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1~18(완결) 세트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 세주문화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몬스터는 한 번 잡으면 놓을 수가 없다. 한 병원에서 시작되어 독일(서독)곳곳의 연쇄살인현장으로 이어서 구동독의 여러 곳으로 확장되는 공간. 그리고 뇌외과의 덴마와 머리에 총상을 입은 어린 소년 요한으로부터 연결되어 뻗어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리. 현재에서 과거로 훌쩍 건너뛰었다가 다시 현실로 오며 왜 이런 현실이 벌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시간적 구성.

시작은 단순하고 좁게, 그리고 점점 공간적/시간적/인맥적으로 가지 많은 나무의 형상으로 뻗어나가는 사건사람.. 그러면서도 전혀 어지럽거나 복잡하지 않게 머리속에 도식을 그리게 만드는 작가의 역량은 실로 대단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슴에 남는 것은 바로 스토리다. 곳곳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사람들의 인성을 파괴하는 괴물, 요한. 그 요한을 살려내고 만 닥터 덴마. 덴마는 책임을 느끼고 요한 뒤를 쫓으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을 일을 겪고 요한이 왜 괴물이 될 수 밖에 없었는지 알게된다. 요한이라는 한 소년을 그렇게 망가뜨린 데는 구동독 정부의 서쪽 대항 프로젝트라는 인간들의 추악한 권력욕이 빚어낸 더러운 양심이 버티고 있다. 그리고 자식 중 하나를 버린, 어머니의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실수도 말이다.

몬스터에서 휘몰아치던 모든 것들이 마무리되는 18권에서는, 계속 입을 벌릴 수 밖에 없다. 붉은 장미의 저택에서 니나가 들었던 프란트 보나파릍의 '인간은 무엇이든 될 수 있지. 괴물도..' 이 말의 진실!(이럴수가! 그래서 괴물을 만들겠단 소린 줄 알았건만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괴물이 되지 말란 소리였다! 작가는 교묘하게 끊어놓고 최후에야 그것을 알려줘서 독자를 경악에 빠뜨렸다) 또한 요한을 절망에 빠뜨린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아마도 니나와 덴마가 사랑을 싹틔울 것 같은 기미를 살짝 엿보여, 그간 니나와 덴마의 고통이 안쓰러웠던 독자로서 기뻤다. 그러나 치유되지 못하 끝나지 않은 고통을 안고 훌쩍 사라진 요한은..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걸까? 그는 자살한 것인가 다시 살인행각을 저지르러 간 것인가 그도저도 아니면..??

모든 의문을 풀어주는 듯하면서도 또다시 의문 하나를 제기하며 끝낸 고약한(;) 작가의 심보에 박수를 보낸다. ^^;;

이름없는 괴물..동화책 제목이자 요한을 지칭하는 말이며 작품 전반에 흐르는 그 무엇인가를 총칭하는 이 말이..계속 계속 머리 속을 맴돈다. 이름없는 괴물..이름의 의미와 인간끼리의 연결에 대해서 그리고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 표현이다. 나는 이름이 있는가? 있지만, 불러주고 인식해주는 누군가들이 있기에 나는 분명 이름이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지금 전쟁이 나거나 전염병이 돌거나 또는 세월로 인해 내 이름도 없어질지 모른다. 그러면 나도 요한이 본 것과 같은 황량한 그림 속에 들어서게 될까..? 요한을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요한을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내가 희미하게나마 그 황량한 그림의 의미를 알아챌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부디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미소띄며 존재하는 새로운 그림을 찾아냈기를..찾아내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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