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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베리의 살롱 1
권교정 지음 / 시공사(만화)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잡지<오후>를 사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작품이, 권교정님의 마담 베리의 살롱이다. 좋아하는 작가님인데다 이색적인 소재, 예상치 못한 인물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통에 눈이 안 떼진달까.
최근 완간본으로 출간된 <삼총사>를 옛 기억을 되새기며 무척 흥미롭게 읽었더랬는데, 마담 베리의 살롱에 그 삼총사의 요소가 군데군데 깔려있어 패러디의 묘미 또한 느끼고 있다. 여기사 에필이 처음 킹교왕국의 수도로 가서, 총사대와 근위대 중 어디에 들까 진지하게 고민하는 부분은 다르타냥이 총사대와 호위대 양 쪽을 비교하는 것과 흡사. ^^ 그러나! 교정님 특유의 재치가 확연히 둘을 구분시키는데, 에필은 연봉이며 보너스, 새로운 마구의 지급 여부 등을 궁상스럽게(!) 따지고 앉아있는 것이다. 음....비굴함과 궁상스러움이라는 단어를 귀엽고 유쾌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교정님의 독보적인 능력이다. 암튼지간에 <마담 베리의 살롱>에 등장하는 시대와 인물들의 의상은 과거 프랑스 총사대 시절의 그것을 자료로 해서 그런지 예스럽고도 눈길을 잡아끈다. 교정님의 가늘가늘한 그림체와 어우러져 섬세한 의상들이 한층 돋보인달까. 앗, 그러나 외형적인 요소만으로 마담 베리의 살롱이 좋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무엇보다 내용이 정말 흥미롭다. 교정님 본인이 밝혔듯 개인적이고 어찌보면 마니아적이랄 수도 있는 알쏭달쏭한 이야기. 의뭉스런 두건의 사내와 세계멸망의 예언서와 '이야기를 만들고 접는' 몇 명의 특이한 존재. 대략 어떻게 흘러갈지 감이 잡히긴 하지만 확언할 수는 없는 미묘한 이야기...그게 또 사람을 너무나 궁금하게 만들고 뒤에 대한 상상을 하기 바쁘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니 엄청 진지한 얘기 같지만 <매지션>처럼 진지함이 주류인 만화는 아니다. 오히려 <마담 베리의 살롱>은 코믹함이 주류이고 진지함이 양념처럼 툭툭 던져지는 만화로서, 가벼운 마음으로 진지하게 읽을 수 있다. (<--어라?--;)
아버지가 죽기 직전 뜬금없이 남긴 엄청난 빚, 그 빚을 갚기 위한 에필 자매의 필사적인 노력! 특히 동생 쪽의 비겁함은 예술이었다...ㅜ_ㅜb 뭐 평생 동생에게 얹혀살려던 에필이 수도로 가서 취직할 결심을 한 것이 어찌보면 더 대단하지만. 에필이 수도로 감과 함께 총사대, 근위대. 왕궁의 주요 요인, 에필의 숙모와 엄마와 검술스승 라토우가 얽힌 전대의 이야기, 무엇보다 킹교폐하(!!)가 등장해 사람놀라게한다. ^^;;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만큼 대작이 될거란 예감. 부디 완결까지 논스톱으로 달리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