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세기 소년 9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에 참으로 황당했다. 어린 시절 소년들이 풀로 비밀기지를 만들고 로봇만화에서 힌트를 얻어 지어낸 영웅담이, 몇 십년 후 그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실제로 '친구'라는 누군가에 의해 벌어지다니..! 게다가 그 로봇이란 것은 얼마나 유치하게 생겼나 말이다. 핵폭탄을 비롯해 온갖 신식 무기가 널려있는 와중에 그깟 로봇 1대로 지구를 정복하기란 시대적으로 무리가 아닐까?
그런데 겉으로야 과거 소년들이 지어낸 이야기의 틀을 답습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화학무기(세균)가 사용되고 로봇은 다만 상징적일 따름이다. '친구'라는 인물은 과거 소년들이 자기들끼리 암호로 정한 집게손가락 표지까지 도용해가며 친구당을 만들어 정치적으로 그 세력을 거대하게 부풀리며 현실성을 가진 악당이자 영웅이 된다. 하하..도대체 친구란 누구일까? 과거부터 함께 한 인물일 것은 분명한데 가면 속 그 얼굴은 왠지 이미 알고 있던 인물인 것만 같다. 막판에 그 정체를 알면 엄청 충격받을 것 같달까.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현재에서, 그 일들의 시작이 된 과거가 교차되고, 갑자기 현재의 투쟁이 절정에 달한 시점에서 시점은 미래로 바뀌어버린다.
그리고 그 때부턴 '미래'가 현재를 대치하며 앞 권까지 '현재'였던 사실은 이전의 과거와 합쳐져 '과거'로 연상된다. 정신없이 넘나드는 시간 속에서 공간들도 사람들도 변모하며 '친구'와 그 무리들에 의해 역사는 조작되고 사람들은 통제당한다. 어쩐지 조지 오웰의 1984년이 생각나기도 하는 이 작품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알 듯도 하지만..구체적으로 무어라 정의내릴 수가 없다. 아무튼 역시 유명세를 가진 작가답게 세계정복이라는 유치하고 황당한 주제를 전혀 그렇게 못 느끼도록 전개시키고 있다. 결말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