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본 사람들 - 해외현대소설선 2
조엘 에글로프 지음, 이재룡 옮김 / 현대문학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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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기일식이라는 것은, 과학지식이 없던 고대와 달리 요즘와서는 신기할 것도 없는 그저 드문 자연현상일 따름이지만 어딘지 사람의 마음을 끈다. 일식이 일어난다고 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웬만하면 꼭 보고자 할 것이다. 한낮에 보게 되는 새까만 태양, 둥그런 빛의 테만 남은 '습관적 규칙을 파괴한' 태양을 말이다. 해만큼 규칙적인 것이 또 있을까? 비가 오는 날에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해는 뜨고 진다. 그런 해가 간헐적으로, 철저한 규칙을 파괴하고 모습을 변형시킨다. 그런 해에게 현대의 짜여진 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희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는 웬지 모를 향수, 그리움이 달에게 먹힌 해를 보면 일어나지 않을까?

<해를 본 사람들>은, 제목처럼 여러 사람들의 일식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묶인 소설이다. 그러나 꼭 '해를 본'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니, 사실 해를 보지 않은 또는 보지 못한 사람이 압도적이다. 게으름이나, 늙어 등이 굽어서 고개를 들 수 없어서, 강박증으로 집을 점검하다가, 썬글라스를 잊어서 눈이 멀어버린 탓에, 직장상사가 갑자기 일을 시켜서, 부모가 일식 따윈 환상이라고 몰아붙여서, 술집에서 뉴페이스와 지식승부에 열올리다가..일식을 알고 일식을 보려고 한 사람들은 각자의 사정에 휘말려서 차질을 빚게 된다.

그들은 왜 해를 보려고 했을까. 규칙성을 일상성을 파괴한 새로움에? 아니면 혹 늘 달보다 밝은 체 도도하던 해가 그 달에게 잡아먹히는 것을 보며 뭔지모를 쾌감을 느꼈던 건 아닐까? 그도 저도 아니면 그저 일식이 희한한 볼거리라 보고팠을 따름일런지도. 내일 정오에 일식이 일어난도고 하면 나 역시 '해를 보려고' 들겠지. 어쩌면 순탄히 볼 수 있을 거야. 어쩌면 어떤 사정에 휘말려 못 볼지도 모르구. 마치 <해를 본 사람들>처럼 말이야..그리고 책 뒤에 내 에피소드를 덧붙일 수도 있을 테지. 아마 나에게만 보이는 마법의 페이지가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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