사진들이 널려있다. 그 사진들을 보는 사람들에 따라서 피사체와 동일시하게 보기도하고 다르게 보기도 한다. 적어도 피사체의 모습과 비슷하니 피사체와 동일하다고 여겨준다. 물론 그것이 피사체의 진정한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 사진에 있는 피사체는 내가 사진을 보기 이전에 존재한 지난 시간 속의 모습이고 내가 보고 있는 사진 속 피사체의 현재는 사진과는 다른 모습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기사제공 | 씨네21, 사진과 글 | 손홍주, 구성 | 네이버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