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의 각인 - 단편
서문다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11월
평점 :
품절


껍질의 각인을 장르별 분류하자면 야오이다. 하드한 야오이가 아니라 소프트 야오이, 준 야오이랄까. 고등학생 남자애 두 명의 우정과 그리고 처절한 사랑이야기라고 나는 평한다.

뭐든지 잘하는 카리스마 있는 반장, 그리고 그런 반장을 짝사랑하는 내성적이고 조용한 소년. 옥상에서 함께 담배를 핀 것을 계기로 급속히 가까워진 이 둘이지만, 비극의 전조는 매미의 껍질에서 시작된다. 조용한 소년이 눈을 빛내며 보고 있던 매미의 탈피 과정을 반장이 실수로 밟아 으깨버린 것이다. 별 것 아닌 사건일 수도 있으나 이 둘의 관계에서 앞으로 일어날 불길한 미래를 암시한 것이랄까. 고백한 소년에서 반장은 냉정하고 차갑게 거절하고ㅡ, 거절당한 소년은 약을 먹고 반장만을 보면서 책상에 엎드린 채 서서히 죽어간다.

방학이 끝나고 학교를 와보니 파리들이 달라붙은 시체가 된 소년이 있고 반장은 충격받는다. 그리고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울면서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한다......... 아아..껍질의 각인은 이런 의미였던가......성장기의 폭풍같은 감정의 격류, 가장 격렬한 감정 사랑. 그 사랑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한 소년의 죽음과(마치 바스러진 매미허물처럼) 그것이 가슴에 박혀 평생 잊을 수 없게 된 또다른 소년.

서문 다미님 특유의 가늘면서도 강렬한 그림체와 인상적인 구도들이 <껍질의 각인>을 심장을 울리는 대작으로 만든다. 처음 껍질의 각인을 보고 얼마나 가슴이 아렸는지 모른다. 야오이 포비아인 동생조차 껍질의 각인에 울었다. 청소년기 성장기의 사랑과 좌절과 그리고 감정, 감정, 감정..... 껍질의 각인을 보고 한동안은 알싸한 가슴아림에 시달릴 것을 각오한 자만이 이 책을 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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