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꽃 용의 나라 1
나카야마 세이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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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꽃 용의 나라>라니, 정말 멋들어진 작명센스다. 언뜻 굉장히 유치하지만 책을 펴들고 그 내용을 읽고나면 딱 들어맞는 제목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제목은 없다라고. 순정만화의 고전적 그림체에, 지극히 순정만이 넘쳐나는 이야기라서 혹자는 이것을 혹평할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반대로 높이 평가하고 싶다. 구태의연할 수도 있는 그림체와 전체 내용이건만 어쩐지 끌리는 무언가가 있어서, 자꾸 다음 권을 손에 쥐게 되니까 말이다.

영국소녀 리조렛이 증조할아버지의 서재에서 시공을 이동해 황금꽃과 용이 있는 판타지의 세계로 떨어진다. 그리고 은발의 아름답고 강한 왕자님 에스더를 만나고 급격하게 서로 사랑에 빠져 약혼에 이르고 이후 여러가지 사건을 겪으며 성장하게 된다..는 그야말로 소녀들의 환상을 충족시키는 줄거리. 어찌보면 헛웃음이 나올만한데도 찬찬히 읽어나가다보면 그만 그 따뜻하고 소란스럽고 귀엽기 그지없는 분위기에 납득당해버린다. '아, 이 만화는 원래 이런 것이다, 뭐 그것도 좋지 않겠어?'라고. 영국풍의 티타임과 미국의 아메리칸 스타일 커피가 뒤섞이고-원피스와 판타지식 드레스가 뒤섞이고- 귀여운 몬스터같은 고양이, 늑대, 여우 캐릭터들과 미형의 인물들이 뒤섞인다. 돌의 나라, 숲의 나라같은 특색이 한 가지로 고정돼 있는 나라의 왕족들은 주류가 되는 에스더의 나라와 비교되어 감칠맛을 부여한다.

충분히 예상가능한 전개에다 뻔하기까지 한 악당들의 설정이면 어떤가, 웃음지으며 즐겁게 볼 수 있다면 그로써 충분하지 않을까. 판타지 장르이지만 요즘 게임에서 전형화된 것과는 굉장히 거리가 먼-그야말로 소녀들의 판타지. 나는 이 <황금꽃 용의 나라>에 과감히 별 네 개를 주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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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 눈물 2
히다카 반리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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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다카 반리의 신작, <양의 눈물>은 전작인 <세상에서 제일 미워>와는 같으면서도 많이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같다는 것은 유쾌발랄 떠들썩한 대화신과 간간이 들어간 개그컷, 그러면서도 진지한 주제의 큰 흐름이 연결된다는 것이다. 다른 점은, 스토리다![...]라는 것은 물론 농담이고 주인공에게 감춰진 비밀이 꽤나 어둡고 그와 연관된 것들이 <양의 눈물>의 주축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미워>식의 매력을 가졌지만 보다 진지하다고 할 수 있겠다. 처음에는 전작의 가벼움이 그리웠지만 보면 볼수록 양의 눈물의 매력에 눈뜨게 된다. 양갈래머리의 귀여운 케이, 그녀의 목에 걸린 반지와 잃어버린 또 하나의 반지에는 과연 어떤 일들이 얽혀 있는 것일까? 추리의 묘미 또한 느낄 수 있는 썩 괜찮은 만화라고 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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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마시는 새 1 (양장) - 심장을 적출하는 나가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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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휘자가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는 자리에 착석한 청객에게 순간 자신이 음악당 안에 있음을 망각하게 한다. 선율을 따라 어느샌가 혼이 빠져서는 '어디'라고 정의내릴 수 없는 다른 차원에서 노닐게 된다. 이영도님의 <눈물을 마시는 새>를 읽고 나는 같은 경험을 했다.

황금가지라는 출판사의 위명답게 썩 훌륭하게 제본된 책을 기대를 품고 펼쳐들었다. '주막'이라는 뜻밖의 단어가 '펍'대신 등장한 에필로그의 순간부터, 나는 <눈물을 마시는 새>에 몰입해버렸다. 이젠 거의 정석화되다시피한 '펍'이니 '주점'은, 판타지 소설에서 등장인물들이 모험이나 여행 중 거치는 휴식공간이다. 그런데 <어사 박문수>나 <장희빈>같은 tv사극도 아닌데 '주막'이 등장한 것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과연 뒤로 갈수록 하나 둘 드러내는 '도깨비', '중', '니름', '닢(동전 단위)'같은 한국 특유의 요소라니! 놀라운 발상의 전환을 해낸 이영도님께 박수를 보낸다. '별 것 아니잖아' 할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그건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지 않을까.

