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피오렌티나 1
미토미 토가와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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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순백의 피오렌티나는 르네상스기로 넘어가던 중세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그 화려한 예술이 꽃피던 장소에 '여류화가'라는 존재를 들이밀어 교묘히 역사적 사실과 허구적 상상을 결부시키고 있다. 르네상스기를 대표하는 유명한 예술가들 중에서 여자는 없다. 그것은 근대로 넘어와서도 마찬가지로, 아무튼 근대보다 더 보수적이었던 중세와 근대의 과도기 르네상스기에 여류예술가의 존재는 절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작가는 주인공을 그런 폐쇄적이고 남성중심의 예술계로 들이밀고 있다. 그리고 독자들은 이 '있을 수 없지만 일어나고 있는' 일에 흥분하고 흥미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피오렌티나는 미인에다 천재적 그림재능을 가진 소녀로 당대의 거장인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을 만나며 그들과 인연을 맺기까지 한다. 우리에게 익숙하고 친숙한 역사적 예술가들을 허구로 만들어낸 피오렌티나와 사귀게 하는 작가! 하하, 멋진 패러디라고 칭찬해주고 싶다. 게다가 여기에는 또 하나의 패러디가 더 숨어있다. 바로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들 중 하나였던 피렌체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던 메디치가의 몰락과 그 일가들에 대한 것으로, 실제 역사적 사실인 메디치와 미켈란젤로의 관계 및 죠반니 메디치 추기경을 자신의 상상력으로 새롭게 채색해 피오렌티나와 연결시키고 있다.

못생긴 초상화로 남아있는 죠반니 메디치 추기경이, 실제는 엄청난 미인인데 초상화 그리기가 싫어 화가에게 다르게 그리게 했다는 설정, 정말 참신하지 않은가? 이런 식으로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무척 맛깔나게 결합시킨 순백의 피오렌티나는 무척 재밌다. 피오렌티나가 이탈리아 각 도시를 순례하며 서서히 인정받아가는 과정도 흥미진진하고 말이다. 과연 그녀가 최정상에 우뚝 서게 될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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