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18
헤르만 헤세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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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은, 서점의 서가에서 수많은 책들 속에서도 유독 한 눈에 들어왔다. 간결한 듯 무언가 심오한 울림의 제목이, 어쩐지 날 잡아끌었다. 당시 학생이었기에 어머니께 졸라 샀더랬다. 그리고 집에 와 읽으며 완전히 홀려버렸다. 내가 읽은 헤르만 헤세의 작품 중 데미안 정도로 내 취향인 소설이 없다. 김나지움이라는 독일 특유의 학교제도와 남학생들의 고뇌와 성장 같은 것들이 어쩐지 좋다. 고풍스럽고 아련하면서도 현학적이고 사색적인 색채와 상쾌하고 미묘한 향기를 품고 있달까. 수레바퀴 밑에서도 그래서 무척 좋아했지만, 데미안은 더욱 특별하다. 주인공에게 다가온 데미안은 선과 악 양 쪽으로 완성된 존재다. 그는 무엇보다 깨끗하고 고결하고 아름다우며 강하다. 또한 악마적인 무언가가 있다. 비누냄새를 목덜미에서 풍긴다는 묘사에선 헤르만 헤세의 탐미적 취향을 살짝 엿볼 수도 있었다.-ㅅ-; 아무튼,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으로 내면세계의 혁신을 비유한 유명한 대사는 과연 명불허전으로 순간 심장이랄지 머리 한 쪽이랄지가 찌릿했다. 데미안을 뭐라고 꼬집어 이렇다고 말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저, 느끼는 수밖엔 없다, 가슴과 머리로. 난 소설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복잡한 해석을 내리는 걸 싫어한다. 읽어서 자신의 내부에 무언가가 쿵!하고 흔들리고 차오른다면 그걸로 된 것 아닌가. 평을 하기위해 읽는 독서만큼 허울좋고 껍질뿐인 것은 없다. 난 그저 데미안을 읽으며 몇 시간을 즐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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