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죽 박죽 공원의 메리 포핀스 네버랜드 클래식 15
파멜라 린든 트래버스 지음, 우순교 옮김, 메리 쉐퍼드 그림 / 시공주니어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메리 포핀스 시리즈 1탄은 십 수년 전부터 익히 알고 좋아해오던 책이지만, 그 2탄인 뒤죽박죽 공원은 존재조차 최근까지 몰랐었다. 있다는 걸 알고 구하려고 동분서주했으나 구판절판이라는 절망적인 문구만을 구했을 뿐이다. 그러던 차에 시공사에서 재출간된다기에 당장에 구입했다. 비밀의 화원이나 앨리스를 구입하면서도 느낀 거지만, 시공사책은 제본도 깔끔하고 번역도 괜찮아서 좋다. 책을 읽으면서 책내용 외의 요소로 짜증을 느끼는 일이 없다는 것도 행복임을 불량책들을 통해 느끼게 된 요즘이다.

동풍을 타고 날아왔던 심술궂고 허영심 많은, 그러나 신기하고 재밌기 그지없는 보모 메리 포핀스는 1탄에 이어 2탄에서도 그 진면목을 유감없이 과시한다. 새빨간 튤립이 꽂힌 모자를 쓰고 파란 원피스를 입은 채 '사뿐사뿐' 걷는 메리 포핀스, 그녀의 아름다운 자태는 태풍처럼 거센 바람 속에서도 한 치의 흔들림도 없다. 주변의 공원관리인이나 개키우는 노처녀는 엉망진창이 되는데도 말이다. 철없고 눈치없는 마이클 때문에 화가 잔뜩 났다가도 거울 속의 자신과 눈이 마주치면 바로 미소짓는 메리 포핀스는 정말 대단하다. ^^ 이런 모습이 허영끼로 똘똘 뭉쳤다기보단 자기를 가꾸는 지나친 단정함과 자기관리로 보인다면, 팬의 맹목적인 관용이려나? 그치만 시장이나 영국총리부터 공원관리인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단정함과 깔끔함을 토로하는 걸 보면, 그닥 틀리지만은 않은 견해일지도.

 뒤죽박죽 공원 편에서는 주로 공원이 무대가 되는데, 바둑무늬 천을 깔고 나무 그늘 밑에 앉아 애 다섯을 데리고 우아하게 차를 마시는 메리 포핀스와 옆에서 뛰어노는 남매를 둘러싸고 사건들이 터져나온다. 뜬금없이 공원에 출몰한 사자와 멍한 경찰은 행복한 석고조각으로 변하고, 나무 그늘 밑에서 읽던 동화책의 세 왕자가 짜잔 나타나 '너희들이 책 속의 아이들이다'라고 주장한다. 소꿉장난으로 만들어낸 작은 공원이 살아움직이게 되질 않나 그림자들의 한판 무도회가 벌어지질 않나 신기하고 왁자지껄하고 즐겁고 우스운 일 투성이다.

뒤죽박죽 공원 다음 편은 과연 무슨 내용일지 너무나 읽고 싶다. 부디 시리즈 3탄도 출간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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