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국기 1
오노 후유미 지음, 김소형 옮김 / 조은세상(북두)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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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판타지/무협을 보면 그 주인공들의 마음은 인간이 아닌 것 같다. 평범한 사람이다가도 판타지세계로 가면 아무렇지않게 몬스터며 사람을 막 죽인다. 껄껄껄.. 그것은 능력 이전에 도덕관과 사고방식, 이제껏의 마음 문제다. 나는 바퀴벌레 한 마리를 죽이는 것도 살생이기에 떨리고 꺼려진다. 안 죽이면 알을 까서 바퀴천지가 됨을 알기에 억지로 죽이지만, 그 죽이는 느낌이 끔찍해서 끝내고 나면 어느샌가 눈물이 흐르고 있다. 십이국기 1부의 주인공 요코는, 그런 의미에서 정말 정상적인 심리상태를 가진, 정말 보통사람같은 주인공이다.

학교에서 자신을 덮치는 괴물새를 난도질해죽이는 것에 극도로 혐오감을 느끼고 흐느끼며 패닉에 빠진다. 손바닥만한 바퀴 한 마리나 주먹만한 쥐를 죽여도 그 살생의 느낌이 끔찍한데 5미터를 육박하는 생물을 죽이면 과연 어떠할까. 국내 때려부수기 판타지에 찌든 사람이라면 요코의 심리를 이해를 못하고 답답하게 여길 것이다. 자기를 지키기위해선데 그깟거 왜 못 죽이냐고. 그녀가 다른 세상에 가서 자기를 감옥에 끌고가려는 사람을 죽이느니 차라리 잡혀가겠다고 선택할 때도 그렇다. 고작 그런 사람 한 명 왜 못죽이느냐고, 수십수백 아무렇잖게 죽이는 소설에 익숙한 독자들은 말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자기 옆에 있는 낯선 사람이 갑자기 시비를 걸며 위협을 가한다고 그를 죽일 수 있겠는가, 당신? 실제라면,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어지간한 정신상태로는 해낼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요코라는 주인공은, 이처럼 정말 실제세계 소녀같아서 마음에 들어버렸다. 엄한 집에서 자라 패기도 없고 얌전하기만 한 그녀가 생명의 위협과 세상인간들의 험한 인심을 겪으며 거듭나는 과정은 읽을수록 정말 흥미진진하다. 중국과 일본을 적당히 섞은 듯한 배경도 나름대로 참신하고, 짧은 단문장의 문체도 맘에 든다. 십이국기, 열 두 나라 이야기란 뜻이겠지만 요코의 나라 얘기가 앞으로 더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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