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 1
김미영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왔다!> 무엇이 왔을까? 남자와 여자의 역할과 사고관 및 가치관이 완전히 뒤바뀌는 시대, 그것이 왔다! 근미래 한국, 남자들의 '남자다움'은 '현재의 여자다움'으로, 여자들의 '여자다움'은 '현 남자다움'인 그것으로 바뀐다. 주인공 영자가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가 골을 넣고 웃통을 벗어제낀 후 빛나는 브래지어..그것은 하나의 충격이었다. 이제까지 운동장에서 남자애들이 곧잘 웃통을 벗고 드러내던 맨몸에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러나 영자를 보고 그런 행위가 얼마나 야스러운지(?) 알게 되었달까. <왔다!>에서는 이런 식으로 기존 남성/여성으로서의 행동을 뒤집어놓음으로써, 현재 우리의 성별사회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물론, 엄청난 폭소도 김미영님의 작품답게 당연히 따라붙는다.

현모양부(유사어:현모양처)의 전형인 미소년 현민, 성차별에 반감을 가진 투쟁적인 만수(여권신장운동가..가 아니라 남권신장운동가;), 털털하고 개구진 '전형적인 여자애(!)'인 영자와 그 친구인 마찬가지로 악동인 지현. 이 외에도 특징적인 여러 인물들이 많지만 일단 이 네명과 학급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조신하게 앉아있는 남학생 일동, 다리를 벌리고 앉아 시끄럽게 떠드는 여학생 일동. 청소를 땡땡이치는 것도 여자애들, 남자누드집에 침을 흘리는 것도 여자애들이다. 그리고 남자애들은 기존 Y물에 필적하는 L물을 추종하며, 여자애들을 이리저리 므흣한 시선으로 커플링한다.(우하하-김미영님 존경합니다!)

뜨겁고 단순한 여자애들간의 우정과, 다른 친구랑 논다고 팩 토라졌다가 곧 화해하는 남자애들의 우정의 묘사. 또 만수가 여자애들의 무책임함을 토로하며 꼬장꼬장 따지고 들자 지현이가 남자란 것들은 저래서 안 돼-라며 마음에 상처를 주는 장면.입장을 바꿔놓자 현실의 상황이-너무 익숙해서 당연한 것처럼 여기게 되어버린 것들이 새삼 되돌아보게 되었다. 해가 동에서 떠서 서로 지는 것처럼 어느샌가 당위적으로 여기게 된 지금 우리의 성별 행동과 사고의 차이는 어디서 왔는가? 그리고 이것은 고정적이고 계속적으로 답습되어야 하는 것인가? 또한 남,여 서로가 서로에 대해 얼마만큼 이해하고 있으며 엇갈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왔다!>를 보며 유쾌한 만큼이나 진지한 의문이 들었다.

<야!이노마>에서 산에 사는 미친년 광년이와 머슴집안 이노마의 컬트러브(?)를 선보여 나를 단숨에 팬이 되게 하신 김미영님, 그동안 4등신 만화만 하시다가 순정체를 처음 연재하게 되어 어떨까 했는데 과연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신다. 이전까지의 4등신 만화에서 주류를 이루었던 개그가 전혀 퇴색되지 않고 그대로 멋지게 이어지는데다, 예상보다 훨씬 멋진 8등신 그림체, 그리고 기발하기 짝이 없는 소재와 진지하고 독특한 주제의식.

남녀입장이 역전된 만화는 많았지만, 이렇게까지 '맞아, 맞아-정말 이래!! 아니, 어떻게 이런 관점을~'하며 시종일관 감탄하고 끄덕이고 웃게 되는 만화는 없었다. 김미영님께 <왔다!>를 보여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단 말씀을 올린다. 아무튼, 왔다의 세계가 정말로 가까운 미래에 도래했으면 좋겠다. 얼마나 재미있겠는가! 과거(지금의 상황)를 아는 나로서는 두 시대를 비교하며 즐거운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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