쵸비츠 1
CLAMP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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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쵸비츠를 읽노라면 문득 그 엄청난 현실성에 으스스해진다. 인간형 컴퓨터가 존재하지도 않는 현시점에 무슨 현실성을 논하냐고 할수도 있겠지만, 인간형 컴퓨터-안드로이드의 출현은 근미래 이루어질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80년대부터 인간의 모습을 딴 기계, 인공생명체들이 인간과 어떤 차이점이 있고 그들에게 어디까지의 권리를 인정해야하느냐는 각종 공상과학작품들에서 이미 다루어졌었다.

그러나 클램프의 쵸비츠만큼 가슴에 와닿게 섬뜩하게 그리고 애처롭게 그려낸 작품이 또 있을까? 쵸비츠라는 고지능 컴퓨터 '치이'는 구성요소가 기계라는 것 외엔 인간소녀와 하등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그런 치이가 인간을 사랑하고 그와 함께하고 싶어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생각같아서는 그녀와 주인공 소년 히데키를 응원해주고 싶지만 사회적 분위기를 생각해볼 때 주저하게 된다. 사회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보단 인간과 컴퓨터 간의 관계만이 넘쳐나는 사회로 변모되어 있다.

사람들은 사람이 아니라 아름답고 절대적으로 자신을 따르는 컴퓨터와 사랑을 한다. 연인간의, 부모자식간의, 친구간의 그것을 말이다. 이런 사회는 얼핏 문명의 편이성이 극대화된 첨단 사회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 본질을 들여다보면 얼마나 섬뜩한가 말이다. 문제는 그 섬뜩함을 사람들이 인식 못할만큼 컴퓨터들이 더없이 사랑스럽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스러움은 '치이'의 경우 극대화되어 있다. 이런 '치이'를 통해서 작가집단 클램프는 말하고 있다.

미래 인간형 컴퓨터같은 인공생명체가 등장해 보편화될 경우 그들에 대한 처우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말이다. 비단 컴퓨터들 뿐 아니라, 인간들은?? 현재로선 답할 수 없는 의문을 가득 던져주며 쵸비츠인 '치이'와 히데키의 관계는 진전되고 있다. 인간과 컴퓨터, 그들의 사이는 어떻게 될 것이며 그 결과를 사회와 결부시켜 볼 때 그것은 무슨 의미를 가질 것인가? 귀엽고 깔끔한 그림으로 더할 수 없이 진지한 주제를 탐구하고 있는 쵸비츠, 나날이 가속화되는 기계문명 속을 살아가는 우리가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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