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베르 씨
장 자끄 상뻬 지음, 윤정임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9월
평점 :
품절


<랑베르씨>라는 제목은 '랑베르' 개인을 무척 강조하고 있지만 막상 책을 펴들고 찬찬히 읽어보니 랑베르씨보단 오히려 랑베르씨와 알고지내는 주변사람들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작은 레스토랑의 점심시간에는, 늘 똑같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식사를 하고 그 중 한 4인그룹에 랑베르씨가 속해있다. 다른 3명과 달리 젊은이인 랑베르씨가 어느날부터인가 불규칙적으로 점심식사를 하러오고 그럼으로써 레스토랑 사람들의 대화가 변하는 과정이 무척 재미있었다. 늘 정치를 논하던 그룹 사람들이나 축구얘기로 법석을 떨던 랑베르그룹 사람들이나, 어느순간부터 모두 랑베르의 애인을 둘러싼 이야기로 여념이 없다. 그리고 자기들의 연애담을 늘어놓고 랑베르를 야유하거나 응원하는 덕에 레스토랑의 분위기가 확 바뀐다. 즐거운 일탈인 것이다. 나중에 랑베르가 애인과 헤어지면서 레스토랑의 사람들은 다시 정치나 축구얘기로 돌아간다. 그들이 그토록 찬미하던 여자와 연애얘기를 비하하면서 말이다. 이런 프랑스적인 위트는 익숙치 않지만 꽤나 재미있어서 무척 웃어댔다.

늘 똑같은 레스토랑 메뉴, 늘 똑같은 사람들의 대화, 그러나 어떤 개인의 연애라는 사소한 일 한 가지가 그런 늘 똑같은 일상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짐으로써 벌어지는 이 유쾌한 소동에서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현대의 표어는 설 자리를 잃는다.

간결하면서도 표현력 넘치는 장 자끄 상뻬의 그림이 이야기와 어우러져 더더욱 입맛을 돋구는 이야기, <랑베르씨>. 마지막 페이지에는 내부전경만 드러나던 레스토랑의 출입구가 그려져있는데, 언젠가 파리에 가면 필히 이와 비슷한 출입구를 찾아내 들어가보리라 마음먹었다. 그럼 나도 그 곳에서 어딘가 능청스럽지만 마음 따뜻한 프랑스인들을 만날 수 있을까? 그 날을 꿈꾸며 즐겁게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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