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한 정원
미셸 깽 지음, 이인숙 옮김 / 문학세계사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얄팍한 소책자인데 제목이 무척이나 특이하다. <처절한 정원>이라니. ㅡ.ㅡ;a 설마 어느 정원사의 비극적 삶은..물론 아니겠지!^^; ...난 이러면서 이 책을 집어들었다. 교사인 부친이 대가없이 어릿광대일을 하고, 어린 [나]는 그것이 너무나 부끄럽고 창피해 죽을 지경이다. 그러나 왜 아버지가 그런 일을 하셨는지, 아니 해야했는지 삼촌으로부터 들은 주인공은 아버지를 부끄럽게 여긴 자신이 되려 부끄러워진다. 그리고 그 또한 어릿광대 분장을 한다. 명성과 사회적 지위를 갖추었으면서 말이다.

주인공의 아버지와 삼촌 내외가 얽힌 어떤 일, 그리고 작품의 처음과 끝에 등장하는 실제 프랑스에서 벌어진 어떤 인물의 공판. 이것들은 얼핏 관계없을 것 같으나 맞물려지며, 공판에서 유죄선고가 내려져야 하는 이유를 처절하게 토로하고 있다. 2차대전 독일 앞잡이 정부로서 프랑스 레지스탕스와 국민들에게 가한 범죄행위에 대해 마땅히 내려져야 할 유죄를 피고의 늙고 병든 육신이나 세월을 핑계삼아 벗어날 순 없다는 것이다.

이 얇은 책이, 이 얼마 안 되는 페이지로 작가는 읽는 사람 누구에게나 끝에는 눈시울을 적시며 [유죄판정]이 내려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격렬한 감정에 사로잡히게 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다만, 일제시대 왜놈들의 앞잡이로 협잡질을 하고 제 민족을 팔아먹은 인간들이 아무런 처벌도 안 받고 되려 떵떵거리는 우리 현실과도 꼭같은 일이 벌어지기에 이 처절한 정원을 한국인이라면 꼭 한 번 보라고 말하고 싶다. 훌륭한 연설은 말은 적게 하되, 전하고자 하는 것은 모두 전하며 듣는 이를 동조시키는 거라던가. 그렇다면 미셸 깽은 가히 천재적인 연설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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