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1 - 종달새 꼬제뜨
빅또르 위고 지음, 송면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어렸을 때 접한 레미제라블, 그러나 당시는 원어제목보다는 '쟝 발쟝'이라는 주인공의 이름으로 더 유명했다. 그래서 친구들끼리 '너 쟝 발쟝 봤니?'라고 물어보지 '너 레미제라블 봤니?'라고 물어보는 일은 드물었다. 중학교 때 도서관에서 레미제라블이라는 책을 집어들어 읽다가 '헉~ 이거 쟝 발쟝 이잖아!'라고 눈 똥그래져서 놀랬던 적이 있다. 문고판 세대의 서러움이 이런 거다.^^;

쟝 발쟝은 교과서에도 실릴만큼 유명한 이야기이고, 특히 빵 하나 훔친 죄로 19년이나 감옥살이를 한 부분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그러나 막상 그 다음 이야기, 쟝발쟝이 어린 여자애를 데려다 기르고 또 쟝 발쟝을 추적하는 형사 때문에 고생하는 내용은 잘 모르고들 있다. 진정한 레미제라블은 그것인데 말이다.

쟝 발쟝은 어린 조카들을 위해 탈옥을 하다가 계속 형량이 가중되어 결국엔 19년이나 감옥에서 산 인물이다. 그가 탈옥하고자 한 이유가 생활능력 없는 혈육들을 위해서인 것만 봐도 그의 심성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뭣모르는 세상 사람들은 통행증에 새겨진 장기복역만으로 그를 편견에 가득찬 시선으로 대한다. 그래서 마음이 황폐해진 그는 결국 자신에게 자비를 베푼 신부의 은촛대를 훔치기까지 한다.

신부가 만약 그를 감싸주지 않았다면 그는 영영 비뚤어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량한 신부의 마음이 쟝 발쟝을 구원했고, 이후 쟝 발쟝은 여관에서 혹사당하던 가엾은 천덕꾸러기 여자애에게 신부에게 받은 사랑을 되돌려준다. 신부가 그랬듯 그 사랑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마냥 베풀기만 하는 사랑이다. 내가 가슴아팠던 것은, 그렇게나 쟝 발쟝이 애지중지한 그 여자애가 나중에 어떤 남자에게 반해서 쟝 발쟝은 안중에더 없었다는 것.(애인이 부모보다 소중하냐..)그리고 잠깐 쟝 발쟝을 알았던 그 남자조차 쟝 발쟝을 믿었는데 그녀는 남의 말만 듣고 쟝발쟝을 죄인으로 의심했다는 점이다. 자신이 받은 사랑이 아무리 커도, 그것을 되돌아 볼 머리와 가슴이 없었던 여자였을까, 그녀는? 아니면 영원히 이기적이니 어린애에 불과했을 따름일까.

쟝 발쟝이 초라하게 죽어가는 끝장면에서, 비록 모든 혐의는 풀렸지만 한평생 남에게 베풀면서 살아온 그의 최후는 너무도 가슴을 쓰리게 했다. 어떤 이들은 그것이 더 감동적이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런 것은 싫다. 정말로 심장이 쓰려서 싫다. 레미제라블은 명작이지만 여러 번 읽지는 않은 이유는 그것일 게다. 쟝 발쟝은 선량하고 멋진 사람인데 왜 그리 생이 험난한 것인지, 세상은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 아니라는 시린 진리만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레미제라블을 한 번도 읽지 않는 것은, 그래서 쟝 발쟝을 만날 수 없는 것은 진정 큰 실수다. 그의 사랑 속에서 인간의 가장 고귀한 본성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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