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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게 하기의 즐거움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운찬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움베르토 에코, <낯설게 하기의 즐거움>은 여러 가지 것들을 일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봄으로써 접할 수 있는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언제나 그렇지만 에코를 읽으려면 독자도 백과사전적 지식을 잡다하게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책에서는 그게 한층 더하다. 그런데 에코가 '낯설게 하기의 즐거움'의 예로 드는 작가들이 하나같이 유럽쪽 계열이라, 미국이나 일본에 편식된 서점가의 한국독자로선 무척 곤란한 노릇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을 냅다 포기해버릴 필요는 없다. 언제는 우리가 중세유럽의 거미줄같은 종교계상황을 잘 알아서 <장미의 이름>을 읽었는가. 몰라도 읽으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읽으면서 알아갈 수 있다. <낯설게 하기의 즐거움>에서 예로 든 작가들이 생소하기 짝이 없었음에도, 에코의 시선과 수술메스같은 펜을 통해 웃음의 자락을 찾을 수 있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언어'가 '낯설어졌을 때' 유발되는 '즐거움'이었다. 그 중 특히 기억에 남는 '함축(적 언어)에 관한 상호협력이 결여된 비유적 예'들 중 몇 개를 들겠다.
'지금 시간이 몇 시인지 아세요?'
'네.'
'난 포스타치오입니다. 당신은요?'
'난 아니에요.'
상대방의 물음에 담긴 함축적 의미를 죄다 무시해버릴 때-상호협력이 결여될 때 웃음이 터져나온다. 당연하게 여기던 일상이 비틀리면 즐거움이 생겨난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인식 못 하는 것들, 그걸 꼬집어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