인간/도깨비/레콘/나가 라는 4대종족도 새롭다. 인간/엘프/드래곤/드워프, 더 나아가면 +하프엘프/요정(페어리)/마족/신족의 종족구성이 일반적인데 비해, 이 얼마나 신선한가! 특히 도깨비라는 종족의 씨름과 장난을 좋아하는 전통적 유쾌함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모른다. 일본의 '뿔 달린 무서운 귀신'이 식민시대를 거치며 우리네 '도깨비'의 이미지를 대신한 현 상황에서, 본래적 의미로 부활한 도깨비를 보기란 무척 즐겁다. 3m신장의 강대한 레콘이라던가 꼭 뱀같은 이미지의 나가 역시 굉자히 흥미를 자극하지만 팔이 안으로 굽어서인지 어째 도깨비에게 끌려버렸다. 뭐어- 실상 이야기의 중심 축은 '나가'와 '인간'에게 맞춰져 있는 듯하지만, 어떻게 보는지는 개인의 자유 아니겠는가.

아무튼 '심장 적출'이라는 방법으로 반불사를 영위하는 나가 종족과 '셋이서 하나를 상대'해야 하는 인간, 도깨비, 레콘 종족이 얽혀서 상상치도 못했던 초흥미진진한 판타지 세계를 경험했다. 사건도 캐릭터도 뭐하나 예상가능한-일명 뻔한- 것이 없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며 하나하나 알아가는 기쁨이 더욱 커진다. 나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작가의 정신세계를 경험하는 것은 언제나 그렇지만 너무도 즐겁다. <눈물을 마시는 새>가 드래곤 라자 못잖게 한국판타지계에 새로운 도약을 제공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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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땅 - 단편
강경옥 지음 / 시공사(만화)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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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땅과 레이블 호수의 두 작품이 수록된 이 책에서, 나는 무척이나 가슴이 미어졌다. 내가 지지하는 커플링(-ㅅ-;)이 비극으로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언해피엔딩을 싫어하고, 작가의 연출실력이 뛰어날수록 가슴이 답답해지기 때문에 강경옥님의 이런 류의 단편이...밉다;;;

레드땅, 미남 가수 청년과 유령..이라기보다 사념체(?)인 소녀의 서정적인 사랑의 멜로디..라고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기쁘랴! 청년을 초대한 백만장자 중년 귀족은 소녀의 이복남매로 입신양명을 위해 정통핏줄인 그녀를 죽였다. 사랑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소녀는 원래 약간 정신이 이상했기에 수월하게 사고사로 처리된다. 이렇게 배신을 때렸으면 룰루랄라 잘 살 것이지 음험한 정열의 집합체인 이 남자는 소녀를 생각 또 생각해서 기어이 사념체를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자아를 가진 이 사념체는 그러나 젊은 날 남자의 모습에만 집착하는데...금발에 초록눈의 미남청년이 바로 그것. 자- 이제 약간의 배경설명은 되었다. 이 세 사람(?)의 운명은 과연 어찌 될 것인가...두근두근하지 않은가. 강경옥님의 초기물은 특히나 감성이 흘러넘침을 알고 있다면, 레드땅을 안 볼 수 없을 것이다. 참고로 그렇게 이렇다할 스토리가 없음에도 나는 이걸 볼 때마다 새롭게 가슴 싸하게 보고 있다.

레이블 호수는 정말이지 어린 날에 봤을 때 엄청나게 섬뜩했고, 또 다 큰 후에 볼 적에도 스산한 공포를 느꼈다. 가닿지 않는 엇갈린 사랑의 행로에 또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아이린 이 나쁜 것!ㅠ_ㅠ 약혼자가 과거의 망령보다 더 중요하단 걸 왜 모르냐..!!커피타임 같이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단편도 매력적이지만 레드땅류의 단편도 역시나 강경옥님!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한다. 문득 이 카드입니까, 등등 경옥님 초기작품들이 죄다 보고파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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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발도르프 학교의 감성교육
고야스 미치코 지음, 임영희 옮김 / 밝은누리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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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학 수업을 들으면서 교수님이 읽고 레포트를 써오라고 한 책이 고야스 미치코의 발도르프 학교의 감성교육이다. 일본의 교육도 우리네와 그다지 다를 것 없고, 따라서 일본인인 그녀가 일본과 독일의 발도르프 학교를 비교해 놓은 것은 우리에게도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딸아이가 학교에서 배운 것을 학부모의 눈으로 날카롭고 또 애정넘치게 관찰한 기록기(?)라고도 볼 수 있는 이것은 현실적인 정감과 생생함이 하나가득한 교육얘기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정말로 독일 발도르프 교육을 받아보고 싶다고, 그리고 그런 교육을 받은 고야스 미치코의 딸과 독일 애들이 부럽다고 생각했더랬다. 기술, 가정, 음악, 미술, 이제는 사회와 과학마저 외면받는 우리네 교육현장. 교육자의 탈을 뒤집어쓴 정치가(교육행정가들)에게 꼭 좀 이 책을 읽게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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