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1 - 완전판
이노우에 다케히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1년 6월
평점 :
품절


중학교 때 짝궁이 '슬램덩크 봤니?'라고 물었다. 그게 뭔데라고 묻자 농구만화라고 했다. 그러나 난 당시만 해도 일명 소년만화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우락부락하고 거친 그림체, 여자의 포인트에 눈이 벌개지는 사내들 등..특히나 운동이라면 질색인 나였기에 스포츠 만화는 더더군다나 싫었다.

이런 내 견해를 피력하자 짝궁은 열을 올리며 슬램덩크에 대한 예찬에 빠져들었다.그렇게 재밌는 만화는 또 없다느니 내가 지금 실수하고 있는 거라느니. 그래도 영 심드렁한 내 기색에 분개한 짝은 오빠가 사모은 열 몇 권가량이나 되는 슬램덩크를 다음날로 내게 안겼다. 이벤에 새로나온 완전판 슬램덩크와는 대조적으로, 조그맣고 가벼운 양장에 한국식 이름으로 개명된 슬램덩크였다. 별 생각없이 어쨌건 만화고 짝궁의 성의를 봐서 보기 시작한 슬램덩크는, 나를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데려갔다. 농구라는 것이 그렇게 재밌고 또 소년만화라는 것도 썩 나쁘지 않음을 알게 된 것이다.

강백호라는 주먹만 강한 무식하고 단순한 빨강머리 고교생이 귀여운 소녀의 권유에 이끌려 농구부에 가입한다. 커다란 키를 제외하고는 농구에 유리한 점이라곤 하나 없는 강백호. 농구규칙도 하나 모르고 농구공을 골대에 골인시키는 것도 못하는 그야말로 초짜인 강백호는 좌충우돌 좌절도 하지만, 그의 짝사랑 소연이가 좋아하는 서태웅의 플레이에 자기도 모르게 농구에 불이 붙에 된다.

크~ 사실 강백호는 서태웅의 플레이를 소연이 때문에 무조건 폄하하고 싫어하지만, 처음에 서태웅이 연적인 것을 모를 때 그의 플레이를 보고서 한순간 넋을 잃을만치 반했었다. 그랬었단 말이다. 소연이만 없었어도 앙숙이 안 됐을 두 사람이니-물론 백호의 일방적인 으르렁댐 때문에 그토록 사이가 악화된 것이지만-두 사람 다 좋아하는 나로서는 무척 안타깝고 속쓰리다.

1부 마지막 산왕전에서 늘상 협력하지 않고 엇나가던 두 사람이 기적적인 협동플레이로 승리골을 터뜨렸을 때..그리고 하이파이브를 했을 때..얼마나 감격스럽던지..!!! 물론 하이파이브를 하고는 다시 앵돌아서 버린 두 사람이었지만 말이다. 흐음, 앙숙이면서도 어쩐지 절친한 동료라는 느낌이다. 미운 정이 잔뜩 쌓였달까. 둘 다 천재적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 다른 스타일의 두 사람을, 나도 감독 안선생님만큼이나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이제 3학년이 졸업하고 그들 두 사람이 팀의 주역 2학년이 되었으니, 1부에서 상대했던 수많은 강팀과 강한 선수들을 어떻게 재상대할지 기대가 크다. 옛날보다는 협력을 하겠거니..하면서도 그들이라면 여전할지도..라는 쓴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정말 제멋대로의 두 주역들이다.

물론 슬램덩크에는 서태웅, 강백호말고도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등장한다. 북산고에만 해도 고릴라 주장 채치수, 안경선배 권준호, 한때 날라리였던 전 MVP 정대만, 조그맣지만 누구보다 재빠른 송태섭이 포진해있고, 인근의 능남고와 해남고의 선수들, 절대강호 산왕고의 빠박이들 등 슬램덩크에는 무수한 타입의 플레이어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열정적인 플레이가 슬램덩크로 혼을 빨아들이는 크나큰 매력이 된다.

슬램덩크가 한참 나오던 내 중학교 시절, 당시 운동장에는 오직 농구하는 남학생들 뿐이었더랬다. 초등학교 때만해도 축구와 야구를 하던 그들이 말이다. 만화 하나가 사회현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슬램덩크는 보여주었다. 확실히 일본과 우리 나라에서 농구가 이만큼 뜬 것은 슬램덩크의 영향이 크다. 그 사실을 의심하는 분은 지금 곧 슬램덩크를 손에 들도록 하라. 땀방울 하나하나, 근육 하나하나까지 오직 농구를 위해 움직이는 사나이들이 포진해있는 슬램덩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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