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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 테마 세계 명작 23 ㅣ 테마 세계 명작
조나단 스위프트 지음, 강은경 그림, 모윤희 엮음 / 두산동아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걸리버 여행기하면 흔히 우리는 커다란 거인처럼 보이는 걸리버와 손가락 크기도 안 되는 소인들을 연상한다. 그러나 이 소인국 이야기는 걸리버 여행기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일 따름이며, 소인국 다음에도 걸리버는 거인국, 천공의 섬, 말의 나라라는 3개국을 더 겪게 된다. 작은 사람들의 나라 소인국에서와는 완전히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는 거인국 이야기도 흥미진진하지만 천공의 섬이나 말의 나라는 정말 신선하고 기이하다.
망치로 귀와 입을 계속 때려줘야만 말을 알아듣고 할 수 있는 천공의 섬 사람들은 걸리버에게 죽지 않는 사람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하는 사람들에 대한 통렬한 비꼼과 죽음이 안식임을 보여주는 작가 조나단 스위프트. 소인국에서 그는, 강력한 병기인 걸리버를 끌어들여 막대한 식량 등의 손해를 감수하고 전쟁에 이기려는 두 나라를 통해 영국 정치를 비고았었다. 제 살 깎아먹기 식으로 당파싸움을 벌이는 당시 영국정치를 비판한 것이다. 천공의 섬에서는 인간들이 자주 범하는 오류, 말실수나 남을 배려하지 못함 그리고 죽음을 거부하다가 저지르는 온갖 작태를 비판한다.
말의 나라에서 이런 작가의 신랄함은 최대로 드러나는데, 그 곳에서 지성적이고 온후한 존재는 말이며 인간과 유사한 야후는 본능에 충실한 사나운 동물에 다름아니다. 가치도 없는 반짝이는 돌에 집착하는 거친 야후는 인간들의 탐욕스런 본성이 뭉떵그려진 듯해 인간인 걸리버와 독자를 부끄럽게 만든다. 다시 영국으로 돌아온 걸리버가 한동안은 인간들의 추악함에 견디질 못하고 말들과만 지냈다는 것은 암시적으로 인간세상의 더러움을 드러낸다.
얼핏 흥미진진 모험기로만 보일 수도 있지만, 걸리버 여행기는 인생과 인간에 대한 신랄한 조소와 날카로운 풍자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어릴 때야 재미로 읽겠지만 커서 다시 한 번 읽어보면 그 감춰진 의미가 바늘처럼 심장과 머리를 콕콕 찌르는 걸리버 여행기. 명작이란 이처러 어린이와 어른 양자를 다 만족시키는 작품이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