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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브바하프 왕국 재건설기 2
김민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르브바하프 왕국 재건설기 2권. 1권에서 익히 알고 있었지만 엄청 심각하고 왕비극적인 내용이라 할지라도 귀여운 그림체와 코믹한 분위기에 묻혀 '얼렁뚱땅(딱 맞는 표현!!)' 넘어가버린다. 일본만화가로 치면 <치키타 구구>와 <칼바니아 이야기>의 토노와 비슷하달까. (토노 또한 식인과 살인장면을 독자가 별 감정 없이! 넘기게 하는 신기를 선보였음 ㅡㅡ; )
세르비지오--라는 우아한 이름의, 그러나 본명은 사실 "쌤(이미지 파괴!!)"인 옛 왕국시절 음유시인이 나타난다. 숨어사는(그런 것 치고는 조심성이 상당히 없지만) 왕자 반과 시녀 코나 및 왕실조언가 시안은 세르비지오의 등장으로 이제까지와는 상당히 다른 생활패턴을 가지게 되고.....그에 불만을 품은 반과 시안의 합동작전("YOU ARE SSAM!!")으로 세르비지오는 떠나가게 된다. 그동안 여러사람에게 민폐끼치며 완성한 신곡이 이 때 연주되는데....
"앞집 알롱이가 말했지~북쪽 호수에 물고기 세 마리가 산다고~옆집 00이도 말했지~북쪽 호수에 물고기 세 마리가 산다고~뒷집 XX도 말했지 북쪽 호수에 물고기 세 마리가 산다고~그래서 우리 모두는 노래하지. 북쪽 호수에는 물고기 세 마리가 살고 있어~물고기 세 마리~~이예"
...............굉장하지 않은가. 왕실가수인 전적에 비추어볼 때 실로 입이 딱 벌어지는 작사 솜씨이다. 첫 만남 때 시장통에서 부르고 있던 "10걸음 걷다가 8걸음 뒤로 걸으면 2걸음 앞으로 나간 것이고~"이 노래도 만만치 않았지만.............마지막의 이 노래는 내 예상과 기대치를 상회하는 것이었다.
희미한 +미소만 머금으며 책장을 넘기다말고 순간 미친 듯이 으하하하--하고 웃어버렸다...;;;
음, 쌤의 해석에 따르면 이 노래의 주제는 '르브바하프 왕국 재건설'을 알리는 것이란다. 그렇게 생각하고 들으면 또 그럴 듯하기도 해서 무섭다. (이 노래가사가 사실은 그런 거라고 설득당해버리다니!)
그런데~! 이렇게 웃음을 유발하던 음유시인이----막판 뒤집기를 하는 게 아닌가?!
음유시인의 노래에서 힌트를 얻어 왕자 일행을 잡으러 온 현상금사냥꾼 2인조는, 시안에게 세르비지오가 고문 끝에 죽었음을 알린다. 시안은 저녁밥을 기다리던 왕자 반에게 "이제 돌이킬 수 없습니다. 왕국 재건을 위한 첫 번째 피가 흘렀습니다."라는 실로 무지막지 심각하고 진지한 대사를 던진다.
그런데.......딴 만화라면 대사의 무게만큼 가라앉아야할 독자의 마음이 그렇지 않게된다. 슬프고 충격이면서도 한편으론 다음 3권에서는 이 마음이 다시 가벼워질 것을 강하게 확신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희망과 웃음이 이 책장을 넘기면 뒤에 펼쳐질 것이라고 믿게 하는 전개. 그래서 나는 르브바하프 왕국 재건설기를 좋아하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