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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더왕과 원탁의 기사 1 - 엑스칼리버
토마스 불핀치 지음, 이동철 옮김, 박종호 그림 / 풀과바람(영교출판)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더왕이 누구이고 원탁의 기사가 정확히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지는 몰라도, 내 또래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이름 정도는 알고 있다. 아울러 아더왕의 신검 엑스칼리버에 대해서도 말이다. 동네 문방구에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검이 '엑스칼리버'라고 쓰여진 상자에 들어 있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어릴 때는 만화로 띄엄띄엄 봤었고, 좀 커서는 정식책으로 읽었었다. 또 무엇보다 다른 여러 책들에 부분적으로 언급되는 일이 무척 많은 이야기어서 도통 낯설어질 틈을 안주는 책이기도 하다. 성왕이자 영웅인(나는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어쨌거나 설정은 그러하다)아더왕과 그를 따르는 유명한 기사들, 그리고 대마법사(이름이 생각 안 남). 중세 기사도와 봉건제도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신검이나 마법사를 등장시켜 역사물에서 판타지로 만들어버린 작가의 재주는 신묘하다. 흔한 기사스토리에서 벗어나 이렇게 계속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유명한 이야기가 결국 되지 않았나 말이다. 판타지 요소의 가미가 없었다면 무수한 기사스토리에 묻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내가 아더왕 이야기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그들이 '원탁'을 이용해 상하고저가 없는 '평등한' 위치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속이야 어찌됐든 일단 겉형식이나마 그럴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며 '원탁'의 의미가 평등하고 대등한 위치로서 오늘날 '원탁토의'등으로 승계된 것은 이 작품의 영향이 크지 않나 싶다. 원탁의 기사들이라는 말이 어쩐지 멋진 울림을 담는 것은 평등이라는 자유와 함께 인간의 2대 이상인 이념이 담겨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더왕 이야기에선 중세기사 로망스가 많이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애달프고 내 마음에 꼭 드는 것은 왕비 기네비아와 기사 란셀롯의 이야기다. 란셀롯은 아더왕의 충실하고 용맹스런 단연 뛰어난 신하이지만, 또한 순수한 열정으로 기네비아만을 사랑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아더왕은 아름다운 왕비가 있으면서도 수시로 한눈을 파는데, 자신의 지위를 내세워 그런 행위를 정당화시키는 남자보단 란셀롯이 훨씬 낫다고 본다.
애초에 기네비아가 아더왕을 좋아해서 결혼한 것도 아니고, 아더왕이 기네비아에게 충실하지도 않은데 왜 기네비아와 란셀롯은 서로의 진실한 애정에 결실을 맺을 수 없는 걸까? 이혼하고 란셀롯에게 가길 바랬지만 현실이 그럴 수 없음이니 안타까웠다. 일단 란셀롯은 신하고, 암만 이혼해도 전아내가 신하의 아내가 되는 것은 체면문제인데다 아더는 은근히 소유욕이 강했기 때문이다. 맺어지지 못하기에 더 슬프고 예쁜 사랑, 그것이 내가 본 란셀롯과 기네비어 왕비의 사랑이었다.
나중에 왕비가 죽었을 때, 아더왕도 그의 기사들 중 누구도 그녀를 돌보지 않았을 때 그녀를 끝까지 책임진 것은 란셀롯이었다. 진정한 기사도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싶을만큼 란셀롯은 주군에게 충성하고 섬기는 레이디에겐 최선의 애정을 다했다. 다른 나라와의 전쟁이나 치세에 있어서 아더왕은 그다지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왕이지만 남편으로는 썩 좋지 못하다. 그가 영웅으로 떠받들어진 데에는 신검 엑스칼리버와 원탁의 기사들 덕이 컸다. 주인공치고 퍽 매력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지만, 매력적인 신하들과 아내 및 애인을 보면 인간적으로 사람을 끄는 데는 무척 유능한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들 이야기는 중세기사도와 붕건제도 및 판타지적 재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무척 빠져들게 될 흥미로운 이야기다. 두고 두고 읽어도 질리지 않는, 어딘가 향수를 자극하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