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슴이다 2
채안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사슴이다는 스토리 작가 조은하와 채안나가 합작한 작품이다. 잡지 연재도 안 한 신인치고 이 작품은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왜? 스토리가 재밌어서라고 대다수 사람들은 말한다. 그렇지만, 과연 그럴까에 대해 나는 회의적이다. 조은하의 스토리는 초반에는 신선하고 톡톡 튀지만 뒤로 갈수록 어줍잖아진다.

김지은과 합작했던 엑스트라 신드롬만 봐도 그런 경향은 뚜렷하다. 나는 사슴이다도 마찬가지다. 첨엔 오빠와 여동생 간의 애정을 넘어선 위험한 사랑 분위기로 가더니만 갑자기 급선회해서 오빠와 여동생에게 각기 짝을 지웠다. 천사금렵구 같은 대담함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방향을 튼 것이 너무도 설득력없게 성급하게 대강대강 이루어졌기에 화가 나는 것이다. 독자를 자극해놓고 슬그머니 꽁무니를 뺀 느낌이다.

남매가 서로들만의 틀에서 벗어나는 성장스토리라면 좀 더 그런 면을 부각시키든지 했으면 납득했으련만 명명백백 '금기적 사랑' 분위기였으니..암튼 나는 사슴이다 2부가 성공 못 한 것만 봐도 조은하의 스토리가 훌륭해서는 아니라는 결론이 난다. 그렇다면? 나는 그 답을 채안나의 그림과 그 구성력에서 찾는다. 깔끔하고 개성적이 그림체에 정감가는 표정, 신인답지 않은 탁월한 화면구성 등등 그녀의 그림은 일단 책을 잡게 만드는 요소이며 내용이 좀 시원찮아져도 끝까지 보게 만드는 요소이다. <나는 사슴이다>를 계기로 다음에는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새로운 작품에 도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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